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 15일에 종료되는 가운데, 그의 유산은 통화정책 운용뿐 아니라 의회와의 관계를 다시 다지는 데에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5월 1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직전 후임자들은 위기 국면에서 과감하게 대응하고, 금리 결정을 향해 위원회를 이끌며, 중앙은행 전략 변화까지 총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법조인 출신이자 전직 사모펀드 투자자인 파월 의장 역시 이러한 역할을 임기 동안 익혀야 했다.
파월 의장은 8년에 걸친 격변의 재임 기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와 시장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전례 없는 속도로 채권을 매입했다. 이후에는 보건 위기 뒤 찾아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 운영 원칙을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바꿨고, 이전의 어떤 미 연준 수장보다 더 자주 연준의 조치와 의도를 대중에게 설명했다.
연준의 정책 도구와 메시지 전달 방식이 크게 달라진 가운데, 파월 의장을 특별하게 만든 요소는 의회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물밑 노력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최고 수장으로서 파월 의장은 시장 금리와 통화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동시에, 그 결정이 정치권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구조 속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방어해야 했다.
워싱턴 인근 출신이자 협상가, 재무부 관료, 싱크탱크 분석가 경력을 거쳐 연준에 합류한 파월 의장은, 경제학 박사이자 노벨상 수상자 수준의 연구 성과를 지닌 재닛 옐런 전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의장보다도 정치권과의 관계 형성에 더 자연스러운 성향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사에서는 설명했다. 다만 이는 단순한 사교가 아니었다. 파월 의장은 의회를 연준의 핵심 감독·책임 부여 주체로 인식했고, 의장 취임 초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은 뒤에는 외부 압력, 특히 백악관의 압박으로부터 연준의 권한을 지키는 최후의 방벽으로도 의회를 바라봤다.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조교수 토머스 드레첼의 최근 연구는 공개 일정표를 바탕으로 연준 의장들의 회동을 분류한 결과, 파월 의장이 옐런 전 의장과 버냉키 전 의장보다 의회와 훨씬 더 빈번하게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의원들과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 역시 법조인 출신으로, 외교적 감각이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향후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될 경우 연준의 주요 감독위원회 구성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 파월 의장과 유사한 방식의 의회 관리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모든 이들의 호감을 산 것은 아니었다. 오하이오주 공화당 소속 베르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2025년 상원 은행위원회 발언에서 파월 의장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지난해 두 차례의 면담 이후에도 자신의 견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레노 의원은 파월 의장을 두고
“매우 정치적(hyperpolitical)이며, 이는 연준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
고 주장했는데, 이는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흔히 나오는 비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드레첼 교수는 숫자 자체가 파월 의장의 행보를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몇 주 동안 핵심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분쟁에서 파월 의장을 지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해 제기했다가 철회한 형사 수사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파월 의장과 접촉해 온 의원들의 역할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말하는 형사 수사는 범죄 혐의 여부를 따지는 수사로, 중앙은행 수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법적 쟁점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레첼 교수의 집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재임 기간 동안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11차례 회동했다. 그리고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던 시점, 틸리스 의원은 행정부가 해당 수사에서 물러설 때까지 케빈 워시 지명에 대한 보류를 걸었다. 이는 연준 인사와 의회 권력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드레첼 교수는 이에 대해
“체계적이었다. 아마도 파월의 배경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버냉키와 옐런은 학자들이었다. 하지만 정치 환경을 감안하면 그가 그렇게 자주 교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의 해석은 파월이 연준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파월 의장의 임기는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거시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연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조율 능력까지 시험받은 시기였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와 자산매입 같은 정책 수단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의회와의 신뢰 형성 역시 향후 통화정책의 실행력과 제도적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파월 의장의 사례는 차기 연준 지도부에도 정책의 정당성, 의회와의 소통, 그리고 독립성 방어가 함께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