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 동맹국에 위기 상황에서 제공해 온 군사 지원을 크게 줄일 계획이라고 독일 매체 슈피겔이 26일 보도했다. 축소 대상에는 전투기, 전함, 공중급유기가 포함되며,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위기 대응 능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6년 5월 2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의 특사가 지난주 후반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회원국 고위 당국자들에게 이 계획을 이미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알렉산더 벨레즈-그린 미 특사가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전투기 수가 3분의 1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은 전략폭격기 제공 규모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려는 방침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폭격기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대형 폭격기를 의미하며, 공중급유기는 비행 중 다른 항공기에 연료를 공급해 작전 반경을 넓히는 항공기다. 전함과 잠수함의 제공 축소 역시 해상 억지력의 가용 범위를 줄이는 조치로 해석된다. 슈피겔은 미 해군도 나토에 제공하는 구축함 수를 줄일 예정이며, 미국은 더 이상 동맹에 잠수함을 제공할 의도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 변화가 현실화되면 유럽은 정찰용 드론까지 자체적으로 더 많이 확보해야 하며, 미국은 무장형 드론 제공도 대폭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은 앞으로 자체적인 정찰 역량과 무인기 전력을 더 많이 보강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찰 드론은 전장과 국경 감시, 표적 확인 등에 활용되는 무인 항공기다. 특히 무장형 드론은 정찰 기능에 더해 공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어, 공급 축소는 유럽 각국의 단기 전력 공백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나토는 회원국 간 병력과 장비를 신속히 묶어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위기 시 미국이 제공하는 핵심 자산이 줄어들 경우 유럽의 자주적 방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도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 나토 동맹국들에 위기 상황에서 동맹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역량의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알릴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유럽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이스라엘 전쟁과 이란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지 않는 점도 불만으로 드러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독일 주둔 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워싱턴이 상호방위조약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상호방위조약은 한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도록 한 집단안보의 핵심 원칙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방침은 단순한 장비 조정이 아니라, 나토 내부의 부담 분담 구조와 유럽 안보 전략 전반에 대한 재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슈피겔은 미국이 6월 초 전력 생성 회의(force generation conference)에서 추가 세부 사항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영향을 놓고 보면, 미국의 지원 축소는 유럽 방위산업과 역내 군비 확충 논의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전투기·폭격기·구축함·잠수함과 같은 고가의 전략자산을 각국이 개별적으로 확보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 증액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으며, 유럽 내에서는 자체 방위 역량 강화와 미국 의존도 축소를 둘러싼 논의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위기 대응 시 동맹의 가용 전력이 줄어드는 만큼, 억지력과 작전 유연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