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원당과 런던 백설탕 선물가격이 14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달러지수가 2주 만의 최고치로 뛰어오르면서 설탕 선물시장에서 롱 청산이 촉발된 영향이다. 롱 청산이란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하락 신호가 나타나자 보유 물량을 서둘러 되파는 현상을 뜻한다. 달러 강세는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2026년 5월 1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7월물 뉴욕 세계 원당 #11(SBN26)은 전 거래일보다 0.39달러, 2.54% 내린 1파운드당 14.99센트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고, 8월물 런던 ICE 백설탕 #5(SWQ26)은 12.50달러, 2.74% 하락했다. 설탕 선물은 최근 며칠 사이 공급 부족 우려와 달러 흐름이 맞물리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설탕 가격은 글로벌 공급이 더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 한때 1주일 만의 고점을 찍었으나, 이날에는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인도는 국내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9월 30일까지 4개월간 설탕 수출을 금지했다. 또한 브라질의 거래·분석업체 다타그로(Datagro)는 2026/27시즌 세계 설탕 수급이 317만톤(MMT) 부족할 것으로 보는 전망을 제시하며, 기존 226만톤 부족 예상에서 적자를 더 크게 잡았다. 앞서 화요일에는 스톤엑스(StoneX)가 2026/27시즌 글로벌 설탕시장이 55만톤(MT)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2025/26시즌의 230만톤 흑자 전망과 대비된다.
설탕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MMT는 백만톤, MT는 톤을 뜻한다. 수급 전망이 몇십만 톤만 바뀌어도 원자재 시장에서는 가격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설탕은 식품 원료이자 에탄올 생산과도 연결돼 있어, 브라질·인도·태국의 생산 변화가 세계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월요일에는 시티그룹(Citigroup)이 브라질의 2026/27시즌 설탕 생산량을 3,950만톤으로 전망하며, 브라질 국가공급회사 콘압(Conab)이 제시한 4,395만톤보다 낮게 봤다. 시티그룹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휘발유 가격 강세로 브라질 제분소들이 사탕수수의 더 많은 물량을 설탕보다 에탄올 생산에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강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경우 향후 6~12개월 동안 인도와 태국의 설탕 생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실제 생산 흐름도 공급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4월 30일 유니카(Unica)는 2026/27시즌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4월 상반기 설탕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1.9% 줄어든 64만7천톤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제분소들이 설탕 생산을 위해 압착한 사탕수수 비중도 지난해 44.7%에서 32.9%로 낮아졌다. 4월 28일 콘압은 새 시즌 초기 보고서에서 브라질 설탕 생산량이 0.5% 감소한 4,395만2천톤이 될 것으로 보면서, 에탄올 생산은 7.2% 늘어난 292억5,900만리터로 전망했다. 4월 21일 미국 농무부(USDA)도 브라질의 2026/27시즌 설탕 생산을 4,250만톤으로 예상하며, 제분소들이 설탕보다 에탄올용 사탕수수를 더 많이 압착할 것이라고 봤다.
공급망 불안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세계 설탕 무역의 약 6%를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정제설탕 생산에도 제약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주요 해상 운송로로, 원자재와 에너지 물류의 병목이 발생하면 설탕을 포함한 여러 상품 가격에 연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글로벌 잉여분이 예상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가 가격 하단을 받치고 있다. 4월 21일 코브리그 애널리틱스는 2026/27시즌 세계 설탕 잉여 전망치를 기존 140만톤에서 80만톤으로 낮췄다. 4월 20일 설탕 거래업체 차르니코우(Czarnikow)도 2026/27시즌 잉여 전망을 340만톤에서 110만톤으로, 2025/26시즌 잉여 전망을 830만톤에서 580만톤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잉여분 축소는 중장기적으로 설탕 가격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인도에서는 생산 회복 조짐도 확인되고 있다. 4월 16일 인도 협동설탕공장연맹(National Federation of Cooperative Sugar Factories Ltd.)은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4월 15일까지 인도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2,748만톤이라고 밝혔다. 4월 7일 인도 설탕 및 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SMA)는 2025/26시즌 인도 설탕 생산 전망치를 3,240만톤에서 3,200만톤으로 소폭 낮췄고, 수출 전망치는 80만톤으로 제시했다. 인도는 2022/23시즌 늦은 비로 생산이 줄고 국내 공급이 부족해지자 설탕 수출 쿼터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USDA는 4월 30일 인도의 2026/27시즌 설탕 잉여가 250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2년 만의 첫 잉여 전망이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세계 공급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국제당기구(ISO)는 2월 27일 2025-26시즌 세계 설탕 시장이 122만톤의 잉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시즌 346만톤 적자에서 반전된 수치다. ISO는 인도, 태국, 파키스탄의 생산 증가가 잉여 전환을 이끌었다고 설명했으며, 2025-26시즌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 1억8,13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시즌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사상 최대 1억8,931만8천톤에 이를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인간 소비용 설탕 소비량도 1.4% 늘어난 사상 최대 1억7,792만1천톤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말 재고는 전년 대비 2.9% 감소한 4,118만8천톤으로 전망했다. USDA 해외농업국(FAS)은 브라질의 2025/26시즌 설탕 생산이 2.3% 증가한 사상 최대 4,470만톤이 될 것으로 봤고, 인도는 몬순 호우와 재배면적 확대를 바탕으로 25% 늘어난 3,525만톤, 태국은 2% 증가한 1,025만톤으로 예상했다.
핵심은 달러 강세가 단기 하락 압력을 키웠지만, 인도 수출 제한, 브라질의 에탄올 전환,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 그리고 잉여분 축소 전망이 설탕 가격의 중기 지지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이번 기사 작성 시점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에 한하며, 나스닥(Nasdaq) 측은 본문에 담긴 견해가 반드시 자사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향후 설탕 가격은 달러 흐름과 공급 차질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달러지수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매물 부담이 이어질 수 있으나, 생산국들의 수출 규제와 기상 변수, 에탄올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브라질과 인도의 생산 정책 변화는 세계 설탕 시장의 방향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