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중국 경쟁업체들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새로운 수출 규제를 도입하도록 미국 의회에 강력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6년 4월 22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의회가 반도체 장비 규제의 허점을 메우는 법안인 ‘MATCH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주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MATCH 법안은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고,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수출 제한을 외국 기업에도 동등하게 적용하도록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주요 대상은 중국 내에서 반도체 시설을 운영하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 등이다. 법안 초안은 또한 중국 전역의 핵심 기술에 대해 더 광범위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입법 과정 전반에 걸쳐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왔다. 약 한 달 전에는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원탁회의를 가졌고, 앞서 지난달에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과 유사한 비공개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반도체 장비 시장의 구조을 보면, 현행 초미세 공정용 장비 가운데 DUV(심자외선, Deep Ultraviolet) 이머전(Immersion)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MATCH 법안 초안은 이러한 장비를 중국으로 더 넓게 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며, 외국 기업들이 중국 내 규제 대상 시설에서 장비를 정비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내 유일한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이자 보이시(아이다호) 본사를 둔 기업으로, 뉴욕에 대규모 생산시설(메가팩토리)을 건설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은 세계 시장에서 3위 제조사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MTC와 CXMT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미 상무부(Commerce Department)가 이들 기업에 대해 부과한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진행되고 있다. YMTC는 2022년부터 제한 대상 거래 목록에 올라있고, CXMT의 첨단 시설은 이미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 되어 있다.
로이터 보도는 또한 반도체 장비 제조사와의 갈등을 전했다.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과 미국의 장비업체인 램리서치(Lam Research),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KLA 등은 수출 통제로 인해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법안의 내용에 대해 로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중국 시장에서의 장비 판매와 서비스 제공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무부는 이달 초 ASML의 CEO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가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과 만나는 사진을 공개했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이 장면은 장비 공급과 규제 문제를 둘러싼 외교·산업적 협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MATCH 법안을 포함해 상무부의 라이선싱·부처 간 절차, 엔터티 리스트(Entity List) 운영, 집행 및 제재 등을 겨냥한 다수의 법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원 외교위원회 관계자는 이를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 이래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분야에서 가장 큰 입법적 추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동안 BIS(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초당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무부 산하 BIS에서 근무했던 케이트 코렌(Kate Koren)의 발언이다. 코렌은 현재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소속되어 있다. 그녀는 로이터에 “초당적으로 BIS가 지난 1년간 기대만큼 기능하지 못했다는 강한 합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BIS는 최근 몇 년간 내부 혼란을 겪은 것으로 보도됐으며, 대중(對中) 무역 협상 과정에서 일시적 완화(detente)를 거치면서 새로운 규제 도입을 보류해온 정황이 있다. BIS 측은 보도에 대한 즉각적인 논평을 제공하지 않았다.
만약 MATCH 법안과 관련 법안들이 하원에서 진전된다 해도, 이는 입법 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상원에도 대응 법안이 제출되어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의 수정안으로 포함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용어 설명
DUV 이머전 장비: Deep Ultraviolet Immersion 기술로,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기판에 미세 회로를 패턴화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미세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이다.
ASML: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로, 극자외선(EUV) 및 DUV 장비의 주요 공급업체다. 고급 노광장비에 대한 접근성은 반도체 공정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엔터티 리스트(Entity List): 미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외교 정책에 따라 특정 외국 개인·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수출·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지정하는 목록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술·장비의 수입·수출에 있어 라이선스 승인 등의 제약을 받는다.
BIS(미국 산업안보국): 상무부 산하 기관으로 수출 통제와 관련된 정책 집행 및 라이선스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수출 통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어 있어 BIS의 역할과 기능은 중요하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우선 단기적으로는 MATCH 법안과 유사한 정책 추진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내 첨단 메모리 제조 시설로의 장비 공급이 더 엄격히 통제되면서, 해당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중국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SML을 포함한 고가의 DUV·EUV 노광 장비와 고정밀 공정용 장비는 서비스·정비 라이선스 제한으로 인한 추가 비용과 운용상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추가 규제가 시행되면 중국 내 로컬 장비 개발을 촉진하거나, 비(非)미국 기술을 활용한 대체 공급망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기술적 추격을 막기 위한 의도의 일부를 약화시킬 여지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의 분단(분리)을 심화시킬 위험을 동반한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론과 같은 미 제조사들의 주가가 정책 기대감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반대로 미국 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장비업체들은 향후 매출 불확실성으로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반도체 최종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에서의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 글로벌 메모리 가격에 상향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어 데이터센터·모바일 등 메모리 수요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MATCH 법안과 동반된 추가 법률들이 상무부의 라이선스 결정 절차와 집행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BIS의 기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입법적 시도가 이어질 경우, 향후 수출 통제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동시에 국제적 분쟁과 외교적 마찰을 심화시킬 소지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입법 움직임은 국가안보적 우려와 산업 경쟁력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법안의 최종 형태와 시행 방식에 따라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심의 과정과 상원 대응 법안의 처리 여부, 그리고 BIS와 업계 간의 조율 결과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