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기업의 해외 법인 대상 엔비디아 AI 칩 출하 차단 조치 착수

워싱턴 — 미국 상무부가 중국 본토 밖에 있는 중국계 기업을 상대로도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수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의 가장 정교한 루빈(Rubin)블랙웰(Blackwell) 프로세서, 그리고 AMD의 MI350x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가 중국 관련 기업의 해외 법인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규제 공백을 사실상 닫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6년 5월 31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일요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게시한 새 지침에서, 중국에 본사를 둔 법인에 대해서는 해당 법인이 중국 밖에 있더라도 라이선스 요구 조건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선스는 특정 품목을 수출하거나 이전할 때 정부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하는 제도로, 이번 조치는 미국의 AI 칩 통제 범위를 해외로까지 넓히는 성격을 갖는다.

이번 지침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발표됐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핵심 인공지능 역량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확대해 왔지만, 중국계 AI 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통한 우회 조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 지침이 공개되면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남겨뒀던 것으로 평가된 1년 가까운 정책 공백이 메워지는 모양새다.

반도체 공급망에 정통한 한 업계 소식통은 이 기간 실제로 이전됐을 가능성이 있는 칩의 규모가 수십만 개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정확한 수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지침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가 단순히 중국 본토 내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 기반을 둔 중국계 AI 기업의 자회사까지 포괄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 상무부는 이번 주말 이례적으로 내놓은 안내문에서,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해외 법인에 대해서도 첨단 칩 관련 허가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무부는 관련 질의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라이선스 요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고성능 반도체의 국제 이동 자체를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와 AMD 역시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두 회사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첨단 AI 칩의 해외 판매 전략과 공급망 관리에 더 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블랙웰 계열 칩은 차세대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 쓰이는 핵심 제품으로 꼽히며, 이러한 칩의 이동 경로가 제한될 경우 중국계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조달 비용과 운영 속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발표됐던 AI 확산 규정(AI Diffusion rule)과도 맞물린다. 미 상무부는 2025년 5월, 해당 규정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AI 칩 접근 규제의 일부를 사실상 유예했는데, 이번 새 지침은 그때 생긴 빈틈을 다시 조이는 방향이다. AI 확산 규정은 전 세계 AI 칩 접근과 배분을 관리하기 위한 틀로, 국가별·기업별 접근 범위를 조절해 전략 기술의 유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위터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크리스 맥과이어 전 미 국무부 관리이자 기술 전문가는 이날 “매우 큰 문제(HUGE problem)”라고 지적하며, 이 허점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허가 없이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이 칩을 매우 높은 확률로 대량 구매해 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지침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미국은 데이터센터가 이미 사용 중인 칩을 즉각 중단하도록 하거나, 서버 등 고성능 컴퓨팅 장비의 서비스 제공을 끊도록 요구하지는 않았다. 즉, 공급 차단에는 강하게 나서되, 이미 설치된 설비의 운영을 곧바로 멈추게 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존 고객의 운영 충격을 줄이면서도, 향후 신규 조달과 확장 수요를 억제하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결정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관련 매출 전망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동시에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경유한 AI 반도체 조달 경로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는 향후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 수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만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와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정리: 미 상무부는 중국 본토 밖에 있는 중국계 기업에도 엔비디아와 AMD의 최첨단 AI 칩 수출 통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약 1년간 존재했던 규제 공백을 메우는 조치다. 다만 이미 설치된 데이터센터의 칩 사용이나 서버 서비스는 즉각 중단시키지 않기로 해, 공급망 압박과 운영 충격 사이에서 절충을 택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