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습 계획 철회에 달러 약세 마감

미국 달러화 가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계획 철회 소식에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 지수(DXY)는 월요일 장중 1.25개월 만의 고점에서 밀린 뒤 결국 0.25% 하락 마감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시적 제재 면제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달러의 장중 상승분이 꺾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걸프 동맹국들의 외교적 해법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을 받고 화요일로 예정됐던 이란 공습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추가 하락 압력이 나타났다. 다만 주식시장이 반락하면서 유동성 수요가 달러로 다시 몰려, 달러는 장중 최저치보다는 다소 회복했다.

2026년 5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월요일 달러는 장 초반에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시계가 가고 있다(clock is ticking)”

며 “평화 협정에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이터통신이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에 8,000명의 병력, 전투기 편대, 방공체계를 배치했다고 보도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한층 고조됐고, 이 역시 달러의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다. 파키스탄의 이번 배치는 상호방위협정의 일환으로, 추가 공격이 발생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기 위한 “상당한 전투 수행 능력을 갖춘 병력”으로 설명됐다.

미국의 경제지표도 함께 발표됐다. 미국 5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는 37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으며, 시장 예상치였던 34를 웃돌았다. NAHB 지수는 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의 경기 체감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주택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한편 스왑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가능성을 0%로 반영했다. 25bp는 금리 0.25%포인트를 뜻한다.

유로화는 달러 반락에 힘입어 소폭 반등했다. EUR/USD는 월요일 1.25개월 만의 저점에서 되돌아 올라 0.22% 상승 마감했다. 달러가 장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서자 유로화에 숏커버링, 즉 하락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다만 유가는 3주 만의 고점까지 3% 넘게 급등했고, 이는 유럽 에너지 수입 부담을 키워 유로존 경제와 유로화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왑시장은 6월 11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 가능성을 88%로 보고 있다.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갔다. USD/JPY는 월요일 0.09% 상승했다. 일본의 새내각을 이끄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동 분쟁으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성에 엔화 약세를 완화하는 보완예산 편성을 요청했다고 밝힌 뒤, 엔화는 달러 대비 2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상승은 일본 경제와 엔화에 모두 부담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른 점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은 엔화의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금리는 월요일 2.807%까지 올라 2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6월 16일 열리는 다음 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이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75%로 반영하고 있다. 통화정책 차이가 달러-엔 환율의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향후 일본은행의 스탠스는 엔화의 반등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금과 은이 모두 하락했다. 6월물 COMEX 금 선물은 월요일 3.90달러 내린 온스당 0.09% 하락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 선물은 0.103달러 내린 0.13%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은 7주 만의 저점, 은은 1.5주 만의 저점으로 밀렸다. 월요일 국제유가가 3주 만의 고점까지 급등하면서 글로벌 채권 수익률이 상승했고, 이는 금과 은 같은 무이자 자산에 부담이 됐다. 원유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각국 중앙은행이 더 긴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키우며, 이는 귀금속 가격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도 은 가격을 압박했다. 중국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6.0%를 밑돌았고, 4월 소매판매는 0.2% 증가로 예상치 2.0%에 크게 못 미쳤다. 또한 4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19% 하락해 3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중국의 제조업과 소비, 부동산 지표가 모두 기대에 못 미치면서 산업금속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고, 이는 은 가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은이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전자·산업용 수요도 큰 금속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국 경기 둔화는 금보다 은에 더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반면 금 시장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안이 하락폭을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미국이 이란과의 긴장을 실제 군사 충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을 자극했고, 그 결과 안전자산 선호가 귀금속 시장을 떠받쳤다. 중앙은행의 금 매수도 금값에 우호적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PBOC)의 보유 준비자산 중 금괴는 4월에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가장 큰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 확대다. 중앙은행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의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시장 향후 전망 측면에서 보면, 이번 흐름은 달러가 지정학적 긴장과 금리 기대 사이에서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관련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 안전자산 수요가 살아나 달러와 금이 함께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미국이 외교적 완충 장치를 선택할 경우 달러 강세는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미국·유럽·일본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아 엔화와 경제 모두 유가에 취약하며, 유로존 역시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성장률과 통화가치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귀금속 시장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중앙은행 매수라는 지지 요인과, 금리 상승과 실물 수요 둔화라는 부담 요인이 맞서는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이번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보도자는 해당 증권들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기사에 담긴 정보와 수치는 모두 참고용이며,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미 연준, ECB, BOJ의 정책 회의와 중동 정세, 원유 가격 변동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