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평화 기대에 국제 원유 가격 급락

원유 및 휘발유 선물 가격이 14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6년 5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심볼 CLK26)은 전일 대비 -5.69달러(-5.74%) 하락했으며, 5월물 RBOB(정제용 휘발유) 선물(RBK26)은 -0.0822달러(-2.64%) 하락했다. 이날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상 연장 기대에 따른 수요 우려로 큰 폭으로 밀렸다.

2026년 4월 1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미·이란 간의 2주간 휴전이 오는 4월 22일 만료되는 가운데 휴전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양측이 파키스탄에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 보도도 이와 같은 연장 가능성을 전했다.

공급 측 요인도 약세를 부추겼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 일반 라이선스(US general license)에 따라 러시아 국영·민간 기업에 대한 일부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히며, 이는 러시아산 원유의 일부 거래를 복원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는 루크오일(Lukoil) 관련 일부 거래가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리스크는 여전히 유가 상방 요인으로 작동. 미국은 월요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에 대한 전면 해상봉쇄를 시작하고, 해협에서 미군 함정에 접근하는 이란 선박에 대해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봉쇄는 석유·연료 공급 차질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란은 자국의 항만이나 해운 거점이 위협받을 경우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의 모든 항구를 겨냥하겠다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약 1,300만 배럴/일(bpd)의 글로벌 석유 공급이 차단되었다고 월요일 발표했다. IEA는 또한 이번 분쟁 동안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공급 차질은 여전히 유가를 지지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해협 폐쇄와 지역 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생산을 약 6% 수준으로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영향을 받는 만큼 봉쇄 지속 시 글로벌 유류 공급 부족 우려는 커진다. 다만 전쟁 중에도 이란은 3월 약 170만 배럴/일을 수출한 것으로 집계돼 완전 봉쇄 시와 비교한 차별적 영향이 존재한다.

공급 확대 기대와 감축 압력의 상충도 관찰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Saudi Aramco)는 지난주 아시아향 메인 등급의 5월 인도분 가격을 배럴당 17달러 끌어올렸는데, 이는 기록적인 급등폭이다. 반면 OPEC+는 4월 5일 발표에서 5월에 20만6,000배럴/일을 증산하겠다고 밝혔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생산을 줄이고 있어 해당 증산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했던 220만 배럴/일의 감산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82만7,000배럴/일이 남아 있다. OPEC의 3월 산유량은 -756만 배럴/일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치인 2,205만 배럴/일을 기록했다.

시장 물량·재고 지표도 혼재 신호를 보였다. 해상에 정체된 채 최소 7일간 머무른 유조선 저장량은 Vortexa 집계로 4월 10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35% 하락한 8,913만 배럴로 5개월 저점에 도달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4월 3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1.5%, (2) 휘발유 재고가 +3.6%, (3) 증류유 재고는 -4.2%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당 13.596백만 배럴로 전주 대비 -0.4% 하락했고, 이는 연중 최고치 13.862백만 배럴(11월 7일 주간)보다 다소 낮다.

시추·인프라 측면의 변화도 주목된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4월 10일로 끝난 주간의 미 시추 활동을 집계해 가동 중인 유정 수가 411개로 전주와 동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25년 만의 저점인 406개(2025년 12월 19일 주간)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며, 2.5년 전인 2022년 12월의 627개 최고치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최근 제네바 회담이 조기 종료되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을 유지시키고 있어 유가에 대한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8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내 최소 28개의 정유시설이 표적이 되었고, 이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 역량을 제한해 글로벌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또한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증가해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러시아 산유회사·인프라·유조선에 대한 신규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이 글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본 보도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바차트의 공시정책에 따라 제시되었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 설명)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미국 내에서 주요 거래되는 원유 기준 가격이다. RBOB는 휘발유 정제·거래에 사용되는 선물 규격을 의미한다. 단위인 bpd(barrels per day)는 하루당 배럴 단위를 뜻한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에 매우 중요한 해상 루트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이 함께 구성한 협의체로, 글로벌 원유 공급량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 향후 전망과 분석

단기적으로는 평화협상 연장 신호가 유가를 빠르게 낮추는 촉매가 되고 있다. 협상 연장 또는 휴전 지속은 공급 리스크 완화, 선물시장의 위험 프리미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즉각적인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미국의 러시아 관련 일부 거래 허용은 유럽·아시아 시장에 추가 물량 유입 가능성을 높여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기적 관점에서는 안보 리스크와 물류 제약이 여전히 상존한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란의 보복 위협, IEA가 추산한 1,300만 bpd 공급 차단 등의 수치는 공급 충격이 재발될 경우 유가 급등을 촉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OPEC+의 생산 정책 변화와 산유국들의 실제 생산능력 축소 여부는 가격 회복의 핵심 변수다.

실무적 시나리오로는 다음과 같은 분기별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휴전 연장과 협상 진전이 현실화될 경우 유가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며, 정제마진 하락으로 휘발유·디젤 가격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둘째, 봉쇄 장기화 또는 군사적 충돌 확대 시 공급 차질이 심화되어 유가와 정유제품 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있다.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 내 차단을 지속시켜 구조적 공급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 대응 측면에서 소비국과 수입국은 전략비축유(SPR) 활용과 수입 다변화, 원유 재고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산유국과 에너지 기업들은 정제·저장·운송 인프라의 복원력 강화와 비상 대응 계획 마련이 중요하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재고 지표, OPEC+ 회의 결과, 미국의 제재·면허 정책, 해상 통로의 군사적 긴장도 등 다수의 변수에 유심히 주목해야 한다.

요약하면, 2026년 4월 14일 시장은 미·이란 협상 연장 기대와 미국의 일부 러시아 관련 거래 허용 소식으로 즉각적으로 하락했으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지역 안보 리스크는 여전히 유가 상방 요인으로 남아 있어 향후 유가 향방은 협상 성사 여부와 지역 군사적 긴장의 등락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