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미국 증시에 대해 “너무 많은 경고 신호(red flags)가 보인다”며 차익실현을 권고했다. 은행은 자신이 추적하는 10개의 약세장(bear market) 전조 지표 가운데 5월에 7개가 발동했다고 금요일 밝혔다. 이는 4월의 5개, 3월의 4개보다 늘어난 수치다. 과거 1990년 이후 약세장 이전에 나타난 평균 발동 개수도 7개로, 현재 상황이 과거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2026년 6월 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Savita Subramanian)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S&P 500 개별 종목에는 기회가 보이지만,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전체 지수에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가중 지수는 규모가 큰 종목의 영향력이 더 크게 반영되는 방식으로, 대형 기술주 몇 종목의 흐름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기 쉽다. 그는 또 S&P 500의 연말 목표치를 7100으로 제시하며, 이는 현재 수준에서 약 6% 하락 여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새로 적색 신호로 전환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S&P500 기술 섹터에서 최고 성과 종목과 최저 성과 종목 간의 격차이고, 다른 하나는 지수 전체의 성장 기대치가 최근 5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수브라마니안은 기술 섹터에서 상위 5분위와 하위 5분위의 중간값 주가 수익률 차이가 무려 120%포인트에 달해 2000년 2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이는 인터넷 붐의 정점이던 시기 이후 가장 큰 격차라는 의미다. 그는 이 기술주 스프레드가 “닷컴 버블을 방불케 한다”고 언급했으며, 시장 고점 직전이던 2000년 3월 24일에는 이 격차가 130포인트까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상승세가 일부 종목에 집중되는 현상은 최근 월가의 여러 애널리스트가 우려해 온 대목이다. S&P500 지수는 5월을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지만, 개별 종목 가운데서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극소수에 그쳤다. 시장 내부의 건강도를 보여주는 상승-하락선(advance-decline line)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상승-하락선은 오르는 종목 수와 내리는 종목 수를 비교해 시장 참여 범위를 가늠하는 지표로, 지수는 강해 보여도 실제로는 일부 대형주만 끌어올리는지 확인하는 데 쓰인다. 최근의 흐름은 지수 강세와 시장 전반의 확산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도체주도 최근 변동성을 키웠다. 반도체 종목들은 4월과 5월 초의 랠리 이후 목요일과 금요일에 크게 하락했다. 하락의 직접적 계기는 수요일 공개된 브로드컴(Broadcom)의 실적 발표였다. 브로드컴은 인공지능(AI) 관련 매출 추정치를 상향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AI 수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향후 실적이 추가 상향되지 않으면 주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의 이 같은 조정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시티그룹(Citigroup)의 아티프 말릭(Atif Malik)은 월요일 발표한 분석에서 지난주 반도체주 매도세를 “건전한 조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AVGO(브로드컴), TXN(텍사스인스트루먼트), AMAT(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를 여전히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매수 추천 종목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업종의 중기 성장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기대가 일부 식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분석: 이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고는 미국 증시가 겉으로는 강세를 유지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상승 폭이 좁아지고 집중도가 높아지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S&P500의 상승이 소수 대형 기술주에 의존할수록 변동성 확대 위험은 커질 수 있다. 반면 브로드컴 실적 이후 나타난 반도체주 조정은 AI 기대가 실적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에도 실적 상향이 뒤따르지 않으면 관련 종목들의 단기 흔들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 전체보다 업종별, 종목별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핵심 용어 설명: 시가총액 가중 지수는 대형주의 비중이 큰 지수 산정 방식이며, 약세장 전조 지표는 역사적으로 주가 하락 국면 이전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신호를 뜻한다. 상승-하락선은 시장의 폭넓은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로, 지수가 상승해도 이 지표가 약하면 상승세의 질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지수 강세와 종목 간 괴리가 커지는 전형적인 경고 구간으로 읽힌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We see opportunity in S&P 500 stocks, but not the overall cap-weighted index.”
아티프 말릭: “We view the recent pullback in the group as healthy and maintain AVGO, TXN, and AMAT as our top buy-rated picks.”
정리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과거 약세장 직전과 유사한 경고 신호를 다수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술주 내 성과 격차 확대, 지수 내부의 집중도 심화, 반도체주의 조정은 향후 증시 방향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를 과열 해소 과정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미국 증시는 강세와 조정 신호가 혼재하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