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이 수요 우려와 재고 증가 부담 속에 이번 주 급락세를 이어갔다. 7월 인도분 ICE 뉴욕 코코아 선물(CCN26)은 금요일 203달러(-5.12%) 하락한 채 마감했고, 7월 인도분 ICE 런던 코코아 7번(CAN26) 선물도 113달러(-3.75%) 내렸다. 뉴욕 코코아는 2주 만의 저점으로 떨어졌고, 런던 코코아 역시 1.5주 만의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다만 런던 시장에서는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2.5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가면서, 파운드 기준으로 가격이 표시되는 코코아의 하락 폭이 일부 제한됐다.
2026년 6월 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에는 세계 7위 초콜릿 제조업체인 배리 칼리보트(Barry Callebaut)가 이번 주 제시한 수정 가이던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당초 예상보다 초콜릿 판매량 회복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는 신호를 내놨고, 이는 초콜릿 수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코코아는 초콜릿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에, 초콜릿 판매 전망이 둔화될수록 원재료 수요 기대도 약해지는 구조다.
코코아 선물 시장은 ‘수요 약세’와 ‘공급 불안’이 동시에 맞물린 상태다. ICE 코코아 재고는 금요일 292만9,074포대로 늘어나 1.7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재고 증가와 선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이는 가격 하락 압력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포대(bags)는 코코아 원두를 세는 단위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는 재고 추적의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반면 중기적으로는 기상 불안이 하방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 엘니뇨(El Niño) 기상 패턴이 형성되면 서아프리카 지역에 더 덥고 건조한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코코아 생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금부터 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2%로 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도 67%로 제시됐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전 세계 기상 패턴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서아프리카의 강수량과 작황에 직접적인 변수가 된다.
시장에는 2026/27년 서아프리카 코코아 작황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도 가격 지지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조사에서는 코코아 나무의 열매 맺힘이 평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10월에 시작되는 본수확(main cocoa harvest)의 전망이 약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본수확은 코코아 시장의 연간 공급을 좌우하는 핵심 시즌이어서, 초기 생육 지표가 부진하면 향후 가격에는 상승 압력이 붙을 수 있다.
그러나 공급 측면의 다른 지표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누적 수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의 현 마케팅 연도 동안 농가가 항구로 보낸 코코아는 총 166만 톤(MM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또 코트디부아르는 5월 14일 2025/26 시즌 코코아 인도 예상치를 기존 180만~190만 톤에서 220만 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양호한 날씨를 이유로 든 것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 중 하나로, 이 같은 수출 증가와 생산 상향은 국제 가격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
초콜릿 소비가 견조하다는 신호는 가격을 받치는 요소다. 허쉬(Hershey)와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의 최근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으며, 고물가 환경에서도 초콜릿 수요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Circana는 4월 14일 발표에서 3월 22일로 끝나는 최근 13주 동안 북미 초콜릿 캔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초콜릿 소비가 완전히 흔들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둔화 조짐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코코아 공급 과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가격 지지 요인이다. 원자재 중개업체 스톤엑스(StoneX)는 4월 29일 예상 엘니뇨로 인한 서아프리카 작황 위험을 반영해 2026/27년 글로벌 코코아 잉여 전망치를 26만7,000톤에서 14만9,000톤으로 낮췄다. 또한 2025/26년 글로벌 잉여 전망도 28만7,000톤에서 24만7,000톤으로 하향했다. 잉여 규모가 줄어들수록 시장은 공급 완화보다 타이트한 균형에 무게를 두게 된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는 글로벌 코코아 공급망을 교란하며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해협 봉쇄는 비료 공급을 줄이고, 세계 해상 운임·보험료·연료비를 끌어올려 코코아 수입업체의 비용을 높인다. 코코아가 아프리카 서부에서 주로 생산되고 유럽·북미·아시아로 운송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물류비 상승은 최종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코코아 수요 부진은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북미 제과협회(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는 4월 23일 발표에서 1분기 북미 코코아 분쇄량(grindings)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10만6,087톤이라고 밝혔다. 유럽코코아협회(European Cocoa Association)도 1분기 유럽 코코아 분쇄량이 32만5,895톤으로 7.8%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6% 감소보다 더 큰 폭이며 17년 만에 가장 낮은 1분기 수준이었다. 반면 아시아코코아협회(Cocoa Association of Asia)는 1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22만3,503톤으로 예상과 달리 5.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쇄량은 초콜릿과 코코아 제품 생산 과정에서 원료 코코아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최종 수요를 가늠하는 데 중요하다.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공급 감소도 가격에는 우호적이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목요일 나이지리아의 4월 코코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1만4,921톤이라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25년 작황에 대한 예상치 34만4,000톤보다 낮은 수치다.
서아프리카의 최근 강우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가뭄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홍수·가뭄 모니터(African Flood and Drought Monitor)에 따르면 3월 29일 기준 코트디부아르의 절반 이상, 가나의 약 3분의 2에 가뭄 상태가 퍼져 있었다. 이 지역은 세계 코코아 공급의 핵심 산지라는 점에서, 기후 변화와 강수 부족은 국제 가격 변동성의 핵심 변수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농가 가격 정책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가나는 2월 2025/26 재배 시즌 공급분에 대해 농민에게 지급하는 공식 가격을 거의 30% 삭감했고, 코트디부아르도 3월 중간 수확(mid-crop) 시즌에 적용될 농가 지급액을 57% 낮추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생산량은 전 세계 코코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농가 수취 가격이 낮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수출 가격과 공급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의 민감도가 크다.
강세 재료도 여전히 남아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2025/26년 자국 코코아 생산이 전년 대비 10.8% 감소한 165만 톤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라보뱅크(Rabobank)는 2월 10일 2025/26년 글로벌 코코아 잉여 전망치를 11월의 32만8,000톤에서 25만 톤으로 하향했다. 더 나아가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지난 금요일 2024/25년 글로벌 코코아 잉여 전망치를 3월의 7만5,000톤에서 4만8,000톤으로 낮췄다. 이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잉여가 나타나는 해에 대한 전망이지만, 규모는 예상보다 축소된 것이다. ICCO는 2024/25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472만3,0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종합하면 코코아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재고 증가와 수요 둔화 우려에 눌리고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엘니뇨 가능성, 서아프리카 가뭄, 주요 생산국의 생산 감소 전망 등으로 하단이 완전히 열려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날씨, 분쇄량 추이, 그리고 글로벌 잉여 규모의 추가 조정이 향후 가격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주요 용어 설명
분쇄량(grindings)은 코코아 원두를 초콜릿·코코아 제품 생산을 위해 실제로 얼마나 가공했는지를 뜻하며, 수요의 대표적인 지표다. 마케팅 연도는 농산물·원자재 거래에서 수확과 유통 주기를 기준으로 잡은 회계 연도 개념이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전 세계 기상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며, 서아프리카 코코아 작황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핵심 포인트: 코코아 가격은 수요 둔화와 재고 증가로 약세를 보였지만, 기후 리스크와 공급 축소 가능성이 중장기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