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관련 합의안 미제안…미·이란 협상 불투명 속 시장의 향방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에서 트레이더가 근무하고 있다. 사진: Jeenah Moon | Reuters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높은 위험선호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미·이란 협상 전망이 흔들리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재부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토요일 이란과의 대화를 위해 파견할 예정이던 특사 스티브 윗코프(Steve Witkoff)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의 파견 계획을 취소하면서 그 이유로 테헤란 내부의 “tremendous infighting and confusion“(심각한 내분과 혼란)을 들었다.

2026년 4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전쟁 종결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미국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매체는 핵 협상은 일단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하며, 이 사실은 미 당국자 한 명과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협상 성사를 위한 노력이 아직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이란 외교장관 아바스 아라크치(Abbas Araghchi)는 파키스탄의 중재 아래 이스라말바드에 잠시 복귀했으며, 파키스탄 지도부는 테헤란과 워싱턴 간 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대신 전화 통화로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라크치는 이후 이스라말바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 것으로 보도됐다.


에너지 시장의 반응: 유가 상승과 위험 프리미엄

중요 에너지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는 월요일 소폭 상승했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Brent) 6월물 선물은 약 $106.55까지 올랐고, 미국산 원유(US crude) 6월물은 약 $95.23를 기록해 각각 1%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다.

금융기관들은 기존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페르시아만(페르시안 걸프)에서의 교란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브렌트 평균 전망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했다(지속 시점은 2026년 말). 골드만삭스는 메모를 통해 걸프 산유국의 수출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으며 복구 속도가 느려 공급이 급격히 조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재고는 4월에 일평균 약 1,100만~1,200만 배럴의 기록적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이들은 추정했다.

“I’d argue the fat tail is still ahead of us, not behind,”라고 글로벌 X ETF의 투자전략가 빌리 륭(Billy Leung)이 말했다. 여기서 ‘fat tail'(두꺼운 꼬리)은 극단적 사건의 발생 확률이 평상시보다 높아짐을 의미한다.

만약 호르무즈를 통한 물동량이 재개되더라도 공급 회복에는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재고가 소진된 상황에서 회복 지연이 겹치면 공급 타이트니스가 장기화될 수 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Invesco)는 브렌트가 올해 완전한 흐름 정상화가 없다면 $80 수준이 사실상 바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해협 교란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충격이 심화되며, 유가 상승은 궁극적으로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유발해 특히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시 현황: 당분간 회복력 유지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전쟁 발발 직후 입었던 손실을 만회했고, 에너지 충격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수는 기록적인 수준 근처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공지능(AI) 등 강력한 구조적 모멘텀 사이의 힘겨루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다수다.

글로벌 X의 빌리 륭은 “주식시장은 본질적으로 두 상반된 힘을 조정하고 있다. 한쪽은 지정학적 소멸 위험(왼쪽 꼬리), 다른 한쪽은 AI 상업화(오른쪽 꼬리)이며 현재는 오른쪽 꼬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매수는 주의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기본 추세는 상승이라고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선임 투자전략가 라자트 바타차랴(Rajat Bhattacharya)는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나 몇 주 내에 합의가 도출돼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변동성은 분산 포트폴리오 내에서 위험자산을 추가로 매수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역사적 전례도 공급 충격 후 빠른 시장 회복을 시사한다. 야르데니 리서치의 회장 에드 야르데니(Ed Yardeni)는 1956년 수에즈 위기 당시 유가가 두 배로 오르고 주가가 하락했으나 운하 재개통 후 시장이 새로운 고점으로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월요일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와 한국 코스피는 신고가를 경신했고, 미국 주식 선물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정부채권 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322%로 1bp 상승했고, 일본 국채 10년물은 2.463%로 2bp 이상 올랐다.


원자재·식량·2차 영향(Second-order effects)

원유를 넘어 보다 넓은 원자재군이 이번 충격의 심각성과 지속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빌리 륭은 “유럽 기준가는 전쟁 이전 수준보다 약 3분의 1 높게 형성돼 있고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5분의 1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비료 생산과 농업 비용에 직결되므로 식량 가격 상승의 지연된 영향이 우려된다. 륭은 “식품 체인에 압력이 쌓이기 시작하면 이것이 CPI(소비자물가지수)와 같은 거시 지표에 즉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농업 투입재와 운송 보험비에서 2차 영향이 다음 분기 동안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베스코도 헬륨, 알루미늄, 황(Sulphur) 등 석유 외의 상품이 교란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산업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인베스코 글로벌 연구 책임자 벤자민 존스(Benjamin Jones)는 이 점을 지적했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해상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물동량이 중단될 경우 즉각적인 유가 상승과 함께 공급망 전반에 걸친 연쇄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Fat tail(두꺼운 꼬리)는 통계학적 용어로, 극단적 사건(예: 급격한 가격 급등·급락)의 발생 확률이 정규 분포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금융시장에서 이는 드문 대형 악재가 발생할 확률이 상승했음을 뜻한다.

Demand destruction(수요 파괴)는 가격 상승이 지속될 때 소비자와 기업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현상으로, 장기적으로 수요 구조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정책에 대한 체계적 분석

현 시점에서 관찰되는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급 측 충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망 상향과 재고 감소 속도(4월 기준 일일 1,100만~1,200만 배럴 추정)는 단기적으로 유가의 상방 위험을 높인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상수지와 통화가치에 추가적인 하방압력을 줄 수 있다.

둘째, 원유 외 원자재와 농업 관련 투입재의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하방 위험과 상방 압력을 동시에 키운다. 특히 LNG 공급 차질은 유럽의 난방비와 산업용 에너지 비용을 급등시키고, 이는 비료 가격 상승을 통해 식량가격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일시적 공급 충격을 ‘통과형(look through)’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2차 효과가 분명해지면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셋째, 주식시장은 높은 구조적 성장 모멘텀(예: AI 상업화)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며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포지셔닝이 과열된 구간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으나, 역사적으론 공급충격 이후 회복이 빠르게 나타난 사례도 있어 단기 급락은 매수 기회로 활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유가의 하방 기준선(floor)에 대한 재설정과 함께 에너지·원자재·식량을 아우르는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이익률, 소비자 실질 구매력, 중앙은행의 금리 정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

요약하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안과 협상 재개 시도는 일단 협상의 불확실성을 남겨두고 있으며, 시장은 여전히 높은 리스크 선호를 보이면서도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에서는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인베스코 등 주요 기관의 전망 수정과 전문가들의 경고는 공급 차질이 세계 경제와 물가에 미칠 영향이 단기적 범위를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협상 진전 여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동성 회복 속도, 그리고 그에 따른 재고 정상화 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