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원유(5월물, WTI) 선물과 RBOB 휘발유(5월물) 선셋이 2026년 4월 중순 거래에서 급락했다. 5월물 WTI는 가격 기준 -5.69달러(-5.74%) 하락했고, 5월물 RBOB 휘발유는 -0.0822달러(-2.64%) 하락했다. 이 같은 급락은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상 연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미국이 일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승인한 소식이 겹치며 촉발됐다.
2026년 4월 14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4월 22일 만료 예정인 2주간의 휴전 연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양측이 이번 주 파키스탄에서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즉각적으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현물 및 선물 시장에서 매도세를 확대시켰다.
공급 측면의 완화 신호도 가격 하락을 지지했다. 미 재무부는 자국의 일반 면허 규정 하에 루코일(Lukoil) 관련 일부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히며, 이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관련한 일부 제약 완화를 시사, 글로벌 공급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 또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이 줄어들었다는 Vortexa의 보고도 주간 기준 재고 지표의 개선 신호로 해석됐다. Vortexa는 4월 10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내 원유가 전주 대비 -35% 감소해 8,913만 배럴로 떨어졌다고 집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약 일일 1300만 배럴(bpd) 규모의 공급이 차단되었다고 밝히고, 분쟁 과정에서 8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장에 상존하는 공급 리스크도 여전히 크다. 미국은 월요일(현지시간)부터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 해상 봉쇄를 시작했고, 이 해협에서 미국 함정에 접근하는 이란 선박에 대해 공격을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연료 및 원유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자국의 항구가 위협받는다면 페르시아만(Persian Gulf) 내 모든 항구를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지역 생산 차질로 인해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약 6% 가량의 감산을 강요받았으며, 현지 저장시설은 용량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란은 전쟁 중에도 수출을 유지해왔고, 3월 한 달 동안 약 일일 170만 배럴을 수출한 것으로 보도됐다.
가격 상방 압력을 유지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는 아시아향 주력 원유 등급의 5월 인도분 가격을 지난주 배럴당 17달러 인상했는데, 이는 기록적인 상승폭으로 해석된다. 반면, 공급 확대 신호로는 OPEC+가 4월 5일 발표한 5월에 일일 206,000배럴 증산 계획이 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실제 생산을 줄이고 있어 해당 증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22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복구하려 했으나 아직 82만7천 배럴을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OPEC의 3월 원유 생산은 -756만 배럴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인 2,205만 배럴을 기록했다.
미국 내 재고와 생산 지표도 혼재된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4월 3일 기준 보고서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계절적 수준보다 +1.5% 높고, (2) 휘발유 재고는 +3.6% 높으며, (3) 증류유(디젤 등) 재고는 -4.2% 낮다고 집계했다. 같은 주의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0.4% 하락한 일일 1,359.6만 배럴로, 기록치인 1,386.2만 배럴(작년 11월 7일 주간)보다는 다소 낮았다.
생산 설비와 활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4월 10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활발 유정 수를 411대로 집계했다. 이는 직전의 4.25년 저점(406대)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2월의 627대와 비교하면 최근 2년 반 동안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연장 가능성 역시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주도로 열렸던 휴전 협상은 조기 종료되었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장기적 합의의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및 수출 제한을 지속시켜 원유 가격에 우호적(상승 요인)이다.
또한 지난 8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 및 수출 능력을 저하시켰다. 11월 이후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도 증가해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고, 미국·EU의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제약하고 있다.
단어 설명 및 용어 정리
WTI는 미국 내 거래되는 원유 기준 등급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서부 텍사스 중질유)를 의미한다. RBOB는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반영하는 지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적 수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에서 핵심 경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을 포함한 연합체이며, IEA는 국제에너지기구,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을 뜻한다. 베이커휴즈는 유전 시추 장비 및 활동을 집계하는 기관으로 유정 수는 업계의 생산 활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Vortexa는 해상 탱커 및 물동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에너지 분석업체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분석)
단기적으로는 평화협상 연장 기대와 일부 러시아 거래 승인 소식이 가격 하방 압력을 주며 급락을 유도했다. 다만 중기적 관점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지속 여부, 중동 산유국의 실제 생산력 회복 속도,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제약 등의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하방 제한선이 명확하지 않다. 만약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원유 및 LNG 통과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물동량 차질로 글로벌 연료 가격이 재차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협상 진전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특히 저장 재고 축적과 미국의 생산·활동성 지표가 약화된 상황에서는 가격의 추가 하락 여지도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적 뉴스(휴전 연장 검토, 미국의 거래 승인 등)에 민감한 포지션 조정이 예상되며, 헤지나 리스크 관리 전략이 중요하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정유 마진과 물류 비용 변동에 따른 정제업체의 실적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제재·면허 정책의 미세 조정이 시장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각국 규제 당국의 발표를 주시해야 한다.
기자(자료) 비고
기사 작성에 사용된 주요 정보원으로는 로이터 통신,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Vortexa, 베이커휴즈, 그리고 Barchart 보도자료 등이 있다. 기사 내 수치 및 발언은 각 기관의 집계와 보도자료에 근거했다.
참고 공지
원문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이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문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유일한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