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은 변동성이 크지만, 브로드컴, 알파벳, ASML은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종목이라고 판단된다. 세 기업 모두 강력한 경쟁력과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갖춘 와이드 해자(wide moat) 기업으로 평가된다. 해자는 기업이 경쟁사로부터 시장 지위를 쉽게 빼앗기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적 장벽을 뜻한다.
2026년 5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기술주는 최근 큰 폭의 등락을 보였고, 필자의 포트폴리오 역시 AI 주식 비중이 높아 상당한 흔들림을 겪었다. 다만 시장이 조정받는 상황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정상적인 흐름이며, 가장 좋은 대응은 장기적으로 믿을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글은 그러한 관점에서 조정장에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3개 AI 주식을 소개한다.
AI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데이터 분석, 생성형 모델,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등 여러 기술 층을 포괄한다. 따라서 개별 종목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AI 관련 매출 여부만이 아니라, 어느 층을 장악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위치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브로드컴, 알파벳, ASML은 각각 반도체 설계, 플랫폼 및 데이터 인프라,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라는 서로 다른 핵심 영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1. 브로드컴
맞춤형 AI 칩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가장 많은 비용을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는 자신들의 특정 요구에 맞춰 설계된 칩을 원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거대 기술기업을 뜻한다.
브로드컴(나스닥: AVGO)은 맞춤형 AI 가속기 시장의 선도 업체다.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이르며, 기술 대기업들이 점점 더 맞춤형 실리콘을 선택하면서 회사의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AI 매출은 2026 회계연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84억 달러를 기록했고, 총 순매출은 29% 늘어난 193억 달러로 집계됐다.
브로드컴의 고객에는 알파벳(나스닥: GOOG, GOOGL), 메타 플랫폼스, 오픈AI, 앤스로픽, 그리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두 개의 하이퍼스케일러가 포함된다. 최근 모틀리풀의 조사에 따르면 알파벳과 메타는 데이터센터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네 개 기업 가운데 두 곳이다. 이는 브로드컴의 매출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도 2027년에는 칩 부문에서만 AI 매출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는 가시성이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의 해자는 단기 계약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깊다. 맞춤형 AI 칩 설계는 여러 해에 걸친 사업이며, 브로드컴과 메타는 지난달 협력 관계를 2029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일단 기업이 브로드컴 기술을 채택하면 교체 비용이 크고 전환도 쉽지 않아, 고객 이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 같은 구조는 AI 투자 심리가 흔들릴 때에도 브로드컴의 방어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핵심 포인트: 브로드컴은 맞춤형 AI 칩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을 보이며, 2026 회계연도 1분기 AI 매출이 84억 달러로 106% 증가했다.
2. 알파벳
기술 기업 가운데 알파벳만큼 여러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가진 회사는 많지 않다. 핵심 자산인 구글 검색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 매출은 60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는 크롬이 각각 3분의 2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AI 분야에서 알파벳은 풀스택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AI의 한 층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칩, 데이터센터, 배포 채널까지 여러 단계를 직접 통제하는 전략이다. 다른 AI 종목들이 인프라나 모델 중 한 부분만 장악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알파벳은 브로드컴의 도움을 받아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기존 제품과 서비스라는 강력한 배포망까지 갖추고 있다.
재무 체력도 알파벳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알파벳은 지난 12개월 동안 644억 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고, 대차대조표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268억 달러 있다. 이는 장기부채 전액을 상환하기에도 충분한 수준이다. 시장이 조정받더라도 현금이 풍부한 기업은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서 더 큰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 방어력이 높다.
알파벳은 검색과 모바일, 브라우저, 클라우드 등에서 이미 강력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AI 기능을 접목할 때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이는 AI 경쟁이 격화될수록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주의 급락 국면에서도 본업의 현금창출력과 AI 확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ASML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나스닥: ASML)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단계 가운데 하나인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전문으로 한다. 리소그래피는 반도체 회사들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대량으로 새기는 공정이다. 쉽게 말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정밀한 ‘도장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최첨단 AI 칩을 제조하려면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가 필요하다. ASML은 사실상 이 분야에서 유일한 공급자에 가깝다. ASML은 2023년 이후 EUV 리소그래피 시장에서 거의 100%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으며, 경쟁사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장비의 기술 장벽이 매우 높고, 공급망과 노하우, 특허 축적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ASML의 최신 장비인 High NA EUV는 분해한 뒤 고객사까지 보잉 747기 7대에 나눠 실어 옮겨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개당 가격은 4억 달러를 넘는다. 이러한 초고가 장비 특성상 분기별 실적은 주문 시점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실제로 ASML은 2026년 1분기 순매출 88억 유로(10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53%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는 2025년 4분기의 97억 유로보다 낮은 수치였는데, 회사는 몇 건의 주문이 다음 분기로 미뤄지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연간 가이던스 상향이다. ASML은 2026년 전체 순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높인 360억~400억 유로로 제시했다. 2025년 순매출은 327억 유로였으며, 이번 전망치의 중간값인 380억 유로는 연간 기준 16% 증가에 해당한다. 이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장비 수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 포인트: ASML은 EUV 리소그래피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2026년 연간 순매출 전망을 360억~400억 유로로 상향했다.
브로드컴, 알파벳, ASML은 모두 경기 둔화나 시장 조정 국면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AI 투자 열기가 식더라도 이들 기업의 사업 구조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브로드컴은 맞춤형 AI 칩 확산의 수혜를, 알파벳은 검색과 클라우드, AI 배포망의 시너지를,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의 필수 장비 공급이라는 절대적 위치의 수혜를 각각 누릴 수 있다.
다만 AI 주식은 여전히 기대가 선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향후 주가 흐름은 금리 수준,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 반도체 공급망, 기업들의 CAPEX설비투자 계획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기 조정에 흔들리기보다 기업별로 시장 점유율, 현금흐름, 전환 비용, 기술 장벽을 함께 살펴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강한 해자를 가진 종목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방어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이 기사에서 제시한 핵심 메시지다.
※ 본문에는 AI 반도체, 하이퍼스케일러, EUV 리소그래피 등 일반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용어가 포함돼 있어, 각 용어의 의미를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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