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 공급 차질이 유럽 출발 장거리 항공편의 운항비를 승객 1인당 100달러 이상 끌어올렸다고 환경운동단체 Transport & Environment (T&E)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연료비 상승은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 4월 2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T&E는 제트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유럽 출발 장거리 항공편 승객 1인당 평균 연료비가 88유로(약 104달러) 증가했고, 유럽 내 단거리 항공편은 승객당 29유로 증가한 것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T&E의 분석은 미·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2월 28일과 4월 16일의 항공유·유가를 비교해 산출했다. 분석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항공편의 경우 승객 1인당 연료비가 26유로 더 비싸졌고,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장거리 항공편은 승객 1인당 129유로의 연료비 증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T&E는 모든 유럽 출발 노선의 평균 연료 소모량을 계산하고 이를 출발 승객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연료 가격 급등이 승객 1인당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계산은 연료비 상승이 항공사의 비용 부담 증가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동 위기는 우리가 진정으로 취약한 것은 외국산 석유가 채워진 탱크이지, 그것을 고치려는 법이 아니다”
— 다이언 비트리(Diane Vitry), T&E 항공 담당 이사
보고서는 또한 이번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EU의 기후변화 정책 준수 비용보다 훨씬 더 큰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항공사들은 유럽연합(EU)의 기후 규제 일부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요청한 항목에는 2030년까지 합성(친환경) 제트 연료 사용 의무와 예정된 탄소 가격 규정의 재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항공업계의 주요 경영진들은 이미 3월에 루프트한자(Lufthansa), 라이언에어(Ryanair), 에어프랑스-클레어( Air France-KLM ) 등 항공사들이 호르무즈 해협(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상황이 장기화하면 추가 연료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항공유 가격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기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수요일에 제한된 제트 연료 공급을 관리하기 위한 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U는 동시에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친환경 제트 연료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Gulf)과 오만만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통로이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원유 운송에서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나 봉쇄가 발생하면 국제 유가와 연료 공급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성 친환경 제트 연료(Synthetic green jet fuel, 지속가능항공연료 SAF)는 식물성 기유, 폐기물 유래 자원 또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기존 제트 연료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게 제조된 연료를 말한다. 생산 비용과 공급망 확장, 원료 확보 문제 등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 전환은 쉽지 않다.
탄소 가격 규정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가격을 부과해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책 수단으로, 항공 부문에도 적용되는 규정이 마련되고 있다. 항공사는 탄소 배출에 대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 이를 운임에 반영하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적·산업적 영향 분석
이번 항공유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항공사 수익성과 소비자 항공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연료비는 항공사의 고정비와 변동비 중 변동비 비중이 높은 항목으로, 통상 항공사의 운항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승객 1인당 연료비가 평균 88유로 증가했다는 수치는 항공권 가격 인상 압력을 강하게 시사한다.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항공권 가격 인상은 계절적 수요(봄·여름 성수기)와 항공사들의 운임 정책, 경쟁 구조, 유가 변동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항공사들은 덜 수익성 높은 노선의 감편이나 운항 축소, 유류할증료 재도입 또는 인상, 또는 추가 요금 형태로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거리 노선에서의 요금 인상 폭은 단거리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가격 탄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성수기 수요와 비즈니스 수요(요금 탄력성 낮음)가 항공 수요를 지탱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요금 상승은 관광객 및 레저 수요를 줄이고 대체 교통수단이나 화상회의 같은 원격 수단의 활용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항공 수요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정책적 대응도 주목할 부분이다. EU가 발표할 제한된 제트 연료 공급 관리 지침은 항공편 우선순위, 연료 배분 기준, 긴급 시 국적 항공사·상업 항공사에 대한 지원 방식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단기적 완충책으로 전략비축유 활용, 운항 스케줄 조정, 항공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이 거론될 수 있으나,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정책 과제가 될 것이다.
향후 전망 및 시나리오
단기 시나리오에서는 지역적 군사 충돌이 계속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연료 수송에 추가적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 경우 항공권 가격의 실질 인상, 노선 감편과 일정 축소, 일부 노선의 운항 중단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유가와 연료비는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 있으며, 항공사들은 단계적으로 운임을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제트 연료(SAF) 개발 및 생산 확대가 주요 해법으로 부상한다. EU가 투자와 보조금을 통해 SAF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충하면 수입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SAF의 단가는 현재 화석연료 대비 높아, 상업적 대체가 이루어지기까지 정부의 보조와 기술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금융시장과 기업 경영진은 유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연료 헤지(hedging) 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항공사는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 도입 가속화, 항공기 운항 효율화(경로 최적화 등), 탑재중량 관리 등을 통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방안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이번 T&E의 분석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항공산업에 미치는 직·간접 비용을 수치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 인상과 운항 리스크 증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연료 투자 확대와 공급망 재편이 항공사의 비용 구조와 소비자의 부담을 바꿀 수 있다. 정책과 산업계의 대응에 따라 향후 항공 시장의 회복 속도와 구조적 변화의 폭은 달라질 것이다.
참고 환율: 1달러 = 0.8489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