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기준 S&P 500 지수(SPY)는 0.57%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IA)는 0.58% 내렸으며, 나스닥 100지수(QQQ)는 0.60% 떨어졌다. 6월물 E-mini S&P 선물(ESM26)은 0.50% 하락했고, 6월물 E-mini 나스닥 선물(NQM26)은 0.52% 밀렸다. 나스닥 100은 이날 사상 최고치에서 후퇴했다.
2026년 6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밤사이 격화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 넘게 상승해 최근 1주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군은 이란으로 돌아가던 빈 유조선을 제압한 직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이란은 바레인의 미 해군 기지와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또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키시섬의 통신탑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로, 이 지역 긴장은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반에는 소프트웨어 업종 약세와 프라이빗 크레딧 관련 종목 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기술주를 지지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는 6% 넘게 오르며 전일 32% 급등에 이어 반등 흐름을 이어갔고,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해당 업체가 다음 1조달러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현재 시가총액의 5배가 넘는 기업가치 기대가 거론된 셈이다. 다만 시장의 방향성은 AI 수혜주 강세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경계에 더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미 노동시장 지표도 경기에는 긍정적이나,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는 다소 긴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5월 ADP 민간고용은 12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 12만명보다 소폭 강했고, 1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ADP 고용은 민간 부문 고용을 가늠하는 지표로, 비농업고용지표를 앞두고 노동시장 흐름을 추정하는 데 자주 참고된다. 한편 미국 MBA 모기지 신청은 5월 29일로 끝난 주간에 2.5% 감소했다. 주택구입 모기지 지수는 2.9% 줄었고, 재융자 지수는 2.3% 하락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6.65%에서 6.57%로 8bp 내려갔다.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3%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
실적 시즌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485개 S&P 500 기업 가운데 84%가 1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S&P 500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증시의 이익 증가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증시는 엇갈렸다. 유로스톡스50은 0.63%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2%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2.50% 뛰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3.009%,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4.907%로 각각 3.5bp, 4.8bp 상승했다. 유로존 5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존 47.5에서 48.5로 상향 조정됐고,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4.9% 올라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영국 5월 서비스업 PMI도 47.9에서 49.3으로 상향 수정됐다. 유로존 금리 스왑 시장은 6월 11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에서 25bp 인상 가능성을 97%로 반영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기술주 내 차별화가 뚜렷하다. 소프트웨어 종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아틀라시안(TEAM)과 데이터독(DDOG)은 7% 넘게 떨어졌고, 다우지수 편입 종목인 IBM은 6%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오라클(ORCL)과 서비스나우(NOW)는 5% 이상 내렸고, 팔란티어(PLTR)는 4% 넘게 하락했다. 워크데이(WDAY)와 세일즈포스(CRM)는 3% 이상 떨어졌으며, 인튜이트(INTU), 오토데스크(ADSK), 어도비(ADBE)도 2% 이상 약세였다. 이는 AI 기대가 큰 소프트웨어 업종이라도 단기 실적 기대와 밸류에이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라이빗 크레딧 관련주도 흔들렸다. 클리프워터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에서 17%의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대체투자주에 부담을 줬다. Ares Management(ARES)와 Carlyle Group(CG)은 4% 넘게 내렸고, Blackstone(BX), KKR, Blue Owl Capital(OWL)은 3% 이상 하락했다. Apollo Global Management(APO)와 BlackRock(BLK)도 2% 이상 떨어졌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은행 대출이 아닌 사모 형태의 신용공여를 의미하며, 금리 환경과 투자자 유동성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텔(INTC)은 7% 넘게 오르며 S&P 500과 나스닥 100의 상승 종목을 이끌었고, 웨스턴디지털(WDC)은 5% 이상 상승했다. AMD,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홀딩스도 2% 이상 올랐다. 램리서치(LRCX), 온세미컨덕터(ON), ASML 홀딩 NV(ASML)도 1% 이상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관련한 설비투자 기대가 이들 종목의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메모리·장비·파운드리 관련주가 함께 움직이며 AI 투자 사이클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개별 종목에서는 흐름이 엇갈렸다. 깃랩(GTLB)은 약 14%의 인력 감축과 22개국 철수를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7% 넘게 하락했다. 울타 뷰티(ULTA)는 연간 가이던스가 올해 하반기 전망 악화를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오며 6% 이상 밀렸다.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매수 측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5% 넘게 떨어졌다. 반대로 게임스톱(GME)은 1분기 순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8억3530만달러를 기록했고, 이사회가 2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승인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8% 넘게 급등했다. 마벨 테크놀로지(MRVL)는 전일 32% 급등에 이어 이날도 4% 넘게 상승했다. 메드트로닉(MDT)은 4분기 매출이 98억1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96억4000만달러를 웃돌아 4% 이상 올랐다. 아이렌(IREN)은 호주 남호주 번디에 8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송전 연계 계약 체결 소식에 3% 넘게 상승했다. 셔윈-윌리엄스(SHW)는 닛폰페인트와 아크조노벨 공동 인수 추진을 접었다는 소식에 2% 이상 올랐다.
이날 이후에는 브로드컴(AVGO),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 파이브 빌로우(FIVE), 메이시스(M), 메드트로닉(MDT), 올리스 바겐 아울렛 홀딩(OLLI), PVH, 쏘어 인더스트리스(THO), 비바 시스템스(VEEV)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은 중동 리스크가 추가로 확산될 경우 원유·에너지·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동시에 AI·반도체 중심의 성장주는 강한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미국 증시는 지정학적 불안과 성장 기대가 맞서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될 경우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