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르메니아가 총선을 앞두고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2026년 5월 2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무장관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은 이 남코카서스 국가의 총선을 불과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으며, 미국과 아르메니아의 외교적 접근을 상징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두 장관은 이와 함께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분야 협력에 관한 프레임워크 협정과, 아르메니아 남부를 가로질러 건설이 제안된 43km(27마일) 길이의 환승 회랑에 대한 협력 협정에도 서명했다. 핵심 광물은 배터리, 반도체, 첨단 산업 등 현대 공급망에서 전략적 가치가 큰 원자재를 뜻하며, 각국 정부가 안보·산업 차원에서 확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환승 회랑은 아제르바이잔이 자국의 월경지인 나히체반(Nakhchevan)으로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하고, 나아가 아제르바이잔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튀르키예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길이어서 지역 지정학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월경지는 본토와 떨어져 다른 나라 영토에 둘러싸인 지역을 의미한다.
회담은 루비오 장관이 짧은 경유 일정으로 예레반의 츠바르트노츠 국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행됐다. 이번 방문은 오는 6월 7일 총선을 앞두고 이뤄졌으며, 총선에서는 서방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는 니콜 파시냔 총리의 시민계약당이 다수의 야당과 맞붙는다. 이들 야당의 상당수는 친러 성향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선거는 아르메니아의 외교 노선과 안보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루비오 장관의 짧은 방문에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5월 26일,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와의 통합에서 멀어질 경우 러시아산 가스를 지금처럼 “매우 매력적인” 가격으로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이 외교 노선과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아르메니아가 서방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경제·에너지 의존도 조정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협정 체결은 단순한 외교 의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르메니아는 안보와 에너지, 물류, 광물 공급망이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읽힌다. 특히 환승 회랑 논의는 남코카서스 지역의 교통망 재편과 직결돼 있어, 향후 역내 무역 흐름과 지정학적 균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러시아의 경고처럼 에너지 가격과 공급 조건은 여전히 아르메니아의 대외 선택을 제약하는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합의는 아르메니아가 서방과의 관계를 넓히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전통적 의존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 보여주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