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는 거버넌스 감독과 행위 문제를 이유로 알버트 맨리폴드(Albert Manifold) 이사회의장을 즉시 해임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는 전략 재편을 점검하기 위해 임명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이사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한 거버넌스 감독 및 행위 문제를 알게 돼 놀라고 실망했으며,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거버넌스는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감시 체계를 뜻하며, 감독과 행위 문제는 이사회 운영의 적절성, 절차 준수, 책임성 여부와 관련된 사안으로 해석된다.
2026년 5월 2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BP의 이번 결정은 전략 개편 과정에서 최고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에 연이어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맨리폴드는 회사를 단순화하고 턴어라운드, 즉 실적과 기업가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추진력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새 최고경영자 메그 오닐(Meg O’Neill)의 선임도 감독해 왔다.
영국 런던의 베렌베르크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 헨리 타르는 “BP 경영진에서 연속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맨리폴드는 회사를 단순화하고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추진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았고, 새 CEO 메그 오닐의 선임도 감독했다”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해임은 회사 전략과 임원 및 이사진 교체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르는 또한 BP의 최근 연례 주주총회(AGM)에서 주주 18%가 맨리폴드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이는 이사회가 활동가 성향 주주단체 ‘Follow This’의 기후 결의를 막은 이후 나온 결과다. 다만 그는 “전반적으로는 투자자들이 그의 회사 비전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AGM은 회사 경영진과 주주가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정기 주주총회다.
“이사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한 거버넌스 감독 및 행위 문제를 알게 돼 놀라고 실망했으며,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 BP, 회사 성명
트레이드 네이션(Trade Nation) UK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모리슨은 BP 주식이 쉐브론(Chevron), 엑손모빌(Exxon), 셸(Shell)과 같은 대형 정유·에너지 기업들과 함께 업종 대표주로 평가받아야 하지만, 수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늘 불리하고 좋지 않은 홍보성 이슈가 BP를 덮친다”며 “누구에게나 불운은 닥칠 수 있지만, BP에는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모리슨은 현재 최고경영자인 메그 오닐에 대해 시장이 일단 신뢰를 두는 분위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사안에 BP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좋지 않은 일이 계속 BP에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Citi)의 애널리스트 알라스테어 사임은 맨리폴드 해임의 정확한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판단으로는 핵심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국제 석유회사(IOC)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맨리폴드는 투자 스토리의 일부였다”며 “오랜 기간 혼란을 겪은 뒤 그의 변화 추진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BP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맨리폴드가 짧은 8개월 재임 기간 동안, 특히 전임 최고경영자를 물러나게 하고 메그 오닐을 영입한 만큼, 회사의 투자 경로는 이미 상당 부분 정해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IOC는 대형 국제 석유회사를 뜻하는 업계 용어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분석가 비라즈 보르카타리아도 BP에서 또다시 예상치 못한 고위직 변화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부 내용이 없으면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만약 재무적 사안이 원인이었다면 보도자료에 그 점이 언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BP의 이사회 의장이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주주총회 절차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부 결의안이 핵심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르카타리아는 “많은 투자자들이 알버트를 BP의 ‘변화의 대리인(agent of change)’으로 언급해 온 만큼, 주가의 부정적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향후 실적 부진이 지속되더라도 재무적 영향이 없다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BP 주식은 잠재적 인수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업가치가 낮아질 경우 외부 인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해임은 BP가 추진해 온 경영 정상화와 조직 재정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이사회 수장 교체가 단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향후 전략의 일관성과 내부 통제 강화 여부를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업종은 원유 가격, 정제 마진, 자본지출, 배당정책 등과 함께 경영 안정성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사안은 BP의 기업지배구조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인사 변경인지, 아니면 이사회 운영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 신호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만약 추가적인 내부 갈등이나 연쇄 인사가 이어질 경우, 시장 신뢰 회복은 더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BP가 빠르게 후임 인선과 지배구조 정비를 마무리한다면, 현재의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