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바이엘(Bayer)의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을 둘러싼 소송 문제를 미 연방대법원이 심리하는 가운데, 대다수 미국인이 농약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기업의 소송면책(제품으로 인한 암 등 위해가 밝혀져도 소송을 막는 법적 보호)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4월 25일, 로이터 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 기사 원문은 리아 더글러스(Leah Douglas)와 제이슨 랭(Jason Lange)이 집필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미국 성인 4,55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조사기간은 4월 15일부터 4월 20일이다. 표본오차는 ±2%포인트로 보고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식용 작물에서의 농약 사용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 81%, 공화당 지지층 78%, 무소속(중도) 77%가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응답자의 63%는 기업이 암을 유발하는 제품을 판매할 때 경고를 표기했더라도 소송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조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정당별 반대 비율은 민주당 71%, 공화당 57%, 무소속 61%였다.
바이엘은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와 관련해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수만 건의 소송을 종결시키려 하고 있다. 회사는 연방법이 주(州)법에 우선한다는 연방법 우월(preemption) 원칙을 근거로,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라벨에 그런 경고를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주법에 근거한 추가 경고 요구나 소송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바이엘은 미주리 주 배심원이 내린 평결을 항소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 원고 존 더넬(John Durnell)은 장기간 라운드업에 노출된 뒤 비호지킨 림프종(non-Hodgkin lymphoma)에 걸렸다고 주장했고, 배심원은 $1.25백만(미화 1.25 million)의 배상금을 원고에게 부여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글리포세이트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음(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 점은 바이엘과 정부의 주장 및 법적 쟁점과 직접 연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건에서 바이엘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연방법이 주법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법적 주장을 대법원에 제출했으며, 이는 바이엘에 유리한 판결이 확정될 경우 회사가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피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농업 관련 단체들도 의견서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최대 농민 로비인 전미농업협의회(Farm Bureau) 일부 주(州) 지부는 대법원에 제출한 법률 의견서에서 바이엘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회사가 책임 위험 때문에 제품 판매를 중단할 수 있으며, 이는 농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함의도 크다. 여론조사 결과와 기업 책임 보호에 대한 반대 여론은 공화당에게 11월 중간선거에서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화당은 상·하원에서의 근소한 다수 의석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므로 정책·법률적 입장 차이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일부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운동 등 건강·식단 개선 이슈를 통해 중간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여진 행정부의 바이엘 지지는 농약 문제에 민감한 MAHA 지지층 일부를 소외시켰다. 일부 MAHA 지지자들은 대법원 건물 앞에서 항의 집회를 계획했다.
MAHA와 연계된 옹호단체 관계자 켈리 라이어슨(Kelly Ryerson, 소셜미디어 명칭 “The Glyphosate Girl”)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4월 9일 만났다고 밝히며, 글리포세이트 문제가 MAHA 유권자들에게 중요하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라이어슨은 또한 트럼프가 MAHA 표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사안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MAHA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라이어슨은 월요일 집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집회에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바니 하리(Vani Hari, ‘The Food Babe’), 반백신 운동가 델 빅트리(Del Bigtree), 민주당 하원의원 첼리 핑리(Chellie Pingree) 등이 연사로 예정돼 있다고 알려졌다.
제품 경고 라벨 문제도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쟁점은 연방 당국이 이미 제품의 안전 라벨을 승인한 경우에도 주(州) 법률을 근거로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불충분한 경고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다. 바이엘은 EPA가 위험을 인정하지 않았고 추가 경고를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주법에 근거한 경고 의무 부과는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연방법이 허용하지 않는 범위까지 제품에 경고를 추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세부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는 화학물질이나 식품첨가물, 그리고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식수에 미치는 건강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광범위한 우려는 농약 문제뿐만 아니라 식품 안전과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제초제의 주성분이다. 농업 현장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데 많이 쓰이며, 라운드업이 대표적 제품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발암 위험 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기구로, 2015년에 글리포세이트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음’으로 분류했다. 반면 EPA는 미국 내 규제 당국으로서 제품의 안전성·표시·허가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기관이다. 법률적 쟁점에서 연방법 우월(preemption)은 연방법이 주법과 충돌할 때 연방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회사의 법적 책임 문제를 넘어서 규제·법률·정치·농업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 대법원이 바이엘 측 손을 들어주면, 기존 대규모 집단소송과 개별 배상청구의 상당 부분이 법률적 근거를 잃거나 축소될 수 있어 기업의 소송비용 및 배상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농약 생산 및 유통에 대한 불확실성은 완화될 수 있지만, 반대 판결이 나오면 바이엘과 유사한 처지의 제조사들은 더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연방법과 규제기관의 권한 범위, 제품 라벨링 기준, 소비자 보호와 기업 책임 사이의 균형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국면에서는 농약·식품 안전 문제가 유권자 민감 사안으로 부상할 수 있으며, 특히 MAHA와 같은 건강 중심의 운동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농업 경제 측면에서는 만약 바이엘이 소송 위험으로 인해 특정 제품의 판매를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면, 일부 농민들은 대체 제초제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이듯 국민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규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 강화 요구도 커질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대체제 개발, 라벨링 강화, 안전성 재평가 등 시장·규제 양면에서 변동성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은 단기적으로는 소송 리스크와 기업·농민 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고, 중장기적으로는 규제정책·소비자신뢰·정치적 쟁점화 과정을 통해 농업·식품·화학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판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