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2026년 5월 2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독일 바이엘(Bayer)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 종자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반경쟁적인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연방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 소송은 바이엘이 “수억 달러, 많게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거뒀다고 주장하며, 이미 각종 법적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바이엘의 부담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아이오와주 종자회사, 반독점 소송 제기
원고는 아이오와주에 본사를 둔 가족기업 Latham Quality로, 미국의 종자 산업이 극도로 집중된 구조 속에서 바이엘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식품 공급망 전반에서 반경쟁적 행위로 인한 위험을 행정부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가운데 제기됐다. 종자와 농업 투입재 시장은 미국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로, 시장 구조와 가격 결정 방식이 농가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주 바이엘이 독립 종자회사들이 자사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 종자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운영하던 충성도 프로그램에서 잠재적으로 반경쟁적인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규제 당국이 바이엘의 시장 행위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농가들은 이미 종자, 연료, 비료 비용 상승에 시달리고 있으며, 4년 연속 이익률이 축소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종자 가격은 단순한 원가 항목을 넘어 재배 면적과 작물 선택, 농가의 현금 흐름까지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반독점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농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초제 저항성 옥수수 종자 둘러싼 지배력 논란
Latham은 바이엘이 자사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에 견디도록 설계된 옥수수 종자 시장을 장악해 농가와 독립 종자회사들의 비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라운드업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제초제로, 이에 저항성을 가진 종자는 농가에서 수요가 큰 편이다. 소장에서 문제 삼은 대상은 NK603이라는 형질로, 바이엘이 이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NK603는 라운드업 저항성 형질을 뜻하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전자 조작 잡종 옥수수 종자의 상당수가 이 형질을 포함하고 있다고 소장은 적시했다. 미국 정부는 약 92%의 옥수수 재배 면적이 제초제 저항성 종자로 생산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해당 기술이 미국 옥수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바이엘의 마지막 관련 특허는 2022년 만료됐지만, NK603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한 상태라고 소송은 밝혔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경쟁자는 등장하지 않았으며, 이는 바이엘의 반경쟁적 행위가 독점 유지의 직접적 결과라고 원고는 주장했다.
특허 만료 뒤에도 이어진 로열티와 라이선스 분쟁
소장에 따르면 바이엘은 특허 만료 이후에도 자사의 유전 물질을 사용해 재배된 종자에 대해 로열티를 계속 부과했고, Latham 같은 회사들에 라이선스 비용도 인상했다. 바이엘은 독립 종자회사들이 자사 유전 물질을 활용해 경쟁적인 일반 종자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Latham은 주장했다. 여기서 로열티는 기술이나 특허, 유전 형질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를 뜻한다.
Latham은 바이엘 또는 몬산토(Monsanto)로부터 옥수수 종자에 NK603을 포함할 권리를 부여받아 이를 농가에 생산·유통해 왔다. 이후 자체적으로 바이엘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옥수수 종자 개발에 착수하자, 바이엘 측 관계자가
“바이엘에 100% 충성하라”
고 경고했다고 소장은 적시했다. 이 경고는 경쟁을 시도하는 독립 업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Latham이 작업을 중단하지 않자, 바이엘 브랜드의 영업 담당자들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Latham의 거래선을 빼앗았고, 그 결과 Latham은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고 소장은 주장했다. Latham은 집단소송 형태의 제소를 요청하며 자신과 유사한 회사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3배 손해배상(treble damages)을 요구했다. 3배 손해배상은 반독점 소송 등에서 실제 손해액의 세 배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위법 행위에 대한 강한 억지력을 목적으로 한다.
바이엘 “근거 없는 주장”… 그러나 법적 부담은 확대
바이엘은 수요일 이번 혐의에 대해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하며 법정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농업 부문 전반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엘은 또 “작물 투입재와 옥수수 종자 시장은 경쟁적이고 공정하며 다양하다”고 밝혔다.
바이엘은 2018년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를 인수한 이후 종자 및 농약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현재 바이엘은 라운드업이 암을 유발한다는 수천 건의 다른 소송도 동시에 안고 있어 법적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 반독점 소송은 그중에서도 종자 시장 지배력과 가격 결정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이번 소송은 미국 종자 시장의 경쟁 구도와 향후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만약 법원이 바이엘의 시장 지배적 행위를 인정할 경우, 종자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 체계가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농가의 종자 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업계 전반의 기술 투자와 신제품 개발 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 파장이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급망 반독점 기조와도 맞물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식품 공급망의 반경쟁적 행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시점과도 맞물린다. 농업 부문에서는 종자와 비료, 연료가 모두 핵심 비용 요소로 꼽히는 만큼, 반독점 규제 강화 여부는 향후 미국 농산물 생산비와 가격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옥수수처럼 광범위하게 재배되는 작물에서 종자 가격과 라이선스 조건이 바뀌면, 그 효과는 개별 농가를 넘어 전체 공급망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추산한 것처럼 옥수수 재배 면적의 약 92%가 제초제 저항성 종자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업 분쟁을 넘어 사실상 산업 표준과 시장 접근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바이엘의 2026년 1분기 실적에서 종자를 포함한 Crop Science 부문 영업이익은 17.9% 증가한 30억 유로를 기록했다. 환율 기준으로 이는 약 349억 달러에 해당한다. 1달러=0.8601유로
결국 이번 소송은 바이엘의 종자 사업 모델이 특허 만료 이후에도 독점적 구조를 유지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립 종자회사와 농가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는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농업 시장의 비용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종자 독점 논란은 향후 가격, 경쟁, 기술 이전 방식 전반에 걸쳐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