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6월 인도분 WTI 원유(CL M26)는 화요일 종가 기준으로 -4.15달러(-3.90%) 하락 마감했으며, 같은 달 인도분 RBOB 휘발유(RB M26) 선물도 -0.1176달러(-3.15%)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들 가격은 중동에서의 휴전 정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영향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2026년 5월 6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둘러싼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후퇴했다. 전날인 월요일 미국과 이란군 간의 교전이 있었으나 화요일에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지역에 상대적 평온이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외무장관은 화요일에 미국과의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making progress)“고 밝히며, 호르무즈에서의 사건은 “잠재적 위기에 대해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there’s no military solution to a potential crisis)“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해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한 논의를 위해 화요일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은 중국에 압력을 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도록 설득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는 덧붙였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거의 전량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미국 중앙사령부(US Central Command)는 월요일 성명을 통해 양륙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미국 기(旗) 표시 선박 두 척의 안전한 통과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드론·미사일·무장 소형정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중앙사령부는 미군이 해협 내 항로를 개방했으며, 상업선박을 위협한 소형정을 미군 헬리콥터가 격파했다고 전했다.
다만 원유가격에 대한 지지 요인도 존재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 해군 봉쇄(blockade)를 유지할 계획을 검토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보좌진에게 장기 봉쇄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 지속이 재개전이나 합의 없이 분쟁을 중단하는 것보다 미국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계속된 부분적 폐쇄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봉쇄가 지속되면 글로벌 석유 및 연료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페르시아만의 원유생산이 약 1,450만 배럴/일(14.5 million bpd)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번 혼란으로 글로벌 원유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500 million bbl)가 소진되었고 이 수치는 6월까지 10억 배럴(1 billion bbl)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저장시설 포화로 생산을 약 6% 가량 감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4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이란 항구로 향하거나 이란 항구에서 출항한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봉쇄를 시작한 이후 사정이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해협에서의 미 해군 봉쇄가 “완전 실행 상태로 남을 것(will remain in full force)“이라고 밝힌 바 있다. 봉쇄가 시작되기 전인 3월 이란은 약 170만 배럴/일(1.7 million bpd)을 수출하고 있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는 5월 1일 OPEC 탈퇴를 발표했다. UAE는 카르텔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으로, OPEC을 떠나면 OPEC의 생산 할당(quota)에 구속받지 않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여 유가에 하방압력을 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발표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약 1,300만 배럴/일(13 million bpd)의 글로벌 원유 공급이 차단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분쟁 과정에서 8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었고 회복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방 요인으로는 OPEC+의 증산 계획이 있다. OPEC+는 일요일 발표에서 6월에 원유 생산을 188,000 배럴/일 증산하겠다고 밝혔으며 5월에는 이미 206,000 배럴/일을 증산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총 220만 배럴/일(2.2 million bpd)의 감산을 되돌리려 하고 있으나 현재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인해 사실상 감산 상황에 놓여 있어 증산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은 3월 원유 생산이 -756만 배럴/일(-7.56 million bpd) 하락해 22.05 million bpd로 35년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OPEC은 5월 3일 화상회의에서 생산량 증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 지표로, 에너지 분석업체 Vortexa는 5월 1일로 끝난 주간에 적어도 7일 이상 정체된 선박에 저장된 원유이 전주 대비 +1.4% 증가해 1억4,956만 배럴(149.56 million bbl)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4개월 만의 최고치라고 보고했다.
한편, 유럽·러시아 사안도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중재로 열린 최근 제네바 회담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iy)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하며 조기 종료되지 못하고 조기 종료되면서 끝났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미해결 상태이며, 러시아의 영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장기적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한을 지속시킬 수 있어 원유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할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간 최소 30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제능력을 제한했고 이는 세계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4월 정제 가동률은 일평균 469만 배럴(4.69 million bpd)로 1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한 11월 말 이후 발틱해에서 적어도 6척의 유조선이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받았고,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
시장 예상(consensus)은 수요일 발표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가 -340만 배럴(-3.4 million bbl) 감소했고, 휘발유 재고가 -261만 배럴(-2.61 million bbl)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공개된 EIA 보고서는 4월 24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2% 높고, (2) 휘발유 재고는 -2.4% 낮으며, (3) 증류유(distillate) 재고는 -10.3%로 5년 평균 대비 상당한 부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13.586 million bpd로 전주와 동일해 기록적 고점인 13.862 million bpd에 다소 못 미쳤다(기록일은 11월 7일 주간).
정유업·시추 관련 지표로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5월 1일로 끝난 주간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석유 시추대 수가 +1대 증가해 408대로 집계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4.25년(약 51개월) 최저치인 406대(지난해 12월 19일 주간)에 근접한 수치이며, 2년 반 동안 시추대 수는 2022년 12월의 최고치 627대에서 급감했다.
기사 작성 시점에 본문을 작성한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 대해서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용어 설명
WTI(웨스트텍사스중질유)는 미국의 대표 원유 기준이다. 가격은 달러/배럴 단위로 표시된다. RBOB는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주로 미국 동부 지역의 휘발유 가격을 반영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 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대략 20%가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한다. 배럴/일(bpd)은 하루 동안의 유류 생산 또는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을 의미하며 두 기관 모두 에너지 통계·분석을 제공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들이 포함된 협의체로, 증산·감산 결정을 통해 글로벌 공급을 조절한다. Vortexa는 해상 원유 저장과 흐름을 분석하는 민간 데이터업체이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완화되면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해협 봉쇄의 지속 가능성, 미국의 봉쇄 정책 유지 의지, 이란과 미국 간 비공식·공식 협상의 진전 여부가 유가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공급 측면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추정치와 IEA의 피해·감산 통계가 시사하듯 공급 차질이 상당 수준 누적되어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하방 여지가 제한적이다. 예컨대 글로벌 재고의 대규모 소진과 지역 정제·생산 설비 피해는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확산하면 유가는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의 재고 지표와 정제 가동률, 베이커휴즈의 시추대 수 변화가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이다.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추가적 제재가 이어질 경우 공급 제약은 지속돼 가격 상방 요인이 된다. 반대로 OPEC+의 증산이 실질적으로 시행되고 UAE의 OPEC 탈퇴로 인한 단기 공급 확대가 현실화되면 가격 하락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입안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주시할 것을 권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상황(특히 주요 항로 통과 허용 여부)과 미국-이란·미국-중국 간 외교 교섭의 진전, 둘째, 주요 기관(IEA, EIA, 골드만삭스 등)의 공급·재고 관련 추가 업데이트, 셋째, 러시아의 정유·수출 역량 회복 여부 및 우크라이나의 군사행동 변화다. 이러한 변수들이 결합해 단기 변동성과 중장기 추세를 동시에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본 보도는 시장 데이터와 전문기관의 발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향후 정책·군사적 전개에 따라 유가 전망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