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기술주 강세와 경제지표 호조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상승세를 이어갔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77% 오른 채 마감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75%, 나스닥100지수는 0.73% 상승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78% 올랐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도 0.75% 상승했다.
이날 S&P 500과 나스닥100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다우지수는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 올랐다. 시장 전반의 상승은 기술주가 주도했다. 특히 시스코 시스템즈가 연간 매출과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13% 급등한 것이 투자심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 확대,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구매 확대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각각 약 3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을 골라 관세 완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틀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6년 5월 15일, 바차트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지표에도 반응했다. 4월 소매판매가 예상대로 증가했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근접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주가에 추가 동력을 제공했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1만2천 건 증가한 21만1천 건으로 집계돼, 20만5천 건을 예상한 시장 전망보다 다소 약한 노동시장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전망치와 일치했고,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7% 늘어나 예상과 부합했다. 수입 물가도 예상보다 강했다. 4월 수입물가지수에서 석유를 제외한 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해 시장이 예상한 0.5% 상승을 웃돌았다. 이는 수입물가를 통해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자주 쓰이는 전월 대비(m/m)는 직전 달과 비교한 변화를 뜻하며, 전년 대비(y/y)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수치를 의미한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다시 부각됐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제프 슈미드 총재는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가장 시급한 위험”이라고 언급해 증시에 부담을 줬다.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 정도로만 반영하고 있다. 즉, 당분간 금리 인하 기대는 크지 않다는 뜻이다.
국제 유가도 큰 틀에서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이날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문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로 남아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날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 속도로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공급 차질이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을 줄였고, 6월까지 최대 10억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적 시즌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454곳 가운데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1분기 이익은 약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는 현재 증시 상승이 얼마나 기술주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증시는 엇갈렸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1.26% 상승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1년 만의 고점 부근에서 밀리며 1.52%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사상 최고치에서 내려와 0.98% 떨어졌다. 이는 미국 증시의 강세와 달리 아시아 증시에서는 차익실현 압력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하락 압력이 우세했다. 6월물 10년물 미 국채선물은 3.5틱 상승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0.6bp 하락한 4.463%를 기록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예상보다 많았던 점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했고, 이번 주 분기 차환 발행에서 나올 1,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판매에 대비해 채권 딜러들이 10년물 국채선물 숏포지션을 되사들인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슈미드 총재의 매파적 발언은 국채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유럽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5.8bp 내린 3.043%,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7.1bp 하락한 4.994%를 나타냈다. 영국의 3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늘어 시장 예상치인 0.1% 감소를 크게 웃돌았고,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인 마르틴스 카자크스는 유가 상승이 점차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되면 ECB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왑시장은 다음 정책회의인 6월 11일 ECB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을 80%로 반영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기술주와 보안주가 강세를 보였고, 원자재주는 약세를 나타냈다. 반도체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반도체를 포함한 무역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랠리를 펼쳤다. 브로드컴은 6% 넘게 올랐고, 엔비디아는 4% 이상 상승했다. 마벨 테크놀로지와 KLA는 3% 넘게 뛰었으며, ARM 홀딩스는 2% 이상 올랐다. AMD,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각각 1% 이상 상승했다.
사이버보안주도 시장을 지지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4% 넘게 올랐고, 옥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클라우드플레어, 포티넷은 3% 이상 상승했다. 제스케일러도 1% 넘게 올랐다. 반면 은 가격이 4% 이상, 구리 가격이 1% 이상 하락하면서 광산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헤클라 마이닝은 8% 넘게 급락했고, 배릭 마이닝은 3% 이상 내렸다. 뉴몬트는 2% 이상 떨어졌고, 프리포트 맥모란, 서던 코퍼, 코에르 마이닝도 1% 이상 하락했다.
개별 종목 가운데 시스코 시스템즈는 3분기 실적이 기대를 웃돌고 연간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S&P 500, 나스닥100, 다우존스의 상승 종목을 이끌며 13% 넘게 급등했다. 스텁허브 홀딩스는 1분기 매출이 4억4,6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4억2,500만 달러를 웃돌며 13% 이상 올랐다.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는 차기 대형 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 VI의 사전 주문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6% 이상 상승했다. 포드는 데이터 저장 사업 진출을 위해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6% 넘게 올랐다. 이 투자에는 저장 사업용 대형 에너지 셀 생산도 포함된다.
어슈어런트는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285달러로 제시하면서 4% 넘게 올랐다. 커머셜 메탈스도 UBS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고 목표주가를 89달러로 제시한 뒤 3% 넘게 상승했다. 반면 도큐사이티는 2027년 매출 전망치를 6억6,400만~6억7,600만 달러로 제시했으나 시장 예상치 6억9,890만 달러에 못 미치면서 23% 이상 급락했다. 보잉은 중국이 항공기 200대를 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도, 시장 기대치였던 500대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는 평가에 다우지수 내 최대 하락 종목이 되며 4% 넘게 떨어졌다.
오클로는 보통주를 최대 10억 달러까지 발행하겠다고 밝힌 뒤 3% 이상 내렸다. 아카마이 테크놀로지는 약 2억500만 달러에 레이어X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번 인수가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약 12센트 낮출 것이라고 밝힌 뒤 3% 이상 하락했다. 코디악 가스 서비스는 전날 종가 75.74달러보다 낮은 주당 70~72달러에 시간외 주식 매각을 진행한다고 밝히며 거의 2% 떨어졌다. 캠든 프로퍼티 트러스트는 스코티아뱅크가 투자의견을 ‘섹터 퍼폼’에서 ‘섹터 언더퍼폼’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95달러로 제시한 뒤 1% 이상 하락했다.
한편 2026년 5월 15일 기준으로 실적 발표가 예정된 기업은 액추에이트 테라퓨틱스, 어라이브 AI, ARS 파마슈티컬스, 브라이트 마인즈 바이오사이언시스, 팔콘스 비욘드 글로벌, 고사머 바이오, 럼넌트 파이낸스 트러스트, 마우이 랜드 & 파인애플, 넥스포인트 다이버시파이드 리얼에스테이트 트러스트, 피카드 메디컬, RBC 베어링스, 스미스-미들랜드 등이다. 이날 기사 작성 시점에 리치 애스플런드는 본문에서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에만 사용됐다. 이번 장세는 기술주 실적 호조와 경기 연착륙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를 다시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매파적 발언이 여전히 상단을 제한하고 있어, 향후 증시는 실적 모멘텀과 금리 경로 사이에서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