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CL M26)은 전일 대비 +3.13달러(+3.25%) 상승했고, 6월 RBOB 휘발유 선물(RB M26)은 +0.0241달러(+0.72%) 상승했다. 원유는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상승해 2주 최고를 기록했고, 휘발유는 약 3년 9개월(3.7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이란 간 평화협상 교착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전 세계 석유 공급을 촘촘하게 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2026년 4월 28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을 계기로 원유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해당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근 호르무즈 재개 및 전쟁 종결을 위한 제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핵 관련 활동을 억제하는 합의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전했다. NYT 보도 이후 투자자들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반영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같은 날 CNN은 파키스탄의 중재자들이 향후 며칠 내에 이란으로부터 수정된 제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면서 원유 가격은 당일 최고치에서 일부 후퇴했다. 보도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위치가 비밀로 유지돼 소통이 어려워 협상 과정이 지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가 5월 1일자로 OPEC를 탈퇴한다고 발표하자, UAE가 더 이상 OPEC의 생산 할당에 구속받지 않고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격 상승폭이 일부 진정됐다.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영향
호르무즈 해협의 지속적인 폐쇄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기저를 지지하고 있으며, 공급 부족 사태를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해당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전 세계 물동량의 약 20%에 달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원유 생산이 4월 들어 약 1,450만 배럴/일(bpd) 감소했으며 이는 전체의 50% 이상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현재의 혼란은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을 소진했고, 이 수치는 6월에는 10억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지역 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생산을 약 6%가량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 4월 13일 미국은 이란 항구에 기항하거나 향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차단하는 봉쇄를 시작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봉쇄 조치가 “합의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봉쇄 이전인 3월에는 이란이 약 170만 bpd를 수출할 수 있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발표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약 1,300만 bpd의 글로벌 원유 공급이 차단됐다고 분석했다. IEA는 또한 분쟁 중에 에너지 시설 80개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내 다른 요인들
약세 요인으로는 OPEC+가 4월 5일 발표한 5월 206,000 bpd 증산 계획이 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827,000 bpd가 남아 있다. 한편 OPEC의 3월 원유생산은 -7.56백만 bpd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치인 22.05백만 bpd를 기록했다.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Vortexa는 4월 24일 종료된 주간을 기준으로 적어도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실린 원유 저장량이 주간 기준 +25% 증가하여 1.5311억 배럴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최근 3개월 내 최고치다.
유럽의 제네바에서 열린 최근 미국 중재 회의는 조기 종료되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러시아의 영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장기적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석유시장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9개월 동안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이후에는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또한 미국과 EU의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기업·인프라·유조선에 영향을 미쳐 수출을 억제했다.
미국 내 재고·생산·시추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4월 17일 기준 보고서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2.8% 높은 수준,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0.1%, (3) 경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7.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원유 생산은 4월 17일 주간 기준 13.585백만 bpd로 전주 대비 -0.1% 감소했으며, 이는 11월 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2백만 bpd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시추 활동을 반영하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보고에 따르면, 4월 24일 종료 주간 미국의 가동 중인 유정 수는 전주 대비 -3개 감소한 407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 19일 주간에 기록된 406개에 근접한 수치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의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627개에서 급감했다.
용어 설명
이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부 용어는 다음과 같다. RBOB는 휘발유의 뉴욕상품거래소(NYMEX) 표준 규격 휘발유 선물을 의미하며, bpd는 배럴당 하루 공급량(Barrels Per Day)을 뜻한다.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OPEC+는 전통적 OPEC 회원국에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을 포함한 협의체를 말한다. 또한 선박에 장기간 대기 중인 원유를 의미하는 ‘유조선에 실린 저장 원유’는 즉시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됐음을 나타낸다.
향후 전망 및 시장 영향 분석
현재의 공급 차질은 단기적으로 원유·휘발유 가격을 상방 압력으로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의 재고 소진 추정치(4월 현재 약 5억 배럴 소진, 6월 최대 10억 배럴)를 고려하면, 글로벌 재고가 추가로 줄어들수록 현물과 선물시장의 긴축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정제 능력이 이미 타격을 받은 지역(예: 러시아 정유시설 피해)에서는 휘발유·디젤 등 정제품의 공급 불안이 가격 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기적으로는 다음 요인들이 가격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재를 통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 여부와 이란 내 정치적 결정을 신속히 내릴 수 있는지 여부, 둘째, UAE의 OPEC 탈퇴에 따른 산유 정책 변화와 실제 증산 규모, 셋째, OPEC+의 남은 증산 복원(827,000 bpd) 시점과 실효성, 넷째, 서방의 러시아 제재·우크라이나 관련 군사적 긴장이다. 만일 봉쇄가 장기화되거나 주요 산유국의 생산·수출 차질이 지속된다면, 원유 가격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
거시경제적 파급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상승 요인이며, 특히 연료비·운송비 상승을 통해 광범위한 산업의 비용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을 높여 금리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 상승은 이익률 압박으로 이어지고, 소비자 지출 위축으로 경제성장률 둔화를 촉발할 수 있다.
결론
종합하면, 2026년 4월 말 현재 원유·정유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미 협상 교착, UAE의 OPEC 탈퇴,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물류·정제 차질 등 복합적 공급 요인으로 인해 상당한 불확실성과 상방 리스크가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감소와 공급 차질이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봉쇄 해제 여부와 주요 산유국의 생산능력 복원 속도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것이다.
참고: 본문에 인용된 수치와 일정은 모두 2026년 4월 말 보도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