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재개 기대로 하락했다. 2026년 6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CL M26)은 금요일 거래 마감에서 -3.13달러(-2.98%) 하락 마감했고, 6월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RB M26)은 -0.0198달러(-0.55%) 하락 마감했다.
2026년 5월 2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장 초반의 상승분을 반납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3년 9개월(약 3.75년) 만의 고점에서 하락했다.
원유 가격은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가 미국이 접근 방식을 바꾸고 “과도한 요구, 위협적 언사, 도발적 행동을 피할 경우” 이라면 이란이 미국과의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이후 협상 재개 기대가 높아지며 하락 압력을 받았다.
금요일 초반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navial blockade)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유 가격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이와 맞물려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카멘네이(Mojtaba Khamenei)는 이란이 핵·미사일 기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의 지배권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배경과 현황:
에너지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통행 차단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는 전 세계 물동량의 약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지역의 원유 생산이 약 1450만 배럴/일(bpd) 수준으로 감축됐고, 현재의 유통 차질로 인해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4.99억 배럴이 감소했으며 이 수치는 6월에는 10억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현지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약 6% 수준의 생산 감축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은 4월 13일부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란 항구를 오가거나 방문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해협에 대한 미 해군의 봉쇄가 “완전 가동된 상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쇄 이전인 3월에는 이란이 약 170만 bpd를 수출할 수 있었다.
한편, 2026년 5월 1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UAE는 카르텔 내 3위의 생산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OPEC 탈퇴는 해당국이 OPEC의 생산쿼터 제약 없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유 공급 증가 가능성을 열어두어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기구와 공급 차질의 수치적 근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기준으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1300만 bpd의 공급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IEA는 또한 이번 분쟁으로 인해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4월 5일 OPEC+는 5월에 20만6천 bpd의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생산을 줄이고 있어 이 같은 증산 계획의 실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bpd 규모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려 했으나 아직 82만7천 bpd가량의 복구가 남아 있다. OPEC의 3월 원유 생산은 -756만 bpd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치인 2,205만 bpd를 기록했다.
또한, 에너지 데이터 업체 Vortexa는 4월 24일로 끝난 주간 기준으로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25% 증가해 1억5,311만 배럴로, 최근 3개월 내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최근 미 중개 회담으로 시도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을 위한 제안은 조기 종료됐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장기 합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갈등이 지속되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원유 가격의 상방 요인이 된다.
지난 10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30개 이상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목표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해 왔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4월 정제 유가(원유 정제 처리량)는 하루 평균 469만 bpd로 16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11월 이후 우크라이나는 발트해에서 적어도 여섯 척의 유조선을 드론·미사일로 공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재고와 설비 현황: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공개한 4월 24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1)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계절 평균 대비 +1.2% 높았고, (2) 휘발유 재고는 -2.4% 낮았으며, (3) 증류유(디젤 등) 재고는 -10.3%로 5년 평균 대비 크게 부족한 상태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13.586만 bpd로 전주 대비 변화 없었으며, 이는 2025년 11월 7일 기록된 최고치 13.862만 bpd에는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조사에서 5월 1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가동 오일리그(유정) 수는 408대로 전주 대비 +1대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2월 기록된 627대의 정점을 크게 밑도는 추세로, 지난 2년 반 동안 가동 리그 수가 급감했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독자를 위한 보충 설명):
RBOB는 휘발유(블렌딩 전) 선물의 표준 명칭으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선물상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1/5이 통과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예: 러시아)을 포함한 확장 카르텔을 의미하며, 생산 조정으로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위인 bpd는 “배럴 퍼 데이(Barrels Per Day)”의 약자로 하루 생산·수송되는 원유량을 뜻한다.
전망 및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미·이란 협상 재개 기대감이 원유·휘발유 가격의 하방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지속,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생산 차질, 러시아산 원유 제약과 같은 공급 차질 요인들이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어 공급 불안정성이 유지된다면 가격 반등 가능성도 높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정책 결정(예: 5월 3일 화상회의에서의 증산 여부)과 UAE의 OPEC 탈퇴로 인한 생산 확대 가능성, 그리고 각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여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은 상방과 하방 요인이 혼재하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반에는 원유·휘발유 가격 변동이 소비자물가와 물류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특히 휘발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부족한 상태이므로 정유 마진 압박과 소비자 연료비 상승이 나타나면 단기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에너지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부담을 다소 경감시킬 수 있다.
주요 수치 요약:
• 6월 WTI 선물 종가: -3.13달러(-2.98%) 하락
• 6월 RBOB 선물 종가: -0.0198달러(-0.55%) 하락
• 골드만삭스 추정: 페르시아만 생산 약 1450만 bpd 감축, 재고 감소 약 4.99억 배럴 (6월 최대 10억 배럴 가능성)
• IEA 추정 공급 차단: 약 1300만 bpd
• OPEC의 3월 생산: 2,205만 bpd (35년 만의 최저)
• 미국 원유 재고(4월24일 기준): 5년 평균 대비 +1.2%
이상의 수치들과 정세는 원유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한다. 투자자와 정책결정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 OPEC+의 향후 정책,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수출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