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휘발유 가격이 금요일 큰 폭으로 뛰며 국제유가가 강세를 나타냈다. 6월물 WTI 원유 선물(CL M26)은 전일 대비 4.25달러(4.20%) 오른 뒤 마감했고, 6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 M26)도 0.0962달러(2.67%) 상승했다. WTI는 1주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가는 미국-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데 따른 글로벌 공급 우려에 힘입어 급등했다.
2026년 5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최근의 평화안을 서로 거부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평화 제안을 두고
“쓰레기 같은 것(piece of garbage)”
이라고 비난하며 현재의 휴전 상태가 “생명 유지 장치(life support)”에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은 합의를 하게 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초토화될 것이다”
라고 밝혔다. 그는 월요일에는 미국이 해군과 공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안내하는 작전을 이번 주 안에라도 재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수로로, 세계 해상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다. 원문에서 언급된 호르무즈 해협은 일반적으로 국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 물량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뜻한다. 이 통로가 막히면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가격과 정유·운송 비용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공급망 차질(shipping disruption)이 장기화되는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전 세계 관측 기준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bpd) 감소했다고 밝혔다. IEA는 설령 다음 달 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극심한 공급 부족(severely undersupplied)”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지역의 충돌이 이어지며 에너지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이 글로벌 원유와 연료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데, 해협이 사실상 닫히면서 공급 병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으며, 현재의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이미 약 5억 배럴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감소 폭은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생산량을 약 6% 줄여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IEA는 지난 목요일 분쟁 과정에서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의 상승세를 일부 제한하는 요인도 있다. OPEC 대표들은 목요일 산유국 연합이 향후 수개월 동안 원유 쿼터 인상을 이어가며, 9월 말까지 감산분 복원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는 이미 2023년 단행한 165만 배럴 규모의 공급 감축분 가운데 약 3분의 2를 복원하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나머지 물량도 3단계의 월별 조정으로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5월 3일 OPEC+가 6월 생산량을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하고, 5월에도 20만6,000배럴 증산한 데 이어 추가 증산은 중동 전쟁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42만 배럴 감소해 하루 2,055만 배럴로 내려갔고, 이는 35년 만의 최저치였다.
해상 저장 물량도 줄었다. 선박에 실린 뒤 최소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원유 재고를 집계하는 Vortexa는 월요일, 5월 8일 종료 주간 기준 해당 재고가 전주 대비 33% 감소한 1억390만 배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 즉시 공급될 수 있는 유휴 물량이 줄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국제유가를 지지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재로 열린 최근 제네바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국의 영토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장기적 합의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쟁 장기화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한을 계속 유지하게 만들어 유가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했고, 이로 인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이 제한되며 전 세계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의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최소 21건 있었고, 그 결과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져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기업, 인프라, 선박에 대한 제재도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의 재고 및 생산 지표도 공개됐다. 수요일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성 5년 평균보다 0.3%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3% 낮았으며,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9.4% 낮았다. 디스틸레이트는 경유와 난방유를 포함하는 중간유분을 뜻한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0% 증가했으나,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만2,000배럴에는 소폭 못 미쳤다.
미국 에너지 업계의 시추 활동도 소폭 늘었다. 베이커휴즈는 금요일 5월 15일 종료 주간 미국 원유 시추기 수가 5기 증가한 415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에 기록한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인 406기보다는 높지만, 2022년 12월 발표된 5년 반 만의 최고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 수가 급격히 감소한 흐름은 셰일업계의 투자 보수화와 생산 효율성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수급을 넘어 중기 공급 전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디젤 등 정제유 가격까지 동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OPEC+의 증산 계획과 미국 생산 증가, 시추기 수의 반등은 가격 급등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요소다. 다만 현재로서는 전쟁, 제재, 정유시설 훼손, 해상 운송 차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이 우세한 국면으로 해석된다.
정리하면, 이번 상승은 단순한 하루짜리 변동이 아니라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글로벌 재고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며칠간의 외교 협상과 해협 통과 재개 여부, 그리고 OPEC+의 실제 증산 속도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