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스리랑카의 깜짝 금리 인상, IMF 지원 경기회복에 찬물 끼얹을 위험

콜롬보, 5월 27일 —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단행한 예상 밖의 100bp(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취약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던 IMF(국제통화기금) 지원 경기회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부 압력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정책당국이 위기 방지 모드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화요일 정책금리를 7.75%에서 8.75%로 올렸다. 이는 3년여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당국은 외환보유액에 가해지는 압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29억 달러 규모의 IMF 프로그램 아래에서 요구되는 재정 준수와 물가 안정, 외환보유액 확충 목표를 지키기 위해 분주히 대응하고 있다.

정책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금리와 금융 여건 전반에 영향을 주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금리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지만, 반대로 물가와 외환 수요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스리랑카의 이번 조치는 그런 전형적인 긴축 정책의 성격을 띤다.

스리랑카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67억 달러로 줄어들었으며, 이는 지난 3월 말의 70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보유액은 수입 비용 기준으로 약 3.8개월치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수입 대금 결제 여력이 줄어들면 통화가치 방어력이 약해지고, 외환시장의 불안도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정책 전환은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연료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 경제는 수입 청구서가 급증하면서 통화 약세와 재정 적자 확대 위험이 다시 불거졌다. 연료 가격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에만 그치지 않고, 물류비와 생산비, 관광 비용 전반에 파급돼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이 처한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너무 빠르고 강하게 긴축하면 대출, 투자, 성장이 함께 둔화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느리게 대응하면 루피화, 외환보유액, 물가에 다시 압박이 가해질 수 있으며, 이는 2022년 스리랑카가 겪은 국제수지 위기를 재현할 위험으로 이어진다. 국제수지 위기는 한 나라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속도보다 써버리는 속도가 더 빨라져 외채와 수입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뜻한다.

콜롬보 정부는 이번에도 통화긴축과 행정적 조치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연료 가격 40% 인상, 차량 수입 관세 인상, 배급제, 그리고 주중 공휴일 확대와 같은 에너지 절약 조치를 통해 수요를 줄이고 외화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거시경제 안정의 성과를 지키고 IMF 프로그램의 이행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의 폭이 너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First Capital의 조사책임자 디만타 매튜(Dimantha Mathew)는 “우리는 약 25~50bp 인상을 예상했다”며 이번 조치를 다소 과도한 반응으로 봤다. 그는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2.5~3%로 낮췄다.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판단은 신용 확대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다른 기관들도 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다. 콜롬보 기반 주식리서치 회사 CAL은 성장률 전망을 100bp 낮춘 약 3%로 조정했고, 씨티(Citi)는 전망치를 3.8%40bp 낮췄다. 이는 공격적인 긴축이 회복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IMF는 스리랑카의 금리 인상에 대해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IMF 집행이사회는 수요일 늦게 회의를 열어 스리랑카에 대해 7억 달러두 차례에 걸쳐 지원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외환보유액을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충격이 회복세를 더 복잡하게 만들다

스리랑카 경제는 막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중앙은행 총재 난달랄 위라싱헤(Nandalal Weerasinghe)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관광 회복을 바탕으로 IMF 지원 경기회복이 힘을 받고 있으며, 상반기 성장률이 약 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연간 물가상승률은 3월 2.2%에서 지난달 5.4%로 뛰어올랐고, 위라싱헤 총재는 당분간 공식 목표치인 5%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급격한 긴축은 당국이 성장보다 물가 안정과 외부 완충재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구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중앙은행은 회복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외환과 물가가 흔들리면 경기 반등의 기반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의 유가 충격은 이 균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료 비용 상승은 외화 수입의 핵심 원천인 관광업에 이미 부담을 주기 시작했으며, 두 자릿수 신용 증가로 드러나는 강한 내수는 수입 증가를 자극해 경상수지와 재정적자를 함께 키울 수 있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소득의 대외거래를 나타내는 지표로, 적자가 커질수록 외화 유출 압력이 강해진다.

HNB Stockbrokers의 리서치 책임자 셰한 쿠라야(Shehan Cooray)는 “성장률은 다소 완만해지겠지만, 관광 수입 감소를 막고 통화 압력을 줄이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선제적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연료 가격 상승은 국내 보조금 확대 압력도 다시 키우고 있다. 의회는 3개월 동안 570억 스리랑카루피(약 1억7600만 달러)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를 더 연장하면 IMF 프로그램 하의 재정 목표를 압박할 수 있다. 보조금은 단기적으로는 가계 부담을 덜어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재정을 약화시킬 수 있어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보조금 개혁이 흔들리면 공공재정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성과가 훼손되고, IMF의 추가 지급도 지연될 수 있다. 이는 외환보유액 보강과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목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 증권(Asia Securiti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산지와 페르난도(Sanjeewa Fernando)는 “이번 금리 인상은 안정화 조치를 통해 회복 경로를 이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 시점에서 스리랑카 당국이 성장보다 불안 차단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전망을 보면, 이번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루피화 방어와 물가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동시에 민간 신용과 투자, 관광 회복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3.8개월치 수입을 간신히 커버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가격과 보조금 정책의 변화는 향후 환율과 물가, IMF 자금 집행 일정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스리랑카 경제는 성장 회복대외 건전성 방어 사이의 매우 좁은 균형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