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적 로봇 가치 대부분을 차지할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 패권 경쟁은 더 이상 컴퓨팅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산업 규모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알파인 매크로(Alpine Macro)가 분석했다.

2026년 5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5월 12일 발표된 알파인 매크로 보고서는 미국이 첨단 지능과 반도체 설계, 이른바 ‘브레인 레이어(brain layer)’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로봇의 물리적 제조와 공급망, 배치 밀도 등 ‘바디 레이어(body layer)’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하드웨어 지형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자율성을 바탕으로 두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고도로 통합된 제조 클러스터를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용 로봇 전반에서 비용, 데이터 수집, 생산 측면의 우위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의 형태를 본뜬 로봇을 뜻하며, 산업용 로봇은 공장 자동화와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기계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이러한 격차를 확대하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베이징은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국가 발전의 핵심 축으로 명시하고, 관련 경제개발 자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체화 지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지능이 아니라, 센서와 모터, 기계 구조를 통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알파인 매크로의 수석 지정학 전략가 댄 알라마리우는 “AI에서 ‘승리’하려면 국가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며 “AI의 성공은 기술 자유지상주의적 꿈에서 벗어난 강한 국가 개입 형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가 주도 생태계는 양국 간 물리적 배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29만5,000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3만4,200대에 그쳤다. 로봇 설치 대수는 각국 산업 현장에 새로 투입되는 로봇 규모를 뜻하며, 실제 운영 데이터 축적과 학습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치가 물리적 AI의 학습 곡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물리적 AI는 디지털 데이터 저장소보다 실제 현장에서 얻는 운영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로봇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하는지가 성능 향상의 핵심이 된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국가 자금을 활용한 ‘로봇 훈련 농장(robot training farms)’을 통해 학습 시스템까지 산업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우한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가 거론됐으며, 이곳은 하루 약 100시간의 활용 가능한 체화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화 데이터는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고,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다.

제조 밀집도 또한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대표적 중국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Unitree)는 휴머노이드 판매량을 2023년 5대에서 2025년 첫 9개월 동안 3,551대로 늘렸다. 같은 기간 평균 단가는 약 59만3,000위안에서 16만8,000위안으로 낮아졌다. 이는 생산 규모 확대와 공급망 통합이 단가 인하에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의 로봇 모델은 최첨단 실리콘을 물리적 장치에 직접 탑재하고, 엔비디아(NVIDIA)의 코스모스(Cosmos)와 같은 고정밀 시뮬레이션을 통해 합성 훈련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실제 환경을 가상으로 복제해 다양한 상황을 시험하는 접근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 역시 구조적으로 아시아 제조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핵심 하드웨어 부품의 80%에서 90%를 공급하고 있으며, 로봇 구동장치에 필수적인 영구자석 시장의 93%를 통제하고 있다. 또한 고강도 로봇 모터에 필요한 중희토류 가공의 약 99%를 관리하고 있다. 중희토류는 첨단 산업과 군수, 전기모터 제조에 쓰이는 희귀자원으로, 가공 공정까지 포함한 공급망 통제력이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면, 이번 분석은 로봇 산업의 가치 중심이 단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서 제조 능력, 부품 공급망, 현장 배치 규모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의 대량 생산 체계와 가격 인하가 이어질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용 로봇의 상용화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은 고성능 칩과 시뮬레이션 기술에서 우위를 유지하더라도, 실제 로봇 보급 규모가 제한되면 데이터 축적 속도에서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로봇 시장에서는 기술 우위제조 우위 중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수익화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