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2주 반 만의 최고치로 치솟으며 금요일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지수(DXY)는 0.47% 상승했다. 미국의 강한 경제 지표와 국제유가 급등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강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1.7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 4.60%까지 오르며 달러의 금리 우위를 강화했고, 같은 날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이자 유동성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2026년 5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5월 엠파이어 제조업지수의 일반 경기 여건 지표는 예상과 달리 8.6포인트 상승한 19.6으로 집계돼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7.2로의 하락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 엠파이어 제조업지수는 뉴욕주 지역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미국 제조업과 경기 흐름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성격이 있다. 같은 날 발표된 4월 미국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해 전망치 0.2%를 상회했으며, 1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리정책 기대도 달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스왑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베이시스포인트)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1bp는 0.01%포인트이므로 25bp는 0.25%포인트를 뜻한다. 금리 인하 기대가 낮을수록 달러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쉽다.
유로화는 달러 강세와 유가 급등의 이중 부담을 받으며 금요일 5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갔고 0.41% 하락 마감했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원유 가격 상승이 유로존 경제와 유로화에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독일 10년물 국채인 분트(Bund) 수익률이 이날 1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 유로의 금리 차익 측면 손실은 일부 제한됐다. 스왑시장은 오는 6월 11일 열리는 다음 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89%로 보고 있다.
일본 엔화도 약세를 이어갔다. 달러/엔 환율은 금요일 0.23% 상승했고, 엔화는 주간 내내 내리며 달러 대비 2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와 함께 이날 국제유가 4% 급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일본 경제와 엔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급등 역시 엔화 약세 요인이다. 다만 일본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크게 뛰고 기계공구 수주가 급증하면서 일본 국채 수익률과 엔화의 하방은 일부 제한됐다.
일본 4월 PPI는 전월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8%, 3.0%를 모두 웃돌았다. 연간 상승률 4.9%는 약 3년 만의 가장 큰 폭이다. 기계공구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해 4년 3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6월 16일 열리는 다음 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BOJ)이 25bp 금리를 올릴 확률을 78%로 반영하고 있다.
귀금속 시장은 급락했다. 6월물 COMEX 금 선물은 123.40달러(2.63%) 하락했고, 7월물 COMEX 은 선물은 7.781달러(9.12%) 급락했다. 금은 1주 반 만의 최저치로, 은은 1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달러지수가 2주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귀금속 가격을 압박했다. 여기에 WTI 원유가 이날 4% 오르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을 키운 점도 금과 은에 부정적이었다. 인도 정부가 이번 주 금·은 수입관세를 두 배 이상 인상한 것도 세계 최대급 귀금속 소비국 중 하나인 인도의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귀금속의 하방을 완전히 막아서는 요인이다.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어 중동에서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 가격은 수요일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오른 여파도 일부 받고 있다. 구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중동산 황 공급 차질이 글로벌 일부 구리 광산의 생산 전망을 위협하면서 급등했다. 황은 세계 구리의 약 6분의 1을 처리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 귀금속 관련 펀드의 자금 이탈도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롱 포지션 보유 물량은 2월 27일 3년 반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3월 31일 5개월 만의 최저치로 줄었다. 은 ETF의 롱 포지션도 지난해 12월 23일 3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화요일 9개월 만의 최저치로 감소했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금값의 하방을 제한하는 지지 요인이다. 지난주 중국인민은행(PBOC)이 보유한 금은 4월 말 기준 260,000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돼 1년 만의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금 보유 확대도 18개월 연속 이어졌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국채 수익률이 오를수록, 달러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금·은 같은 무이자 자산은 압박을 받기 쉽다”는 시장 논리가 이번 흐름을 뒷받침했다.
이번 장세를 종합하면, 달러 강세·국채 금리 상승·유가 급등이라는 세 가지 축이 외환시장과 귀금속 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미국의 예상 밖 강한 경기 지표는 연준의 조기 완화 기대를 낮추며 달러를 지지했고, 유럽과 일본은 각각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통화정책 경로 차이로 압박을 받았다. 향후에도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물가 지표가 재차 강세를 보일 경우, 달러는 추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금과 은은 금리 상승기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지만, 중동 긴장이나 중앙은행 매수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하락폭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 외환과 원자재 시장 모두가 거시경제 지표와 지정학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