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해외 채권 투자자 세금 면제…외국인 자본 유치로 루피화 방어 나서

인도 정부가 해외 채권 투자자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며 외국인 자본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본 유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을 되살려 루피화 약세를 완화하려는 조치다.

2026년 6월 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금요일 외국인 투자자와 중앙은행들이 소유한 국제금융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에 대해 이자나 자본이득에 부과되는 소득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면제 조치는 2026년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는 인도 상장주식과 채권을 12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 적용되는 12.5% 장기 자본이득세와 정부채권에서 발생한 이자에 대한 20% 원천징수세 부담을 줄이게 된다. 다만 원천징수세는 일반적으로 지급 시점에 미리 떼는 세금으로, 실제 손에 쥐는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후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어 인도 국채와 관련 증권의 매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도 보조 조치에 나섰다. 인도준비은행(RBI)은 같은 날 통화정책에서 비거주 투자자가 자금을 넣을 수 있는 정부채권의 범위를 확대하고,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FPI)에 대해 단기 투자, 집중 투자, 개별 증권 보유 한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FPI는 해외 연기금,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와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뜻하며, 이 자금 흐름은 신흥국 통화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산자이 말호트라 RBI 총재는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들과 인도가 체결한 수많은 무역협정이 올해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포괄하는 국제수지(BOP)를 “이보다 훨씬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수지는 한 나라가 해외와 주고받는 모든 경제 거래를 기록한 것으로, 외화 유입과 유출의 균형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또한 중앙은행은 비거주 인도인(NRI)과 인도 해외시민권자(OCI)에 대해, 인도 자본시장 규제기관에 등록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주식 투자 한도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NRI는 해외에 거주하는 인도 국적자이며, OCI는 인도 출신이거나 인도와 연고가 있는 해외 거주자에게 부여되는 특별 지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도 증시 매도세는 올해 들어 더욱 거세졌다. 인도 예탁결제기관 NSDL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 이후 276억 달러어치의 인도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2025년 전체 순매도 규모인 189억 달러를 이미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 매도 압력이 두드러졌고, 이는 해외 자금 이탈이 인도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세계 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난 점도 루피화 약세를 심화시켰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수입 부담 확대가 겹치면서 인도 루피화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통화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APAC 이코노미스트 크리슈나 비마바라푸는 CNBC에 “자본 유입을 완화하는 이번 조치는 루피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우 올바른 방향의 조치이며, 발표 시점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루피화는 올해 들어 6%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제 완화와 채권시장 개방 조치가 외국인 자금을 다시 끌어들일 경우, 루피화의 추가 약세를 늦추고 인도 국채와 주식의 매력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효과는 향후 글로벌 금리 흐름, 국제 유가,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얼마나 회복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핵심 해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세금 감면을 넘어, 자본 유출 억제와 통화 방어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지만, 외국인 자금은 세후 수익률과 환율 안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세제 혜택과 투자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 채권·주식 시장의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고, 루피화의 추가 하락 압력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글로벌 유가가 계속 오르거나 미국 등 선진국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