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며 향후 생활 여건을 더 비관적으로 보는 비중이 2022년 7월 이후 거의 4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이 실시한 조사 결과다.
2026년 6월 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연은이 월요일 공개한 월간 소비자 기대 조사(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에서 물가 전망은 대체로 변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경기와 가계 형편에 대한 인식은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기대 조사는 가계가 향후 인플레이션, 소득, 지출, 실업 등 경제 여건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살펴보는 조사다.
현재 재정 상황이 1년 전보다 “훨씬 나빠졌다(much worse)”고 답한 비중은 13.3%로, 4월보다 약 2.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상황이 1년 전보다 훨씬 나빠졌거나 다소 나빠졌다고 본 응답자를 합치면 43.7%로, 뉴욕 연은은 이 수치가 2023년 1월 이후 최고라고 설명했다.
향후 1년 전망도 나아지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이 앞으로 훨씬 또는 다소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는 36%였고, 개선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22.9%에 그쳤다. 뉴욕 연은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의 순차이(net)가 2022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인플레이션 우려와 중동 갈등의 영향
이번 조사는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의 추가 악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일부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결정자들은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일반적인 공급 충격보다 더 오래가는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공급 충격은 원유나 원자재 가격 급등처럼 공급망을 통해 물가를 흔드는 외부 요인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는 3.5%로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3년 및 5년 전망은 각각 3.1%, 3%로 변동이 없었다. 기름값 기대는 0.1%포인트 하락한 5%였고, 식료품 가격 전망은 0.6%포인트 오른 5.8%, 임대료 전망은 1.4%포인트 상승한 7.4%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 가계 지출 증가 기대는 5%로, 4월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 다음 주 CPI 발표·연준 금리 결정 주목
소비자들은 오는 수요일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할 때 다음 인플레이션 지표를 확인하게 된다. 다우존스가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4.2%로 오르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2.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는 2%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월 17일 다음 금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연말까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물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경우 연준이 통화 완화보다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뉴욕 연은 조사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와 재정 여건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면, 단기·중기 물가 기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될 경우, 향후 조사에서는 생활비 부담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임대료와 식료품 기대가 높아진 점은 가계가 체감하는 체감물가 압박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주며, 향후 소비 심리와 내수 지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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