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원유 급락과 증시 랠리에 초반 상승분 반납

미국 달러지수(DXY)가 6주 만의 고점에서 밀리며 하락 전환했다. 달러지수는 이날 -0.09% 내렸고, 장 초반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국제 유가가 2% 넘게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졌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달러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이날 주식시장이 강하게 반등하면서 안전자산 성격의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도 줄었다. 달러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 추진의 일환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데 힘입어 상승 출발했다.

2026년 5월 20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스왑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7%로 반영하고 있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의 약자로, 금리 0.01%포인트를 뜻한다.


유로화, 달러 약세에 6주 만의 저점서 반등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6주 만의 저점에서 회복하며 0.12% 상승했다. 달러가 초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약세로 돌아서자 유로화에서 숏커버링이 나타났다. 숏커버링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또는 손실 축소를 위해 매도 포지션을 되사는 과정을 뜻한다. 유로화는 또한 국제 유가가 2% 넘게 떨어지면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유로존 경제에는 대체로 긍정적이며, 이는 유로화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유럽중앙은행(ECB) 통치위원회 위원 피에르 분슈는 “이란 분쟁이 6월까지 해결되지 않는다면 ECB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스왑시장은 다음 정책회의인 6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83%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엔화, 원유 급락과 재무장관 발언에 강세

달러/엔 환율은 이날 -0.09% 하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T-note yields)이 낮아진 가운데 엔화는 소폭 강세를 보였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가 2% 하락한 점도 일본 경제와 엔화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또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개입할 의지를 시사한 점도 엔화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엔화가 달러당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떠받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은 최근에도 엔화가 해당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여러 차례 개입한 바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G7 파트너들로부터 이해를 얻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다음 6월 16일 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BOJ)이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81%로 반영하고 있다.


금값은 약세, 은값은 상승…안전자산 수요와 통화정책 기대가 엇갈려

6월물 COMEX 금 선물15.30달러 하락한 온스당 0.34% 내린 반면, 7월물 COMEX 은 선물0.696달러 오른 0.93% 상승했다. 금과 은 가격은 이날 엇갈린 흐름을 보였으며, 금은 7주 만의 저점으로 떨어졌다. 금값은 달러지수가 6주 만의 고점으로 반등한 데 압박을 받았다. 또한 이날 증시 강세로 안전자산 수요가 줄면서 귀금속 매수세도 약화됐다. 여기에 ECB 통치위원회 위원 피에르 분슈가 이란 전쟁이 6월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ECB가 6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한 점도 금값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금의 하락폭은 제한됐다. 은값은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상승했다. 이는 영란은행(BOE) 정책이 예상보다 완화적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귀금속에는 대체로 호재다. 또한 WTI 원유가격이 2%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졌고, 이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을 높여 귀금속에는 우호적이다. 더불어 이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에 진전이 없다는 점도 안전자산 수요를 키워 귀금속 가격을 지지했다.

최근 귀금속 펀드의 청산은 가격에 부담 요인이다. 금 ETF의 롱 포지션 보유 규모는 2월 27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오른 뒤 3월 31일 5개월 1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 ETF의 롱 포지션 역시 12월 23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에 도달한 뒤 5월 5일 9개월 1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갔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는 금값에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PBOC)이 보유한 금 보유량은 4월에 26만 온스 증가해 7,464만 트로이온스에 이르렀으며,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 확대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흐름은 달러 강세가 항상 지속되는 것은 아니며 원유 가격, 지정학적 긴장, 중앙은행 기대가 동시에 환율과 귀금속 가격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가 급락은 미국 달러에는 단기적으로 부담이지만, 유로화와 엔화, 금·은 등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향후에도 이란 관련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거나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가 바뀔 경우, 달러지수와 주요 통화, 귀금속 가격의 변동성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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