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요르단에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집단으로 합류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25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구상을 내놓았으며, 파키스탄은 이를 거부했다. 다른 국가들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으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반감이 이슬람권에서 여전히 높은 만큼 긍정적 응답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2026년 5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해당 국가들의 지도자들과 통화했으며, 이미 협정에 서명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중동 일부 국가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일련의 합의로, 2020년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때 체결됐다. 당시 UAE와 바레인이 서명하며 25년 만에 이스라엘을 인정한 첫 아랍 국가가 됐고, 이후 모로코와 수단도 뒤를 이었다. 협정은 중동 질서 재편의 상징으로 평가돼 왔으며, 특히 이란을 견제하는 전략적 틀로도 인식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나는 모든 국가가 즉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할 것을 의무적으로 요청한다”며 “만약 이란이 미국 대통령인 나와 합의를 체결한다면, 이 비할 데 없는 세계적 연합의 일부가 되는 것은 영광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미국이 “이 매우 복잡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 해온 모든 노력”을 언급했다. 이는 이란과의 휴전 외교를 아브라함 협정 확대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파키스탄 측 소식통은 두 사안이 “서로 연동된 것이 아니며,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파키스탄은 그러한 요구를 따를 어떤 강제도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과 관련한 질의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슬람의 발상지이자 메카와 메디나 두 성지를 관리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승인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진전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사우디는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지 않는 한 협정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집트와 요르단, 튀르키예는 이미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나,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그 관계는 긴장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합의가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공화당의 오랜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과 아브라함 협정을 연결하는 구상을 지지하며, 이것이 지역 통합과 “경제적 기회의 중심축”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이란 합의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보다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담당 국장 알리 바에즈는 “트럼프는 이란 합의를 아브라함 협정의 속편처럼 팔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좋고, 중동에는 좋고, 워싱턴에는 충분히 강경한 모습으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은 한 환상을 다른 환상으로 바꾸는 것일 뿐”이라며 “이란을 항복시키려는 시도에서, 취약한 합의가 새로운 중동 질서를 떠받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자신이 중재한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2020년 UAE와 바레인이 서명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금기를 깨고 이스라엘을 인정했으며, 이후 모로코와 수단이 합류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과의 합의,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중동 안보 재편이라는 세 축을 한꺼번에 묶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향후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중동 내 외교 지형과 에너지·안보 관련 시장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을 포함한 주요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응이 불투명해 실제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