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CL N26)은 화요일(미국 현지시간) -2.71달러(-2.81%) 하락한 채 마감했고, 7월 RBOB 휘발유(RBN26)도 -0.2046달러(-6.10%) 급락했다. 국제 유가는 이날 큰 폭으로 밀리며 원유는 2주 반 만의 저점, 휘발유는 5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왔다. 원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압박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조만간 다시 열려 세계 원유 공급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2026년 5월 2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화요일 하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양측이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양해각서에 합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영구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기뢰 제거 작업이 진행된 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양측이 초기 문서의 문구를 두고 논의하고 있어 협상이 아직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한다. 이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이 발생한다. 기뢰는 해상 통로를 통과하는 선박을 위협하기 위해 바다에 설치하는 폭발물을 뜻하며, 해협 재개방 논의에서 기뢰 제거가 핵심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중앙사령부는 미국군이 이란 미사일 발사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려는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유는 이날 장중 저점에서 일부 반등했다. 미 중앙사령부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지대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려는 선박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확인된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 하루 약 400만 배럴씩 감소했다고 밝히며, 설령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severely undersupplied)”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재고 부족과 공급 불안이 유가를 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가격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닫아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분쟁은 전 세계 에너지 흐름을 심각하게 흔들고 있으며,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나간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량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으며, 현재의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이미 거의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오는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해협 봉쇄와 지역 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생산량을 대략 6% 줄일 수밖에 없었다. IEA는 이번 달 초 분쟁 과정에서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원유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또 다른 요인은 OPEC의 증산 기조다. 5월 14일 OPEC 대표단은 카르텔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일련의 원유 할당량 인상을 이어가고,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생산을 모두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이미 2023년에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규모의 감산분 가운데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며, 나머지 물량도 3단계에 걸쳐 추가로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OPEC+는 5월 3일 6월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5월에는 이미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을 단행했다. 다만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오히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 증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떨어져 3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박 추적업체 Vortexa는 월요일, 5월 22일 종료 주간에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8% 감소한 8,705만 배럴이라고 전했다. 정박 유조선 원유는 물류 병목이나 공급 차질이 생길 때 임시 저장고처럼 활용되므로, 해당 재고가 줄었다는 것은 시장 내 유통 가능 물량이 줄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원유 시장의 또 다른 강세 요인이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중재 회담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장기적 합의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한을 유지시키는 만큼 유가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고 세계 공급을 줄여왔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향한 최소 21건의 공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러시아의 평균 정제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져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기업, 인프라, 유조선에 대한 제재도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추가로 제약하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7%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6%,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9.0% 각각 평균을 밑돌았다. 디스틸레이트는 경유, 난방유 등 중간유분 제품을 뜻하며, 산업 활동과 물류 수요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0만2,000배럴로 전주 대비 0.1% 감소했으며, 11월 7일 주간 기록한 하루 1,386만2,000배럴의 사상 최고치에는 소폭 못 미쳤다.
에너지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지난 금요일 5월 22일 종료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가 전주보다 10기 늘어난 425기로, 10개월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의 406기라는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의 627기라는 5년 반 만의 최고치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번 급락은 시장이 중동 평화 협상 진전과 공급 차질 리스크를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의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면 협상이 지연되거나 중동 내 군사 충돌이 재확산될 경우, 해협 봉쇄 우려와 재고 부족이 다시 부각되면서 유가가 급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OPEC의 증산 정책, 미국 원유 생산 동향 역시 향후 국제 유가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기사 작성 시점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이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에 한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