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평화안 엇갈린 신호 속 달러 반등

미국 달러가 미·이란 평화안 관련 엇갈린 신호 속에 소폭 반등했다. 27일(현지시간) 달러지수(DXY00)는 0.03% 상승했다. 시장은 이란과의 합의 가능성에 따라 장 초반 달러 약세를 보였으나, 미국 당국의 부인과 미국 경제지표 호조가 겹치며 결국 상승 마감했다.

2026년 5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초안 비공식본을 확보했다고 전하며, 이 초안에 미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상업 선박 운항을 재개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란 국영방송이 입수했다고 한 비공식 초안에 대해 “완전한 날조”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상반된 메시지 속에서 달러는 낙폭을 회복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상품 운송이 집중되는 전략적 통로로, 해당 해협의 통항 여부는 국제 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 신호는 달러 가치, 원유 가격, 인플레이션 기대를 동시에 흔드는 핵심 변수로 받아들여진다.


달러는 장 초반에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5% 이상 급락5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자,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려 물가 압력을 낮추며,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높여 달러에는 부담이 된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가 이날 3년 3개월 만의 고점으로 상승한 점도 달러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달러는 이후 반등했다. 미국 리치먼드 연은의 5월 제조업 경기지수에서 현재 여건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며 4.5년 만의 최고치인 13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4를 웃도는 수준이다. 미리치먼드 연은 제조업 조사에서 현재 여건 지수는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지역 제조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탄탄함을 뜻한다.

금리선물과 스왑 시장에서는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베이시스포인트·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4%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변동을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현재 시장은 단기적으로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이는 달러를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


유로화는 이날 달러 반등에 밀려 약세로 마감했다. EUR/USD는 장중 1주일 만의 고점에서 후퇴해 0.01% 하락했다. 달러가 장 초반 약세에서 반등하자 유로화에서는 롱포지션 청산이 이어졌다. 롱포지션 청산은 상승을 기대하고 보유하던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는 행위로, 환율이나 가격의 추가 상승 기대가 꺾일 때 흔히 나타난다.

다만 유로화는 장중 한때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 위원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6월 ECB 금리 인상”

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통상 ECB의 매파적 발언은 유로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이날 국제유가 급락이 유로존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유로를 지지했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원유 가격 하락이 무역수지와 소비자 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물 지표에서는 유로존 4월 신차 등록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97만2,000대로 집계됐다. 반면 독일 경제자문위원들은 메르츠 총리를 상대로 2026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유로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리 기대 측면에서는 스왑시장이 다음 6월 11일 ECB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이 이뤄질 확률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ECB가 실제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유로화는 단기적으로 지지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성장 둔화 우려가 함께 존재하는 만큼, 향후 유로의 흐름은 통화정책과 경기지표 사이의 줄다리기에 좌우될 전망이다.


달러 대비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USD/JPY0.14% 상승했다. 일본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서비스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0% 오르며 시장 예상치였던 3.3%를 밑돌자,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강화됐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PPI는 기업 간 거래되는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물가 압력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엔화 약세는 제한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고, 국제유가가 5주 만의 최저치로 급락한 점이 엔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만큼 유가 하락은 경제에 긍정적이다. 또한 달러당 엔화 환율이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경계감도 엔화 약세를 제한했다. 일본 당국은 최근에도 엔화가 해당 수준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여러 차례 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6월 16일 BOJ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73%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물가와 임금 흐름, 그리고 엔화 환율 안정 필요성이 BOJ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귀금속 시장은 달러 강세와 중앙은행 발언 영향으로 크게 흔들렸다. 6월물 COMEX 금53.90달러 하락한 1.20% 내림세로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1.711달러 떨어져 2.23% 하락했다. 금 가격은 1.75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금과 은이 동반 약세를 보인 배경에는 달러 강세가 있다. 달러가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과 은의 상대가격이 비싸져 수요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ECB의 매파적 발언도 귀금속에 부담을 줬다. 스투르나라스 위원의 금리 인상 발언은 유럽 통화정책 긴축 기대를 키우며, 금과 은처럼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의 경우 독일 성장률 전망 하향도 산업금속 수요 둔화 우려를 자극해 추가 압박을 가했다.

반면 유가 급락은 장기적으로 귀금속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완화되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더 완화적인 정책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아진 글로벌 채권수익률 역시 금과 은에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리와 채권수익률이 하락하면 이자가 없는 귀금속의 기회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귀금속 펀드 청산은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롱 보유량은 3월 31일 기준 5.2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이는 2월 27일 기록한 3.5년 만의 최고치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은 ETF의 롱 보유량도 5월 5일 기준 9.25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갔으며, 이는 12월 23일3.5년 만의 최고치와 대비된다. ETF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보유량 변화는 투자심리의 바로미터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중국 인민은행(PBOC)의 금 매입 확대는 금 가격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보유 금괴는 4월에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월간 최대 증가폭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량 확대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수는 귀금속 시장에서 구조적 수요로 간주된다.

이번 장세는 미·이란 협상 관련 불확실성, 유가 급락, 미국 경제지표 개선, ECB와 BOJ의 정책 기대가 동시에 맞물리며 달러와 주요 통화, 그리고 금·은 가격을 복합적으로 흔들었다. 향후에도 유가와 중동 정세,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 그리고 미국 경기 흐름이 외환시장과 귀금속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리치 애스플런드는 이 글의 발행일 기준 언급된 종목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