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기술주 급락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S&P 500 지수(SPX)는 이날 1.00% 내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IA)는 0.26% 하락했다. 나스닥 100 지수(QQQ)는 2.08%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다. 6월물 E-미니 S&P 선물(ESM26)은 1.11% 내렸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NQM26)은 2.28% 하락했다.
2026년 6월 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100은 모두 2주 만의 저점으로 밀렸다. 투자자들이 이번 주 초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인공지능(AI) 인프라 및 반도체 종목에서 자금을 빼내는 흐름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브로드컴의 칩 매출 전망이 시장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AI 관련 종목 랠리가 지나치게 앞서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기술주는 장중 내내 하방 압력을 받았다. 장기 청산과 차익 실현이 동시에 나타난 점도 약세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기 청산(long liquidation)은 보유 중인 포지션을 정리하며 매물을 내놓는 흐름을 뜻하고, 차익 실현은 이미 오른 종목을 팔아 수익을 확정하는 매매를 의미한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비중이 높았던 만큼, 이 같은 매도는 지수 전반의 변동성을 빠르게 키우는 특징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열풍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반도체 업종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국면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가 하락은 미국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한 점으로도 확대됐다. 5월 비농업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 8만8,000명 증가를 크게 상회했다. 4월 비농업 고용은 기존 11만5,000명 증가에서 17만9,000명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 5월 실업률은 4.3%로 예상에 부합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4% 올라 모두 시장 전망과 같았다.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오자,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보다 인상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주 만의 고점인 4.54%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와 기술주에 대한 압박이 한층 커졌다. 9월물 10년 만기 국채선물(ZNU6)은 16틱 하락했고, 수익률은 7.1bp 오른 4.553%를 기록했다. 유럽 국채시장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주 만의 고점인 3.051%까지 올랐고,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4.907%로 0.9bp 상승했다. 유로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기존 발표치보다 낮춰져 분기 대비 -0.2%, 연율 기준 0.3%로 수정됐다.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정책회의인 6월 11일에는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스와프 시장에서 98% 반영되고 있다.
국제 유가도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이 임시 평화협정에 대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무장세력의 충돌은 레바논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 휴전이 먼저 이뤄져야 미국의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협상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협상이 이란과의 ‘최종 단계’에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반면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중재국을 통한 메시지 교환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이날 국제 유가는 2% 넘게 하락했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S&P 500 편입 기업 494곳 가운데 83%가 1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전망으로, 이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지수 전체의 이익 성장은 대형 기술주의 기여도가 매우 크다는 의미이며, 최근 기술주 조정이 이어질 경우 시장 전체의 이익 기대도 흔들릴 수 있다.
해외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스톡스 50은 0.56%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0.74%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1.31%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외국 증시로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질 경우 달러와 국채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기술주와 고밸류에이션 성장주는 금리와 실적 가이던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 종목별 움직임을 보면,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의 조정이 두드러졌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7% 넘게 떨어져 S&P 500 구성 종목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컸고, ARM 홀딩스(ARM)는 나스닥 100 하락률 1위를 기록하며 7% 이상 내렸다. ON 세미컨덕터(ON), 인텔(INTC), 마벨테크놀로지(MRVL), AMD(AMD)는 모두 6% 넘게 하락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 NXP세미컨덕터(NXPI), 샌디스크(SNDK), 퀄컴(QCOM), KLA(KLAC)도 5% 이상 내렸고, 램리서치(LRCX),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브로드컴(AVGO), ASML(ASML),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 웨스턴디지털(WDC)도 4% 이상 하락했다.
가상자산 관련 종목도 동반 급락했다. 비트코인(^BTCUSD)은 20개월 만의 저점에서 4% 넘게 떨어졌고, 이에 연동된 갤럭시디지털홀딩스(GLXY)는 11% 넘게 하락했다. 마라홀딩스(MARA)는 9% 이상, 라이엇플랫폼즈(RIOT)는 8% 이상, 스트래티지(MSTR)는 7% 이상, 코인베이스글로벌(COIN)은 6% 이상 내렸다. 비트코인 약세는 위험자산 선호 약화의 신호로 읽히며, 레버리지와 유동성에 민감한 종목들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광업주도 금·은·구리 가격 하락 여파로 급락했다. 코어마이닝(CDE)과 헤클라마이닝(HL)은 9% 넘게 떨어졌고, 서던코퍼(SCCO)는 8% 이상 하락했다. 프리포트맥모란(FCX)과 앵글로골드아샨티(AU)는 6% 이상 밀렸으며, 뉴몬트(NEM)와 배릭마이닝(B)도 5% 넘게 내렸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광산주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목표치를 낮춘 개별 종목도 약세를 보였다. 가이드와이어소프트웨어(GWRE)는 4분기 구독·지원 매출 전망치를 2억5,900만달러~2억6,5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중간값이 시장 예상치 2억6,360만달러를 밑돌면서 8% 넘게 하락했다. 룰루레몬 애슬레티카(LULU)는 2027년 순매출 전망치를 기존 113억5,000만달러~115억달러에서 110억달러~111억5,000만달러로 낮췄고, 이는 시장 예상치 114억9,000만달러에도 못 미쳐 6% 이상 하락했다. 도큐사인(DOCU)도 연간 조정 총이익률 전망치를 81.5%~82%로 제시했으나 중간값이 시장 예상치 81.8%보다 낮아 4% 넘게 내렸다. 피서브(FISV)는 BNP파리바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46달러로 제시하면서 3% 이상 하락했다.
반면 일부 종목은 실적과 전망 상향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G-III 어패럴 그룹(GIII)은 2027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2.15달러~2.25달러로 올리면서, 기존 2.00달러~2.10달러와 시장 예상치 2.09달러를 모두 웃돌아 9% 넘게 상승했다. 쿠퍼컴퍼니스(COO)는 2분기 순매출이 10억8,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0억5,000만달러를 넘어 S&P 500 내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7% 넘게 올랐다. 서비스타이탄(TTAN)도 1분기 매출이 2억6,880만달러로 예상치 2억5,670만달러를 상회해 7% 이상 상승했다. 아르간(AGX)은 1분기 매출 2억9,100만달러가 예상치 2억5,600만달러를 웃돌며 6% 이상 올랐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CMG)은 JPMorgan Chase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35달러로 제시한 뒤 4% 이상 상승했다. 사스마라(IOT) 역시 1분기 매출이 4억7,880만달러로 예상치 4억5,520만달러를 넘어서며 1% 이상 상승했다.
한편 2026년 6월 5일 발표 예정 실적 기업은 ABM 인더스트리스(ABM), G-III 어패럴 그룹(GIII), 라이프존 메탈스(LZM)다. 이번 장세는 기술주 밸류에이션 조정, 금리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변동이 동시에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금리 민감주에서 빠져나가면서, 향후 시장은 실적 가시성과 가이던스 신뢰도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