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CEO 에이블 “산불 소송, 다시 원점으로” ─ 파시픽코프 법적 부담 완화 전망

오마하(네브래스카)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그렉 에이블(Greg Abel) 최고경영자는 자회사인 파시픽코프(PacifiCorp)가 직면한 산불 소송과 관련한 법적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최근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2026년 5월 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에이블 CEO는 오리건 주 항소법원이 4월 8일 내린 판결이 파시픽코프에 대한 책임 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회사에 숨통을 틔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 판결로 인해 파시픽코프가 규제 당국을 설득해 적정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논리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We’re back to first base”

에이블은 이 말의 의미를 법률적 위협이 축소되었다는 취지로 풀이했다. 이는 파시픽코프가 당초 예상했던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에서 한층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파시픽코프는 오리건주와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일련의 산불과 관련해 피소되어 왔으며, 피해자들은 2020년 노동절 연휴 기간의 강풍으로 인한 발전선 전원 차단 미이행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가장 큰 사건의 경우, 2023년 오리건 배심은 파시픽코프가 중대한 과실을 범했다고 판결해 포틀랜드 기반의 이 전력회사가 이후 손해배상 재판에서 수십억 달러의 잠재적 책임에 노출되게 만들었다.

파시픽코프는 한때 최대 550억 달러($55 billion)의 잠재 청구에 직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리건 항소법원은 원심 배심에 대해 파시픽코프의 잘못이 모든 산불 피해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전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재판부의 오류였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전에는 171명의 원고들이 2024년 1월부터 시작된 일련의 미니 트라이얼(mini-trials)에서 약 11억 달러($1.1 billion)를 배상받았으며, 이러한 소규모 재판은 2028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규제·정책적 해법 모색

파시픽코프는 서부 미국의 여러 주에 대해 산불 관련 책임을 제한하고, 주정부가 운영하는 산불 기금(state-administered wildfire funds)을 마련하여 피해자들을 보상하는 한편, 전력회사가 안전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준수하면 기금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유틸리티 업계는 이러한 제도가 불확실한 소송으로 인해 유동성이 압박을 받거나 파산 위험에 처하지 않고도 유지·보수 및 그리드(전력망)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에이블 CEO는 파시픽코프가 고객에게 적정 요금을 부과해 인프라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규제적 계약(regulatory compact)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이 요금 인상에 반대하며 저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타(Utah)의 제도는 대형 유틸리티가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도록 허용하고 일부 청구에 대한 책임을 한도화하는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에이블이 이를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라고 표현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2025년 1월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 이후 산불 기금을 180억 달러($18 billion) 증액했다. 반면 오리건주는 아직 유사한 조치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회사 구조 및 과거 거래

파시픽코프의 직계 모회사는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erkshire Hathaway Energy)이며,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유하고 있다. 버크셔는 2006년에 이 유틸리티를 51억 달러($5.1 billion)에 인수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규제적 계약(regulatory compact)>은 전통적으로 유틸리티 산업에서 규제 당국이 공익을 위해 요금을 허용하고, 그 대가로 유틸리티는 안정적 투자를 약속하는 상호 계약적 관계를 의미한다. 이 체계에서는 유틸리티가 합리적인 투자와 운영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승인된 요금을 통해 수익을 보장받는 반면, 규제기관은 서비스 품질과 소비자 보호를 감독한다.

<미니 트라이얼(mini-trials)>은 대규모 집단소송의 일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규모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되는 소규모 재판들을 의미한다. 미니 트라이얼에서 산정된 배상액은 이후 다른 피해자 재판이나 합의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시장 및 정책적 영향 분석

이번 항소법원의 결정은 단기적으로 파시픽코프 및 모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재무적 부담을 줄여줄 가능성이 있다. 배심 판결이 모든 피해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된다는 전제가 번복되면, 잠재적 손해액의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된다. 이는 전력회사에 대한 신용 등급 안정화,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비용 완화, 그리고 당장 대규모 현금 보유를 통한 손해배상 대비 필요성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근본적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들이 별도의 산불 기금이나 책임 한도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한, 개별 재판과 향후 추가 소송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본 지출 계획과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규제 당국과 정치권의 저항으로 인해 요금 인상이 제한될 경우 유틸리티는 필요한 설비투자와 예방·안전 조치에 소극적일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력망의 안정성과 산불 리스크 관리 능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 정부 차원의 산불 기금 도입과 명확한 책임 한도 설정이 이루어질 경우 유틸리티의 투자 지속성이 개선되고 전력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관리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정치적 저항과 소비자 반발로 인해 규제 개편이 지연되면, 유틸리티들이 자본비용 상승과 소송 불확실성으로 인해 보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에이블 CEO의 발언과 오리건 항소법원의 4월 8일 판결은 파시픽코프에 대한 법적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장기적 해결을 위해서는 각 주의 정책 결정과 규제체계의 개편, 그리고 유틸리티와 규제당국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향후 수년간은 소송·규제·정책이 상호작용하며 유틸리티 산업의 투자 패턴과 전력요금, 그리고 소비자 보호의 균형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