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란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투자심리를 흔들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6년 4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4월 유럽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European Fund Manager Survey, FMS)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번 설문은 4월 2일~9일 사이에 응답을 수집했으며, 90명의 참가자가 답했고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2470억(약 2470억 달러)이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순(净) 25%의 투자자가 향후 1년 동안 유럽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2월 조사에서 순 66%가 성장 가속을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반전이다. 조사 응답자의 약 80%는 지난주의 미-이란 휴전 발표 이전에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약 42%의 유럽 투자자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하방 리스크로 이란발 인플레이션 충격을 지목했다. 이는 직전 달에 최우선 우려로 꼽혔던 미국 소비자(consumer) 관련 리스크를 밀어냈다. 또한 응답자의 58%가 스태그플레이션(성장 둔화와 물가 고착의 동시 출현)을 현재의 지배적 거시 환경으로 보았으며, 이는 3월의 50%에서 상승한 수치로 기록적 수준이다.
원유가격이 우려의 핵심 요소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61%는 연말까지 브렌트(Brent)유가가 $80/배럴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로 인해 순 71%가 향후 12개월간 유럽의 핵심(Core)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리 전망도 이에 따라 변화했다. 순 4%의 투자자가 향후 1년간 글로벌 단기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경기 둔화에 따른 채권 매도세 완화로 수익률곡선의 가파름(steepening) 기대는 크게 후퇴했다.
“응답자 중 다수가 매파적(pacing) 중앙은행을 주식시장에 대한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 담당자들이 지적했다. 이 코멘트는 안드레아스 브뤽너(Andreas Bruckner)가 이끄는 전략팀의 분석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주식에 대한 순(净) 낙관성은 비교적 탄력적이었다. 응답자의 순 33%는 단기적으로 유럽 주식의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전월과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순 63%는 향후 12개월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직전 조사치인 71%에서 하락한 수치다.
포트폴리오 운용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급격히 줄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응답자의 46%는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리스크로 주식을 과도하게 축소해 랠리를 놓치는 것을 꼽아, 전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섹터 포지셔닝 변화도 관찰됐다. 기초 자원(Basic Resources)이 금융(Financials)을 제치고 가장 선호되는 유럽 슈퍼섹터로 떠올랐고, 그 다음으로는 통신(Telecoms)과 헬스케어(Healthcare)가 뒤를 이었다. 반면 은행(Banks), 산업(Industrials), 보험(Insurance)에 대한 노출은 축소했다. 자동차(Autos)와 미디어(Media)는 여전히 가장 언더웨이트(underweighted)된 섹터로 남아 있다.
향후 12개월 동안 가장 성과가 좋을 섹터로는 유틸리티(Utilities)와 에너지(Energy)가 꼽혔다. 이는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유럽 경기 회복의 촉매로는 독일의 재정 부양책이 가장 빈번히 거론됐으나, 그 비중은 68%에서 50%로 하락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휴전 가능성은 7%에서 25%로 상승해 회복 촉발 요인으로 부각됐다.
용어 설명(독자를 위한 부가 설명)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 둔화(또는 경기 정체)와 높은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경기침체기에는 물가가 하락하거나 완만한 상승을 보이는 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어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브렌트(Brent)유는 유럽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원유 벤치마크다. 국제 원유가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순(净) 비율(net %) 표시는 설문에서 긍정 응답 비율에서 부정 응답 비율을 뺀 값을 의미한다. 예컨대 순 25%는 긍정 응답이 부정 응답보다 25%p 더 많았음을 뜻한다.
정책 및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 파장(분석)
이번 조사 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원유가격의 상승 기대가 강화되면 유럽의 핵심 인플레이션이 상방 리스크에 노출되며,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더 큰 제약을 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은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 또는 강화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금리 경로는 채권시장과 신용 스프레드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어 금융조건을 긴축시키고 성장 둔화를 가속할 위험이 있다.
둘째, 투자자들의 포지셔닝과 섹터 선호 변화는 자금 흐름의 재편을 시사한다. 기초자원과 에너지·유틸리티로의 선호 전환은 원자재와 에너지 관련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은행·산업·보험 섹터의 비중 축소는 금융주와 경기순환주에 대한 상대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섹터별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투자자들이 주식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위험을 우려하는 점은 증시의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단기적 뉴스(예: 지정학적 위기, 원유 급등)에도 불구하고 포지션 유지 성향이 강하면,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날 때 빠른 리스크온(risk-on)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다만, 금리와 인플레이션 모두 상승하는 환경이면 주식의 할인율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변수(이란발 충격, 우크라이나 갈등)와 정책 변수(독일의 재정정책 등)는 유럽 경제의 회복 경로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금융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크기와 지속성에 따라 단기적 변동성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크므로 투자자와 정책결정자는 리스크 관리와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요약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유럽 FMS는 유럽 경제에 대한 투자자 심리가 단기간에 악화됐음을 보여주며, 특히 이란발 인플레이션 충격과 원유가격 상승 기대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높였음을 확인했다. 설문 참여자 90명(운용자산 $2470억)은 성장 둔화 전망과 함께 유럽 핵심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으며, 금리·수익률곡선 전망 및 섹터 선호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정책금리 경로, 섹터별 자금 흐름, 자산 밸류에이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