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제품·식품업계가 체중감량 약물의 확산과 건강식 트렌드에 힘입어 단백질 함량이 높은 유청(웨이) 수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26년 5월 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유청은 치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전통적으로는 돼지 사료로 활용되던 성분이었으나 최근 근육 손실을 방지하려는 소비자층을 겨냥한 식품 원료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시장조사업체 StoneX의 자료를 보면, 단백질 함량이 80%인 유청 단백질 농축물(WPC 80)의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90% 상승해 톤당 20,000유로(약 2만 유로, 미화 $23,410)를 기록했다. 이는 분유나 치즈를 포함한 다른 유제품 부문에서의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유제품·식품 분야에 종사하는 12곳의 기업 및 전문가 인터뷰 결과,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인식 제고도 유청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GLP-1 계열 체중감량 약물의 확산이 수요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Arla Foods Ingredients의 전무인 루이스 쿠벨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GLP(-1)에 의해 더욱 촉진된 유청 단백질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한 수요는 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추가로 끌어낼 수 있는 미개발 물량이 있는가“라고 밝혔다.
덴마크의 유제품 기업인 Arla Foods(루르팍 버터 제조사)와 네덜란드의 FrieslandCampina 등은 유청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다논의 오이코스 요거트나 벨(Bel) 그룹의 베이비벨 프로틴 등 식품사들도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체중감량 약물 사용자들이 단백질 섭취를 찾으면서 제품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 낙농 협동조합인 Dairy Farmers of America (DFA)의 최고혁신·브랜드책임자 크리스틴 코디는 체중감량 약물 사용자들이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전했다. DFA는 지난달 유청을 추가한 코티지 치즈 브랜드 ‘MULU’를 출시했으며, 한 번의 반컵(half-cup) 제공량에 완전 단백질 18그램을 포함해 일반 제품의 12~13그램보다 높은 단백질 함량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코디는 “우리가 목격한 것은 거의 유제품 단백질에 대한 러시(주문 쇄도)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로 인해 DFA는 펜실베이니아와 뉴멕시코의 생산라인을 유동 우유에서 배양(발효) 기반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건강·웰니스 유통사 iHerb는 미국을 중심으로 GLP-1 관련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iHerb의 최고매출책임자 문혜영은 “고객들이 GLP-1의 부작용이나 단점과 싸우는 방법을 진지하게 찾기 시작했다“며, GLP-1 관련 검색 증가와 함께 근육 감소 방지를 돕는 보충제를 찾는 여성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웨이 단백질이 주로 끌어들였던 ‘헬스클럽 이용 근육형’ 소비자군을 넘어선 수요 확장이다.
프리미엄 유청 제품을 둘러싼 경쟁과 설비 부족
StoneX의 EMEA 유제품·식품 컨설팅 책임자 존 랭커스터는 현재 식품 업계가 고단백 유청 농축물과 분리단백질(WPI)을 생산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유청을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FrieslandCampina의 글로벌 마케팅·제품전략 책임자 구스 아에르츠는 단백질 붐으로 회사가 고급 유청 가공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월에 미국 기반의 유청 단백질 분리물(WPI) 제조사인 Wisconsin Whey Protein을 인수했으며, 네덜란드 Borculo 공장의 처리 능력을 두 배로 늘렸다. 또한 프리스랜드캄피나는 고부가가치 유청 단백질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9,000만 유로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Lactalis Ingredients의 마케팅 이사 마리온 부카스는 “유제품 단백질은 여전히 시장에서 최상의 품질 단백질이며, 수요에 대응할 대체 품목을 찾기 위한 많은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단백질과 정밀발효 기술의 부상
단백질이 풍부한 완두콩(peas)과 렌틸(렌즈콩)에 대한 수요 증가는 미국의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정밀발효(precision fermentation) 방식으로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바이오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받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Verley는 균류(곰팡이)를 발효시켜 근육 회복을 겨냥한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공동창업자 겸 CEO 스테판 맥밀란은 GLP-1의 영향으로 전통적으로 속도가 느렸던 식품 분야가 “미친 듯이” 변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단 2~3년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이는 식품 산업 전체에 제품 재구성(리포뮬레이션)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랑스 스타트업 Standing Ovation은 다논과 벨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카제인 단백질을 생산해 올해 제품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동창업자 로맹 차요는 개발 중인 제품의 약 80%가 고단백 솔루션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분석가들은 정밀발효 방식은 아직 비용이 높아 대중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지만, 높은 유청 가격은 정밀발효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맛과 소비자 수용성 문제
한편, 일부 회의적인 소비자들은 대체 단백질의 맛을 문제로 제기한다. 벨 그룹의 북미 CEO 피터 맥기니스는 “유제품 단백질은 맛이 훌륭하다“며 “이 단백질 경쟁에서 우리는 맛의 요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 환율: (1달러 = 0.8543유로)
용어 설명
유청(웨이, whey): 치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액상 부산물로, 정제·농축 과정을 거쳐 단백질 보충제나 식품 원료로 사용된다. 제품 형태로는 유청 단백질 농축물(WPC, Whey Protein Concentrate), 유청 단백질 분리물(WPI, Whey Protein Isolate) 등이 있다. WPC 80은 단백질 함량이 약 80%인 농축물을 의미한다.
GLP-1 계열 약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작용제로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효과가 있어 체중감량에 활용된다.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들이 체중감량 효과로 인해 사용이 확대되며 식품·보충제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밀발효(precision fermentation): 미생물(효모, 박테리아, 곰팡이 등)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발현·생산하는 바이오공정으로, 동물성 원료를 대체하는 고품질 단백질을 만들 수 있으나 현재는 생산비용이 높아 상용화에 제약이 있다.
전망과 경제적 영향 분석
업계 동향과 현재의 공급·수요 구조를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유청 단백질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첫째, GLP-1 약물 사용자의 확산과 근육 보존을 원하는 소비층의 확대가 지속되어 구조적 수요 증가를 촉발하고 있다. 둘째, 고단백 가공을 위한 설비와 가공능력은 즉시 확충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 병목이 당분간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케파)이 늘어나 가격 상승세가 완화될 수 있다.
농업·식품 밸류체인 측면에서는 완두콩·렌틸 등 식물성 단백질 작목에 대한 수요 급증이 농가 소득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정밀발효 스타트업의 기술 상용화가 진전되면 장기적으로는 대체 단백질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맛·가격·소비자 인식이라는 장벽을 극복해야 하며, 그 과정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고단백 유청 가격 급등이 유제품 원재료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유제품 관련 기업의 마진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소비자 가격 전가(pass-through)가 발생하면 요거트, 스낵, 기능성 식품의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 수요 탄력성에 따라 기업 실적에 차별적 영향을 야기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유청 단백질 시장의 변화는 식품업계의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설비투자 가속화, 농업·생명공학 분야의 기술·작물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 공급 제약과 중장기적 생산능력 확대가 교차하는 시기에 가격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