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쌀쌀한 봄날이던 2017년, 제롬 파월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역사와 제도적 균형에 관한 강연을 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차로 짙은 산안개를 뚫고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West Virginia University)까지 왕복 6시간을 이동했다. 당시 그는 2011년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된 상태였으며, 대학 강의실에서 했던 논의는 곧 통화정책 논쟁의 핵심으로 옮겨갔다.
2026년 4월 2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파월의 임기는 수요일 열리는 정책회의를 마지막으로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대학 강연에서 제기된 추상적 논제들은 이후 8개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현실 정치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이후 트럼프와의 갈등은 연준 독립성에 관한 불협화음을 남겼고, 그 불협화음은 파월 임기 종료 시점까지 계속 울려 퍼졌다.
초기 실수와 대통령의 불만
파월은 2018년 2월 재닛 옐런의 뒤를 이어 연준 의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 이하였고, 실업률은 건강한 수준인 4.1%를 기록했으며 경제성장은 몇 년간의 부진을 벗어나 가속화 조짐을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로 재정부양이 있었고 수입 관세 부과는 물가 상승 우려를 낳았다. 파월은 옐런의 기조를 이어받아 낮은 수준에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트럼프는 취임 5개월쯤 지난 시점에 CNBC에서 “우리가 경제에 투입한 모든 노력이 있는데 금리가 오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파월은 이를 무시했으나, 같은 해 가을 PBS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측면에서 ‘중립 수준(neutral point)’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a long way”)고 발언하면서 시장을 흔들었다. 이어 12월에는 연준의 자산 축소(balance sheet reductions)가 “자동조종(automatic pilot) 상태”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기대와 엇갈리는 유연성 부족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는 그를 해임하는 것을 고려했고, 파월은 연준 의장으로서 발언의 무게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팬데믹 대응과 ‘금지선(red lines)’의 돌파
파월의 기록을 논할 때 팬데믹에 대한 연준의 대응은 피할 수 없는 핵심이다. 2020년 초 시작된 연준의 조치는 대담하면서도 역사적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 파월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순간으로 판단했고, 의회의 부양책과 행정부의 지원 노력을 지지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단기간에 제로(near-zero)에 가깝게 내려갔고, 연준은 수조 달러 규모의 국채 및 증권 매입을 단행했으며, 재무부와 협의해 통상적인 중앙은행 활동을 넘어선 다양한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우리는 많은 금지선을 넘었다(We crossed a lot of red lines),”라고 파월은 2020년 5월 프린스턴대학교 행사에서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고 나서 이후에 해결한다(figure it out afterward)”고 덧붙였다.
이른바 “사후 해결(figure-it-out)” 단계에서는 정치적 비판도 따랐다.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지명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Kevin Warsh)는 파월의 포괄적 자산 확대와 정부 지출 촉진을 고(高)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치적 과잉이라 비판했다.
급등한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 낮은 실업률
팬데믹 기간 연준은 정책기조를 재설계했다. 파월은 2010년대의 관찰을 바탕으로 낮은 실업률이 노동자 임금과 자산을 개선하더라도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정책에 반영했다. 2020년 8월 파월은 과거처럼 고용시장이 ‘타이트’해 보인다고 해서 선제적으로 물가를 억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1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초기에는 이를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폄하했고, 이 단어는 그가 후에 후회한 표현이 됐다.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의 고점에 달하자 파월은 2022년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리 인상은 보다 엄중한 어조와 함께 진행됐다. 파월은 2020년대 초 고용 우선(job-first) 정책을 주도한 지 2년 뒤, 와이오밍 잭슨홀(Jackson Hole) 연례연구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성장 둔화와 고용 약화라는 일부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학자와 연준 내부에서도 그 시기 정책의 기본 전제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연준은 2020년의 정책 변화를 되돌렸으나, 그러한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파월 임기 하 연간 평균 실업률은 4.6%로 직전 전임자들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3.09%로 연준 목표치보다 한 퍼센트포인트 이상 높았다. 비교 지표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 시기와 비교하면 파월의 재임 기간은 평균 실업률이 1%포인트 낮고 평균 인플레이션은 약 0.6%포인트 높은 결과였다.
트럼프 이후의 마무리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말 파월을 2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음에도, 파월은 이번에 다시 트럼프의 불호(不好) 속에서 임기를 마감하게 됐다. 이번에는 연준 이사 리사 쿡(Lisa Cook)의 해임 시도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되어 이번 달 막바지에 종결된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을 둘러싼 형사 수사가 배경에 있었다.
파월은 이 수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는 1월에 공개한 비디오에서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도를 따르기보다 공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 결과”라고 밝히며 수사에 대해 반박했다. 이 발언은 의회 내 지지 결집을 이끌어내며 그가 스스로의 방식으로 연준 의장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용어 설명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핵심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다. 중립금리(neutral rate)는 통화정책이 경제를 자극도 억제도 하지 않는 균형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자산 축소(balance sheet reductions)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나 모기지증권을 회수해 시장에서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이다. 잭슨홀 회의는 매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국제 통화정책 연구자와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회의로, 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가 나오기도 한다. 연준의 대출 프로그램은 금융시장과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임시적 장치로,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기준금리 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시장·경제 전망 및 정책적 함의(전문적 분석)
파월의 임기 종료는 단순한 인사 변동을 넘어 연준의 신뢰성과 독립성,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후임자의 성향(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에 따라 금융시장의 금리 기대는 즉각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매파적 후임은 금리 상방 리스크를 높여 단기 채권 금리와 장기 국채 수익률을 상승시킬 수 있고, 이는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비둘기적 성향의 후임은 완화적 기대를 키워 자산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둘째, 파월의 임기 동안 쌓인 높은 평균 인플레이션(3.09%)과 낮은 실업률(4.6%)이라는 통계적 현실은 향후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딜레마로 남는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확고히 자리잡을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성장 둔화를 심화시키면 정치적 압박이 커져 연준의 독립성 논쟁이 재연될 수 있다.
셋째, 정치적 요인 또한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에 대한 지속적 견제와 과거의 해임 시사, 그리고 리모델링 수사 등은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만약 향후에도 정치적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정책 예측 불가능성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파월의 퇴임은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 영향은 후임의 정책 스탠스와 연준이 향후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신속하게 안정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및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스탠스와 동조화 여부도 글로벌 자본흐름과 환율에 영향을 주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금융환경에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투자자와 기업은 연준 관련 인사 및 의사결정 일정, 연준 위원회의 발언, 그리고 경제지표(물가·고용·성장률)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요약적 결론
제롬 파월의 임기는 트럼프 집권기와 다시 맞물린 채로 마무리된다. 그의 리더십은 팬데믹 대응의 과감함과 이후의 물가 상승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되며, 결과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높은 평균 인플레이션이라는 상반된 흔적을 남겼다. 향후 연준의 정책 경로와 금융시장 반응은 후임자의 성향, 정치적 압력, 그리고 연준의 인플레이션 관리 능력에 좌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