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견조함이 확인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달러지수(DXY)는 목요일 0.29% 상승하며 2주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시장은 4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에 부합했고, 미·중 무역 협상에도 진전 조짐이 나타났다고 해석하며 달러를 지지했다.
2026년 5월 1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각국이 약 300억달러 규모의 품목을 식별해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세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틀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제프 슈미드(Jeff Schmid) 총재가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건전하다고 언급한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슈미드 총재는 다만 “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가장 시급한 위험이다
”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만2,000건 늘어난 21만1,000건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인 20만5,000건을 소폭 웃돌았다. 이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지만 예상보다는 다소 약한 흐름을 보여준 수치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전망치와 일치했고,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7% 늘어 역시 예상에 부합했다. 수입물가를 볼 때, 유가를 제외한 4월 미국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7% 올라 예상치인 0.5%를 웃돌았다.
시장에서 말하는 스왑(Swaps)은 향후 금리 변동 가능성을 반영해 거래되는 파생상품 시장을 뜻한다. 현재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즉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당장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EUR/USD)는 목요일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리며 0.30% 하락했다. 달러 강세가 유로화의 상승을 억눌렀지만, 유럽중앙은행(ECB) 관리의 매파적 발언은 낙폭을 제한했다. ECB 통치이사회 멤버 마르틴스 카작스(Martins Kazaks)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되면 ECB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
유가가 더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점차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되기 시작하면 ECB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고 밝혔다. 시장은 현재 ECB가 다음 정책회의인 6월 11일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약 80%로 반영하고 있다.
엔화는 안전자산 수요 약화 속에서도 일부 지지를 받았다. 달러/엔(USD/JPY)은 목요일 0.25% 상승했으며, 엔화는 달러 대비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닛케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수요가 줄어든 것이 부담이 됐다. 다만 일본은행(BOJ) 이사인 가즈유키 마수(Kazuyuki Masu)가 경기 둔화의 분명한 징후가 없으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 엔화 약세는 제한됐다. 이 발언 이후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수익률은 목요일 2.641%로 2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국채( T-note ) 수익률이 하락한 점은 엔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오는 6월 16일 BOJ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76%로 반영하고 있다.
귀금속 시장은 달러 강세와 위험선호 확대에 눌렸다. 6월물 COMEX 금 선물은 목요일 21.40달러 하락한 온스당 0.45% 내린 수준으로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 선물은 4.52% 급락했다. 금과 은은 달러지수가 2주 만의 최고치로 오른 데다,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 약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미국,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지며 귀금속에 부담이 커졌다. 금리는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남아 있다는 신호가 위험자산 선호를 키우는 동시에, 금과 은의 단기 매력을 떨어뜨리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다만 중동 정세와 관련한 지정학적 불안은 귀금속의 하방을 일정 부분 지지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중동에서 재차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은 가격은 또 다른 요인으로 구리의 급등세를 일부 따라갔다. 수요일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데 따른 연쇄 효과가 이어진 것이다. 구리 가격 강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중동산 유황 공급 부족이 세계 일부 구리 광산의 생산 전망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유황은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6분의 1을 처리하는 과정에 사용된다.
반면 최근 펀드 청산은 귀금속 가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ETF의 장기 보유 물량은 2월 27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3월 31일 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 ETF의 장기 보유 물량 역시 12월 23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지난 화요일 9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갔다. 이는 투자자들이 귀금속 비중을 줄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금 시장에는 중앙은행 수요가 여전히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목요일 공개된 소식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PBOC) 보유 금괴는 4월에 26만 온스 증가해 총 7,464만 트로이온스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 확대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입은 금 가격의 구조적 지지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번 흐름을 종합하면,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지표의 예상 부합과 무역 협상 진전 기대, 연준 인사 발언에 의해 강화된 반면, 유로화와 엔화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파적 시그널 속에서 엇갈린 움직임을 보였다. 귀금속은 안전자산 수요 약화와 달러 강세에 눌렸지만, 중동 리스크와 중앙은행 매입 수요가 하방을 제한했다. 향후 시장의 초점은 오는 6월 FOMC와 ECB, BOJ의 정책회의에서 실제 금리 경로가 어떻게 제시되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금과 은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전반에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