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인공지능 기대에 뉴욕증시 상승 마감…S&P 500·다우·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 증시가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기대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지난 금요일 S&P 500지수는 0.22% 올랐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72%, 나스닥100지수는 0.36% 상승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19%,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31% 각각 올랐다. 이들 주요 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6년 5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증시는 중동 평화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원유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든 데 힘입어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AI 인프라 업그레이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델 테크놀로지스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매출 전망을 내놓은 뒤 금요일 하루에만 32% 급등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예비 합의안을 승인할지 주목하고 있다. 해당 합의안은 휴전 기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최종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 해협의 재개방 여부는 국제 유가와 물류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꼽힌다.

미국 경제지표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5월 MNI 시카고 PMI는 13.5포인트 급등한 62.7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50.3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4년 3개월 만에 가장 빠른 확장 속도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 활동과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이번 수치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발언은 주식과 채권 시장에 엇갈린 영향을 줬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기준금리 정책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 경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조정할 “긴급성은 없다”고도 밝혔다.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닐 카시카리 총재 역시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중동 분쟁 전개와 경제지표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캔자스시티 연은의 제프 슈미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물가안정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는 1% 넘게 하락하며 5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임시로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데 잠정 합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여러 장애물이 남아 있다. 해협 내 지뢰 제거가 필요하고, 가동이 멈춘 유전은 재가동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도 필요하다.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가능성을 2% 정도로만 반영하고 있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를 뜻하는 단위다. 즉 25bp 인하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현재 시장은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으며, 물가와 중동 정세가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적 시즌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금요일 기준으로 S&P 500 편입기업 485곳 가운데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4%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기술업종의 실적 기여도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해외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유럽스톡스50지수는 0.08%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3% 내렸다. 반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53% 급등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지역별 온도차가 확인된 셈이다.


국채시장과 금리 동향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 선물은 금요일 1틱 상승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2bp 오른 4.449%를 기록했다. WTI 원유가 5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소 낮아진 점이 국채 가격을 지지했다. 또한 지난주 미 재무부의 2,150억 달러 규모 10년물 국채 입찰에 대비해 포지션을 잡았던 채권딜러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되사들이는 움직임도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됐다. 국채 공매도 숏커버링은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다만 시카고 PMI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국채 상승폭은 제한됐다. 아울러 S&P 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지며 국채 수요도 일부 줄었다. 유럽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4bp 내린 2.938%,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0.2bp 하락한 4.812%를 나타냈다.

독일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EU 조화 기준)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고,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해 시장 예상치였던 보합과 2.8% 상승을 밑돌았다. 독일 5월 실업자 수는 1만2000명 감소하며 예상치였던 1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6.3%로 0.1%포인트 하락해 시장 예상보다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줬다.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파비오 파네타 ECB 집행이사회 이사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 기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기디미나스 시므쿠스 ECB 정책위원도 6월 금리 인상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 번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언급했다. 스왑시장은 다음 6월 11일 회의에서 ECB가 25b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89%로 반영하고 있다.


뉴욕증시 주요 종목 동향

금요일 미국 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주가 강세를 보였다. 아틀라시안은 15% 넘게 상승했고, 서비스나우는 13% 넘게 올랐다. 다우지수 구성종목인 IBM도 12% 넘게 뛰며 상승 종목을 이끌었다. 나스닥100에서는 워크데이가 11% 넘게 상승했고, 오라클은 10% 넘게 올랐다. 데이터도그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9% 넘게 올랐고, 세일즈포스는 8% 넘게 상승했다. 어도비는 7% 넘게 뛰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튜이트도 5% 넘게 올랐다.

사이버보안주도 강했다. 옥타는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91센트를 발표해 시장 예상치 85센트를 웃돌았고, 2027년 조정 EPS 전망을 3.79~3.87달러로 상향해 시장 예상치 3.78달러보다 높게 제시한 뒤 30% 넘게 급등했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9% 넘게 올랐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8% 넘게 상승했다. Z스케일러는 7% 넘게 뛰었으며, 클라우드플레어와 포티넷은 6% 넘게 올랐다.

AI 인프라 관련 종목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RM홀딩스는 5% 넘게 상승했고, 브로드컴은 4% 넘게 올랐다. 퀄컴과 샌디스크도 3% 넘게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등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1분기 총매출이 438억4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355억2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S&P 500 상승 종목 중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델은 2027년 매출 전망도 기존 1380억~1420억 달러에서 1650억~1690억 달러로 상향했고, 이는 시장 예상치 1421억2000만 달러보다 높다. 넷앱도 4분기 순매출 19억5000만 달러로 예상치 18억7000만 달러를 넘겼고, 2027년 매출 전망을 73억3000만~75억8000만 달러로 제시해 예상치 72억 달러를 웃돌았다. 넥스트파워는 프리발론 에너지를 최대 3억6500만 달러의 현금과 주식으로 인수하기로 하면서 14% 넘게 올랐다.

반면 일부 소비재와 보안, 통신 장비주는 실적이나 전망 실망으로 하락했다. 갭은 1분기 비교매출이 2.00% 증가해 시장 예상치 2.93%에 못 미쳤고, 2027년 순매출 증가율 전망도 기존 2%~3%에서 1%~2%로 낮추면서 15% 넘게 급락했다.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는 1분기 총비교매출이 8.00% 늘었지만 예상치 8.48%를 하회해 11% 넘게 내렸다. 센티넬원은 1분기 매출 2억7670만 달러로 예상치 2억7730만 달러에 못 미쳤고, 2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를 밑돌아 8% 넘게 하락했다. 클로록스는 렌들 블레어 최고경영자(CEO)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다고 밝힌 뒤 6% 넘게 내렸고, 비아샛은 4분기 매출 11억7000만 달러로 예상치 11억9000만 달러에 못 미치며 6% 넘게 하락했다. 코스트코는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음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회원 증가세 둔화를 우려로 지적하면서 3% 넘게 떨어졌다. 오토데스크도 36억 달러 규모의 마인트엑스(MaintainX) 인수가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나오며 3% 넘게 밀렸다.

향후 시장 전망을 보면, 이번 랠리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AI 관련 투자 모멘텀이 동시에 살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유가가 더 안정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 기대가 커져 기술주와 성장주에 추가로 우호적일 수 있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 관련 협상이 지연되거나 중동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이 다시 흔들리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또 연준과 ECB의 금리 경로, 그리고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다음 장세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