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분쟁이 인쇄회로기판(PCB) 공급망을 흔들어 IT업체 비용 상승 촉발

중동 이란 전쟁이 전 세계 전자기기 제조에 필수적인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 PCB)의 원재료 공급을 교란시키고 있어 스마트폰과 컴퓨터, 인공지능(AI) 서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전자장비의 제조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6년 4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업계 소식통과 기업 임원들은 이번 분쟁이 PCB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의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영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이미 직면한 전자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4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Jubail)의 석유화학 단지를 타격했으며, 이 공격으로 인해 PCB 적층판(laminate) 제조의 기초 물질인 고순도 폴리페닐렌 에테르(PPE) 수지의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 지역에 위치한 SABIC은 전 세계 고순도 PPE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베일 단지에서의 생산 재개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로 인해 관련 물질의 전 세계적 가용성이 크게 타이트해졌다. 동시에 전쟁으로 걸프 지역의 해운 운항도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PCB 가격 상승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돼 왔으나, AI 서버에 대한 수요 확대가 촉매가 되면서 올해 들어 상승폭이 커졌다. 세 명의 업계 소식통은 제조사들이 원자재 확보를 서두르며 비용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려 시도한 결과 수요가 3월 이후 가파르게 늘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노트에서 4월 한 달 만에 PCB 가격이 3월 대비 최대 40%까지 급등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향후 수년간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수용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Prismark은 글로벌 PCB 산업이 2026년까지 12.5% 증가해 95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은 AI·클라우드 인프라 확장과 연관돼 있으며, 이는 PCB에 대한 구조적 수요 증가를 시사한다.

대한전기(대덕전자 등 한국 업체)들도 이미 가격 인상 협의를 시작했다. 한국의 PCB 제조사인 대덕전자(주)의 고위 임원은 로이터에 고객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D 등)를 상대로 가격 인상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민감한 사안이라 익명으로 응답했으며, 현재 우선순위가 고객 맞춤에서 부품·원자재 공급자 확보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그는 에폭시 수지 등 화학물질의 대기 기간이 기존 3주에서 15주로 늘어났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PCB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유리섬유(glass fiber)구리박(copper foil) 등 다른 핵심 자재의 부족도 지적했다. 구리박 가격은 올해 들어 최대 30%까지 상승했으며, 3월에 상승세가 가속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주요 PCB 공급업체인 Victory Giant Technology는 PCB 제조에서 구리가 전체 원재료 비용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밝히며, 이달 초 중동 분쟁이 수지와 구리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업체는 다층(멀티레이어) PCB의 경우 평방미터당 약 1,394위안(약 204달러) 수준이며, AI 서버용 고급 모델은 평방미터당 약 13,475위안까지 비용이 상승한다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용어 설명

PCB(Printed Circuit Board)는 전자기기 내부에서 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기계적으로 지지하는 기판이다. 전자제품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스마트폰, 컴퓨터, 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장비에 사용된다. PPE(Polypheylene Ether) 수지는 PCB 적층판의 기초 재료로서 고온·고전기적 특성 때문에 회로기판의 절연층 및 기계적 지지층에 필수적이다. 에폭시 수지(epoxy resin)는 PCB 제조에서 접착층 및 화학적 보호층 역할을 하며, 구리박은 PCB의 전기적 회로를 형성하는 도전체로 사용된다. 유리섬유는 기판의 강도와 열안정성을 제공하는 보강재다.

업계 영향과 전망

이번 공급 차질은 단기적으로는 PCB 제조 비용을 급등시키며 전자제품 제조사의 마진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가 밝힌 한 달 40% 급등과 같이 급격한 가격 변동은 공급사슬 재편 및 재고 전략의 변화를 촉발한다. 클라우드·AI 서비스 제공업체는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PCB 수요를 감수할 용의가 있어 단기적 수요는 가격 상승을 계속 지지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1) 공급 지속 차질 시 가격 고착화
SABIC의 생산이 장기화될 경우 고순도 PPE의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관련 수지와 석유화학 기반 자재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해운 차질이 병행될 경우 글로벌 공급 흐름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

(2) 제조사들의 비용 전가 및 제품 가격 인상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제품 사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AI 서버나 고성능 기기의 경우 공급 압박으로 인한 원가 증가가 장비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3) 공급망 다변화와 재고 확대
기업들은 공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처를 찾거나 재고를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운영자본 부담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생산기지 재배치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4) 인플레이션 및 산업 전반에 대한 파급
전자제품 생산비 상승은 소비자물가와 기업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쳐 IT부문의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반도체·플라스틱·에너지 등 연관 산업에도 연쇄적 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익명의 PCB업체 임원은 “현재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 요구를 맞추는 것에서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폭시 대기기간이 3주에서 15주로 늘어난 점을 사례로 들었다.

실무적 시사점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공급 계약의 조건 재검토, 재고 수준 조정, 대체 재료 검토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지리적 다변화, 전략적 재고 보유 정책, 고객과의 가격·공급 협상 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PCB·구리·유리섬유 등 원자재 관련 기업의 실적과 마진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

중동의 군사적 충돌은 단순한 에너지 시장 충격을 넘어 전자 부품과 원자재의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PCB는 전자산업의 핵심 중 하나이므로 이번 사태는 스마트폰, 컴퓨터, AI 인프라 등 광범위한 분야에 비용 상승과 공급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와 정책 결정자들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와 중장기적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