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NYSE: BRKA, BRKB)의 새 최고경영자(CEO)로서 그렉 애벨은 워런 버핏의 뒤를 잇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회사의 거대한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한편, 버크셔가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기존 사업부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점검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2026년 5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애벨이 버크셔의 첫 분기에서 단행한 3건의 대형 투자는 모두 매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워런 버핏의 과거 성과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애벨에게도 쉽지 않겠지만, 그가 첫 분기부터 수십억 달러를 투입한 결정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거래 규모와 시점, 그리고 이후 성과까지 감안하면 버크셔의 자본 배분 역량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먼저 옥시켐(OxyChem)이다. 버크셔는 지난해 10월, 버핏이 아직 CEO였던 시점에 옥시덴털 페트롤리엄(NYSE: OXY)으로부터 옥시켐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거래 종결은 1월에 이뤄졌다. 애벨은 이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버크셔는 현금 97억 달러를 지급하고 옥시덴털의 화학 사업을 사들였다. 화학업계가 실적 사이클의 저점에 가까웠던 시점에 이뤄진 인수였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처음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당시 인수가는 옥시켐의 2025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약 8배 수준으로 추산됐으며, 이는 이스트만 케미컬과 다우 같은 다른 화학주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EBITDA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감가상각과 이자, 세금의 영향을 제외하고 본 영업성과를 보기 위한 기준이다.
이후 상황은 더욱 우호적으로 전개됐다. 이란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고, 미국 화학 생산업체들은 상당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게 됐다. 옥시켐 역시 설비 현대화 계획을 통해 현금흐름과 이익이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버크셔는 옥시켐 인수와 함께 옥시덴털의 우선주도 유지해 약 83억 달러에 대해 8% 배당을 계속 받고 있어, 이 거래는 운영 성과와 금융수익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버크셔는 옥시켐을 통해 첫 분기부터 탁월한 운영 성과를 거뒀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도쿄해상(Tokio Marine, OTC: TKOMY)이다. 애벨은 핵심 보험 사업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동시에, 전략적 투자에서도 성과를 냈다. 버크셔는 일본 손해보험사 도쿄해상 지분 2.5%를 확보하는 데 18억 달러를 투입했고, 이후 공개시장 매입을 통해 지분을 9.9%까지 늘릴 수 있는 허가도 받았다. 또한 버크셔 자회사인 내셔널 인뎀니티가 도쿄해상의 일부 보험 위험을 부담하는 쿼터쉐어(Quota-share) 계약도 체결했다. 쿼터쉐어는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의 위험과 보험료를 일정 비율로 다른 재보험사와 나누는 방식으로, 손익 구조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시장은 이 거래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발표 이후 도쿄해상 주가는 상승했다. 다만 버크셔가 장부가치의 약 2배 수준에 주식을 매수한 만큼, 일부에서는 프리미엄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 장부가치란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뜻하며, 일본의 소형 손해보험사들은 통상 장부가치에 더 가까운 수준에서 거래된다. 그럼에도 도쿄해상은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기초 이익은 해외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 늘었고, 조정 주당순이익은 11% 증가했다. 경영진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이익 성장을 제시했다. 버크셔와의 협력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여력을 높여 주가와 주당순이익을 동시에 지지할 가능성을 키운다.
세 번째는 알파벳(Alphabet, NASDAQ: GOOG, GOOGL)이다. 애벨의 1분기 최대 상장주식 투자는 지난해 버핏이 구축해 놓은 포지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는 버크셔의 알파벳 보유 지분을 세 배로 늘려, 이를 회사의 다섯 번째로 큰 상장주식 보유 종목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분기에만 약 110억 달러를 투입했으며, 현재 시점에서 버크셔의 전체 보유 지분 가치는 약 225억 달러에 달한다.
알파벳 추가 매수는 시점도 절묘했다. 4월 들어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고, 같은 달 말 공개된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그 결과 알파벳 주가는 지난 분기 말 이후 약 35% 상승했다. 버크셔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대형 기술주 비중을 늘렸고, 이후 실적 모멘텀이 확인되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된 셈이다.
알파벳의 실적 개선은 인공지능(AI) 투자와 맞물려 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은 1분기 63%로 가속화됐고, 영업이익률은 1년 전 17.8%에서 32.9%로 확대됐다. 올해에도 설비투자 확대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매출 성장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또한 구글이 자체 AI 가속기인 TPU와 제미나이 기반 AI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추가로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AI 가속기는 대규모 인공지능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반도체 및 하드웨어를 뜻한다.
알파벳은 검색과 광고라는 핵심 사업에도 AI를 통합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AI 오버뷰와 AI 모드는 구글 검색 이용자 참여도를 높이며 수익화 기회를 늘리고 있다. 제미나이 모델은 사용자 의도를 더 정확히 파악하도록 도와 검색 결과와 광고의 관련성을 높였고, 생성형 AI 도구는 광고주가 새로운 캠페인을 만들고 타기팅하는 과정을 쉽게 만들어 성과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검색 매출 성장률은 지난 분기 19%까지 높아졌다.
종합하면, 알파벳은 당분간 강한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주가가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2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벨이 이미 많이 오른 뒤에도 지분을 더 늘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버크셔의 투자 철학이 여전히 장기 성장성과 현금창출력, 그리고 가격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애벨은 CEO 취임 첫 분기부터 대형 자본을 공격적으로 배치했고, 옥시켐·도쿄해상·알파벳이라는 세 개의 투자 모두 현재까지는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단 한 분기만으로 장기 성과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버크셔의 차기 경영 체제가 자본 배분 측면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보험·기술이라는 서로 다른 업종에서 모두 성과가 확인됐다는 점은 향후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운용이 보다 다변화되고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참고: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EBITDA, 장부가치, 쿼터쉐어 등은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현금창출력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장부가치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다. 쿼터쉐어는 보험 위험을 나누는 재보험 계약 방식으로, 손실 분산과 수익 안정화에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