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6일(현지시간) 기술주 급락 여파로 일제히 크게 밀리며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2.64% 하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35% 내렸다. 나스닥 100 지수는 4.77% 급락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2.97% 하락했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5.09% 떨어졌다. S&P 500과 나스닥 100은 이날 장중 및 종가 기준으로 2주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2026년 6월 7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락은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반도체 기업에서 자금을 빼고, 최근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대형 기술주를 대거 매도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브로드컴의 칩 판매 전망이 시장의 높은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 관련 종목 랠리가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여기서 말하는 AI 인프라란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장비, 고성능 반도체처럼 인공지능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핵심 설비와 부품을 뜻하며, 최근 시장에서는 이들 종목이 상승세를 주도해 왔다.
금리와 고용지표가 시장 심리를 더 악화시켰다. 미국 5월 비농업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8만8,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4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도 기존 11만5,000명에서 17만9,000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5월 실업률은 4.3%로 예상과 같았다. 5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3.4%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4월 소비자신용은 207억3,300만 달러 증가해 예상치 176억7,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 같은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열어둘 수 있다는 관측을 키웠다. 실제로 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베이시스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1%로 반영하고 있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 0.01%포인트를 뜻한다.
채권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9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선물은 16.5틱 하락했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6.9bp 오른 4.542%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552%까지 올라 2주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3.051%까지 올라 2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3.038%로 마감하며 1.6bp 상승했다. 영국 10년 만기 길트 금리는 0.5bp 오른 4.903%를 나타냈다. 유로존의 1분기 GDP는 종전 발표치보다 하향 조정돼 전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3%로 수정됐다. 유로존에서는 오는 6월 11일 열리는 다음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날 2% 이상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이 임시 평화 합의에 대한 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한 가운데,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무장세력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휴전 성사 후에만 레바논 휴전에 동의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반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중재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약세는 최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원유 시장이 수급보다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성장주의 조정 압력은 더 거세졌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496곳 가운데 84%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 섹터를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의 가장 약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증시 상승이 소수 대형 기술주와 AI 관련 종목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음을 시사한다. 기술주 중심의 조정이 이어질 경우, 향후 시장은 실적이 견조하더라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럽 스톡스 50 지수는 0.68%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주 만의 최저치로 밀리며 0.74% 내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1.31% 하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주와 위험자산에 대한 차익실현이 확산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시장까지 동반 약세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종목별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기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마벨테크놀로지는 16% 이상 급락해 나스닥 100 구성종목 가운데 하락률 1위를 기록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3% 이상 떨어졌다. ARM홀딩스는 12% 이상, 인텔·샌디스크·온세미컨덕터·웨스턴디지털은 10% 이상 하락했다. AMD와 퀄컴은 9% 이상 내렸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KLA·시게이트테크놀로지홀딩스·램리서치는 8% 이상 밀렸다. 브로드컴, NXP세미컨덕터,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는 7% 이상 하락했고, ASML홀딩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도 6% 이상 내렸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도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6% 이상 하락했고, 메타플랫폼스는 5% 이상 내렸다. 아마존닷컴은 3% 이상, 마이크로소프트는 2% 이상 하락했다. 알파벳과 애플도 각각 1% 이상 내렸다. 시장을 이끌던 대형 기술주의 동반 하락은 지수 전반의 체감 악화를 더욱 키웠다.
가상자산 연계주와 광산주도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20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며 5% 이상 하락하자, 가상자산 노출 종목들도 급락했다. 갤럭시디지털홀딩스는 11% 이상 떨어졌고, 마라홀딩스와 라이엇플랫폼스는 10% 이상 하락했다. 코인베이스글로벌은 7% 이상,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6% 이상 내렸다. 금·은·구리 가격 급락에 따라 광산주 역시 약세를 보였으며, 헤클라마이닝은 12% 이상, 코어마이닝은 11% 이상 하락했다. 서던코퍼는 10% 이상, 프리포트맥모란은 9% 이상 내렸고, 앵글로골드아샨티는 8% 이상, 뉴몬트와 배릭마이닝은 7% 이상 떨어졌다.
반대로 방어주 성격이 강한 필수소비재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증시 급락 속에서 클로락스는 5% 이상 상승했고, 프록터앤드갬블은 4% 이상 올라 다우지수 내 상승률 상위 종목이 됐다. 킴벌리-클라크와 콜게이트-팜올리브도 4% 이상 올랐으며, 코카콜라와 타이슨푸즈는 3% 이상 상승했다. 변동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실적 안정성이 높은 방어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흐름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개별 기업 실적과 전망도 주가를 크게 흔들었다. 가이드와이어소프트웨어는 4분기 구독 및 지원 매출을 2억5,900만~2억6,500만 달러로 제시했는데, 중간값 2억6,200만 달러는 시장 예상치 2억6,360만 달러에 못 미쳐 9% 이상 하락했다. 룰루레몬 애슬레티카는 2027년 순매출 전망을 기존 113억5,000만~115억 달러에서 110억~111억5,000만 달러로 낮추면서 시장 예상치 114억9,000만 달러에도 못 미쳐 8% 이상 급락했다. 도큐사인은 연간 조정 매출총이익률 전망을 81.5%~82%로 내놨고, 중간값은 시장 예상치 81.8%보다 낮아 6% 이상 떨어졌다. 피서브는 BNP파리바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46달러로 제시한 뒤 3% 이상 하락했다.
반면 일부 종목은 호실적이나 상향 조정된 가이던스로 상승했다. 쿠퍼컴퍼니는 2분기 순매출 10억8,000만 달러를 발표해 시장 예상치 10억5,000만 달러를 웃돌며 8% 이상 올랐다. G-III어패럴그룹은 2027년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을 2.15~2.25달러로 높여 기존 2.00~2.10달러와 예상치 2.09달러를 웃돌며 5% 이상 상승했다. 서비스타이탄은 1분기 매출 2억6,880만 달러로 예상치 2억5,670만 달러를 상회해 4% 이상 올랐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JP모건체이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35달러로 제시한 뒤 4% 이상 상승했다.
한편, 6월 8일 2026년 실적 발표 예정 기업으로는 캠벨스컴퍼니, 그레이엄코프, 허브그룹, 마마스 크리에이션스, 미션 프로듀스, 모터카 파츠 오브 아메리카, 나노-X 이미징, 오일드리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 리플리뮨 그룹, 베일 리조트, XCF 글로벌이 포함됐다. 시장은 다음 주에도 금리 전망, 기술주 밸류에이션, 그리고 AI 관련 종목의 조정 강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기 금리의 대표 지표이며, 주식시장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FOMC는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회의로,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행사다. 틱(tick)은 선물가격의 최소 변동 단위이며, 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