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국제유가 급등, 단기간 안정 전망 없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단기간 내 안정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6월물 WTI 원유 선물(심볼: CLM26)은 수요일 종가 기준 +6.95달러(+6.95%) 급등했고, 6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M26)은 +0.1650달러(+4.81%) 올랐다. 원유는 이번 주 들어 가파른 랠리를 연장하며 3주 만의 고점을, 휘발유는 3.75년 만의 고점을 각각 기록했다.

2026년 4월 29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미-이란 간의 평화 협상 교착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지속되면서 공급이 긴축된 상황에서 추가 상승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주간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재고 보고서의 강세(재고 감소)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의 최근 평화 제안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겹치며 촉발됐다.

정황·정책 변화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장기적인 해상 봉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는 재개의 위험보다 미국에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매체 Axios에 “이란이 핵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해군 봉쇄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해협 봉쇄를 풀지 않겠다.”


공급 차질의 규모와 영향

국제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지역의 원유 생산이 4월 현재 약 1,450만 배럴/일(bpd), 즉 50% 이상 축소됐다고 추정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 원유 재고가 약 5억 배럴(500 million bbl)가량 감소했으며, 6월까지는 그 규모가 10억 배럴(1 billion bbl)에 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약 20%)가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협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저장 탱크의 수용 한계로 인해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기구·산업계 동향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기준으로 이번 전쟁과 호르무즈 봉쇄로 약 1,300만 bpd가 차단됐다고 발표했고, 갈등 기간 동안 8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IEA는 일부 생산설비의 복구에는 최대 2년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주요 산유국 연합인 OPEC+는 4월 5일 5월에 원유 공급을 206,000 bpd 증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생산 차질이 확대되면서 실제 증산은 어려워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 실시한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구하려 노력 중이나 아직 827,000 bpd를 더 복구해야 한다. OPEC 전체의 3월 원유 생산은 -756만 bpd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인 2,205만 bpd를 기록했다.

시장 기술적 지표와 재고 동향

해상에 장기간 정박 중인 원유(적어도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은 Vortexa 집계 기준 4월 24일 마감 주간에 153.11 million bbl로 전주 대비 +25% 증가해 지난 3개월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즉시 유통되지 못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도 이날 시장의 불안 심리를 강화했다. EIA는 4월 24일 기준으로 원유 재고가 -623만 배럴 감소해 시장 기대치인 -19만 배럴보다 훨씬 큰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재고는 -607.5만 배럴, 증류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49만 배럴로 각각 예상치보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고, 이는 휘발유와 난방유·디젤 등 제품 시장에도 강한 매수 압력을 가했다. WTI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재고도 -79.6만 배럴 줄었다.

또한 EIA는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1.2% 높게, 휘발유는 -2.4% 낮게, 증류유는 -10.3% 낮게 각각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4월 24일로 끝난 주에 13.586 million bpd로 전주와 동일했으며 이는 지난 11월 7일 기록한 13.862 million bpd의 최고치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추·물류 지표

시추장비 통계업체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4월 24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의 가동 중인 유전 시추 장비 수가 407대로 전주 대비 -3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25년 만의 저점인 406대(2025년 12월 19일 주간)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며, 2022년 12월의 627대(5.5년 최고치)와 비교하면 지난 2.5년간 급감한 수치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및 러시아 산유 영향

미국이 중재한 최근 제네바 회의는 이른 시간에 종료됐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장기적 합의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정유시설과 수송 인프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지난 10개월간 최소 30개 정유시설을 겨냥했고, 11월 이후에는 총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발트해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는 등 러시아의 수출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대러 추가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더욱 억제하는 요인이다.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와 전망

현재의 공급 차질과 재고 감소는 단기적으로 원유 및 정제유 가격을 추가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지속적으로 제한되는 가운데 수요가 회복되면 유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연료비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의 전반적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추가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산업은 비용 전가와 수요 조정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중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지속 여부와 해상 교역 정상화 시점, 둘째, OPEC+의 증산 정책 이행 여부 및 UAE의 OPEC 탈퇴(5월 1일 예정)로 인한 생산 확대 가능성,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개와 이에 따른 러시아산 유가 제한 지속 여부가 가격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UAE의 OPEC 탈퇴는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증산 여지를 높여 공급 증가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당장의 중동 분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전문가적 시사점

지금은 리스크 관리와 비용 민감 산업의 대응이 중요하다. 항공·해운·운송업체 등 연료비 노출도가 높은 기업들은 연료 헤지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고, 정유·화학 업계는 제품 스프레드 변동성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또한 정책 당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비상 재고와 대체 공급선 확보, 가계·기업의 유류비 부담 완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기사 말미: 이 글의 데이터와 수치들은 2026년 4월 24일 및 4월 29일 공개 자료와 시장 보고서들을 근거로 정리했으며, 저자는 관련 금융 상품에 대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