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5월 15일(로이터) – 사모대출(private credit) 펀드들이 투자자들의 신용질 우려와 인공지능(AI)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 경계심을 반영해 대출자산 장부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2026년 5월 1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가 사모시장에서 주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주요 비즈니스개발회사(BDC) 14곳의 공시를 검토한 결과, 1분기 들어 사모대출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광범위한 가치 하락이 확인됐다. BDC는 은행이 아닌 형태로 민간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회사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비교적 덜 익숙하지만 사모대출 시장의 핵심 축 중 하나다. 이들 회사의 공정가치 대비 원가 비율은 3월 말 기준 103bp(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한 98.55%로 떨어졌고, 이는 투자자산이 상각원가 기준으로 약 12억달러 낮게 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압박의 일부가 개별 차입기업의 신용 악화만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스프레드 확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스프레드 확대란 대출금리와 무위험금리 사이 차이가 넓어지는 현상으로, 시장이 더 큰 위험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수치는 AI 확산이 소프트웨어 차입기업에 미칠 충격에 대한 투자자 우려, 비발생채권(non-accruals), 상환 압력 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곳은 CION, Ares, Blackstone Secured Lending, Goldman Sachs BDC 등으로 나타났다. 비발생채권은 원리금 상환이 중단돼 이자 수익이 더 이상 잡히지 않는 대출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자산건전성 악화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들 종목의 대출 공정가치가 크게 낮아진 것은 사모대출 시장에서 자산가치 재평가가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별도의 MSCI 데이터에 따르면, 사모대출 가운데 10분의 1 이상은 이미 최소 50% 이상 가치가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MSCI는 이런 수준의 하락이 대체로 심각한 부실이나 구조조정 위험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은 규모의 사모채권 펀드에 스트레스가 집중됐으며, 이들 펀드의 대출 13%는 달러당 50센트 미만의 가치로 평가됐다. 이는 유동성·회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BDC의 자금 조달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블루 아울(Blue Owl)은 개인투자자 대상 최대 크레딧 펀드에서 신규 투자금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블루 아울 크레딧 인컴 펀드는 5월 1일 청약금으로 2,640만달러만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4억8,000만달러에 비해 95% 감소한 수준이다. BDC와 사모대출 펀드는 통상 신규 자금 유입이 투자 확대와 운용 안정성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급감은 시장 신뢰 약화의 신호로 읽힌다.
HSBC는 금요일 자사의 사모대출 투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가 HSBC가 자체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하려던 40억달러 계획을 중단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대응이다. HSBC는 영국 대출기관 마켓 파이낸셜 솔루션스(Market Financial Solutions) 붕괴로 4억달러 손실을 공개한 직후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해당 브리징 대출기관은 여러 대출기관에 동시에 같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너졌다. 브리징 대출은 부동산 거래나 단기 자금 수요를 메우기 위해 쓰이는 단기 금융으로, 담보 관리 실패는 손실을 급격히 키울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사모대출 펀드는 1분기 중 3.7% 가치 하락을 기록했는데, 이는 미실현 손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미실현 손실은 실제 매각 전이지만 장부상 가치가 떨어진 손실을 뜻한다. 또한 KKR은 사모대출 펀드의 손실과 신용 문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FS KKR Capital에 3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형 운용사들이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자본 지원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주요 사모대출 그룹들과 보고 요건 전면 개편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규제당국이 사모대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논의에는 Apollo, Blackstone, Carlyle, 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 KKR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영국은행(BoE)이 글로벌 사모펀드 및 사모대출 산업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시장 영향 측면에서 보면, 이번 대출자산 평가절하는 사모대출 시장의 금리·신용 스프레드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AI가 소프트웨어·기술 관련 차입기업의 수익성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만큼,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추가 재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BDC와 사모대출 펀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 신규 대출 여력이 제한되고, 이는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 기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대형 운용사들의 자본 투입과 규제당국의 공시 강화는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전반적인 신용 경계심이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