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전통적으로 작동하던 글로벌 자산 간 상관관계가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이 고장이 난 계기판을 들여다보듯 해법으로 가는 길을 조각조각 맞추는 모습이다. 월가(Wall Street)의 주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공급 차질의 지속 기간, 장기적인 경제적 손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2026년 4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런던발 보도에 따르면, BMO의 최고 외환(FX) 전략가인 마크 맥코믹(Mark McCormick)은 향후 3~6개월이 “사전 분쟁(전쟁 이전) 정상 상태를 닮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메모에서 “성장 요인(growth factor)은 회복 중이지만 2025년 말 수준보다 낮게 머물러 있고, 금리(통화정책) 요인은 고조돼 있으며, 상관관계는 이동 중이고 낙폭 위험(drawdown risk)이 커지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자산군별 전통적 상관관계의 붕괴 양상
1. 채권(Fixed income)에 대한 강한 시험
일반적으로 주식과 국채 수익률은 동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 우려로 주식이 하락할 경우 안전자산인 채권을 매수해 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위험을 헤지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고물가와 정부 부채 증가로 채권이 주식 리스크에 대한 전통적 헤지(hedge) 기능을 상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단기 금리 기대와 물가에 민감한 만기 2년 채권(two-year bonds)이 이번 충격의 중심에 섰다. 1개월 이동 상관계수(one-month rolling correlation)로 보면 미국 2년물(트레저리) 수익률과 S&P 500 지수 간 상관계수는 최근 전쟁 이전 5년 평균인 0.23에서 약 -0.8로 붕괴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 지표는 -0.63을 기록 중이다. 독일의 2년물과 유럽 주식에서도 거의 동일한 패턴이 관찰된다.
“3월에는 적어도 단기 쪽에서 주권(sovreign) 채권으로의 이동은 분명히 없었다”고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의 매크로 전략 책임자 마이클 메트칼프(Michael Metcalfe)는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충격은 물가 쇼크이자 잠재적 성장 쇼크였기 때문에 채권 특히 단기 채권에 대한 강한 시험이었다”고 덧붙였다.
2. 금(Gold)의 ‘비전형적’ 거동
금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안전자산으로서의 전형적인 행보를 벗어나 주식과 유사하게 움직였고 심지어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비트코인 등)와도 가까운 동행을 보였다. 금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보다 여전히 약 10% 낮다.
전통적으로 금은 달러화와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시장 변동성이 커져 투자자들이 주식·채권 등 전통 시장을 회피할 때 달러는 주된 수혜 통화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월 말 이후 금과 달러의 상관계수는 평균 약 -0.4에서 약 -0.19로 약화됐고, 금과 주식의 상관계수는 5년 평균 0.22에서 약 0.55로 상승했다.
이 현상은 달러와 주식의 상관관계가 이번 주 사상 최저치인 -0.94로 치달아 거의 완벽한 역(逆)상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과거 5년 평균은 -0.28). 또한 비트코인과 주식의 상관계수는 전쟁 이전 평균 0.4에서 현재 0.96의 기록적 수치로 상승해, 암호화폐가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diversifier)으로서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다.
3. 금리 격차와 환율의 불일치
물가 충격 가능성으로 트레이더들은 특히 유럽에서의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는 한편 미국의 인하 기대는 낮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 간 금리 수준 차이는 통화 강세를 설명하지만 이 관계조차 이번 사태에서는 약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반면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달러당 약 $1.17 수준으로 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
유니크레딧(UniCredit)은 “특이한 사건들은 금융시장에서 전통적 변수 간의 관계를 변형시킬 수 있다“며 유로/달러와 금리차의 관계가 이번에 희생된 사례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2년 만기 미국·유로존 스왑금리 차이를 사용한 분석에서 금리차와 유로화의 상관계수는 연초 근처의 0에 비해 약 0.5로 상승했으며, 최근 2년 평균인 -0.3과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유니크레딧은 “전쟁으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리차가 유로/달러의 핵심 동인이 되는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4. 펀더멘털에서 단절된 움직임
원유 가격 상승은 통상적으로 물가 기대를 끌어올리지만, 전쟁 발발 이후 장기 물가 기대는 오히려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여주는 5년-5년 선행(Forward) 미국 인플레이션 스왑은 약 2.4% 수준으로 전쟁 이전의 약 2.45%에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원유 가격은 여전히 전쟁 직전보다 약 40% 높은 상태다.
원유 가격과 5년-5년 선행 인플레이션 스왑 간의 상관계수는 약 -0.7으로, 5년 평균인 0.2와는 정반대 방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에너지 쇼크 때에는 이 상관계수가 0.7까지 치솟은 바 있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이 전환 현상의 배경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전쟁 자금 조달을 위한 지출 확대)을 일부 지목했다. 은행은 또한 “장기 인플레이션 보상(forward inflation compensation)이 점점 펀더멘털과 분리(divorced)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용어 설명(투자 일반 독자를 위한 보충)
상관계수(correlation)는 두 자산이나 변수 간의 동시 변동 정도를 수치화한 값으로, +1이면 완전한 동행, -1이면 완전한 역행, 0이면 무관함을 의미한다. 예: 상관계수 -0.94는 두 변수가 거의 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2년 만기 채권(2-year yield)은 만기가 짧아 단기 금리 및 중앙은행 정책 기대에 민감하며, 5년-5년 선행 인플레이션 스왑은 향후 5년 후의 5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파생금융상품 기반의 지표로 장기 물가 기대를 가늠하는 데 사용된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체계적 분석)
이번 상관관계의 재편은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에게 리스크 관리의 복잡성을 증대시킨다. 전통적 헤지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가 축소돼 동일한 리스크 노출에 대해 더 큰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단기 금리와 물가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채권은 헤지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안전자산 수요와 미국 자본시장으로의 상대적 자금 유입을 반영한다. 달러와 주식의 상관계수가 -0.94 수준이라는 점은 위험 회피 시 달러가 일차적 수혜 통화로 기능함을 시사한다. 반대로 금과 비트코인이 주식과 동행하는 현상은 전통적 안전자산·대체자산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중기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간 통화정책의 방향성 차이가 환율과 자본흐름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금리차가 환율을 지배하는 전통적 메커니즘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투자자는 금리차뿐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의 변동성까지 고려한 다차원적 리스크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원유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단절된 현상은 재정정책(특히 전쟁 관련 지출)과 통화정책 간 상호작용이 향후 물가 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만약 재정지출 확대가 지속되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재부각될 수 있으며, 이는 채권수익률과 주식 밸류에이션에 새로운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투자자·운용사에 대한 실무적 시사점
첫째,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에서 상관계수의 고정적 가정(과거 평균에 대한 의존)을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단일 자산군에 대한 과신을 경계하고 시나리오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유동성 확보 전략을 재점검해 단기적 자금 부족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정학 리스크와 통화·금리·상품(원유 등)의 상호작용을 반영한 통합 리스크 모델의 채택이 권장된다.
이 보도는 로이터 통신의 Amanda Cooper가 작성한 영어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인용문은 원문을 충실히 번역·요약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