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트레이더들 “이란 전쟁 장기화 시 수요 파괴 2배로” 경고

세계 주요 원유 트레이더들이 이란 전쟁의 심화로 인한 수요 파괴가 확대돼 다음 달에는 최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인용한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 차질이 소비 억제로 연결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4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Gunvor Group은 5월 한달 동안 수요 파괴가 하루 약 5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화요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제품 공급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Gunvor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3개월간 봉쇄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리세션)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Trafigura Group은 현재 아시아에 집중된 수요 감소가 국제 유가 반응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Vitol Group의 최고경영자(CEO) 러셀 하디(Russell Hardy)는 전쟁으로 이미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의 수요가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하디는 이 수치가 사태가 지속될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며, Gunvor의 경기 둔화 경고와 유사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 전쟁이 2월 말 시작된 이후 페르시안걸프(Persian Gulf)에서의 원유 및 정제제품 공급이 대략 하루 1,300만 배럴가량 차단됐다고 집계했다. 이러한 공급 제약은 실제 물량(physical cargoes)과 항공유·디젤 등 정제유 가격을 급등시켰다. 반면 선물(derivatives) 벤치마크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보이며 스팟(현물)과 선물 간 괴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Trafigur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드 라힘(Saad Rahim)은 스위스 로잔(Lausanne)에서 열린 FT Commodities Global Summit에서 “수요 파괴는 가격 중심지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손실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그 손실은 결국 다른 지역의 수요 감소로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영향 사례로는 중국, 일본, 한국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며 플라스틱 원료 생산을 줄였다는 점이다. 이들 플라스틱은 병, 전기·가전 제품 등 광범위한 산업용 원재료다. 또한 베트남부터 네덜란드에 이르는 항공사들은 운항을 취소하거나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전역에서는 수확 시점에 맞춘 논밭이 연료와 비료 비용 상승으로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용어 설명 —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수요 파괴는 가격 상승, 공급 제약,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거나 사용을 줄이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원유 시장에서는 연료·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산업 생산 축소, 항공 운항 감축, 농업·운송비 상승으로 인한 2차적 수요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의 일시적 수요 감소가 아닌, 구조적 또는 장기간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라힘은 “이 조정은 이미 진행 중이고, 사태가 계속되면 규모는 더 커져야 한다. 우리는 중대한 전환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경제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페르시안걸프의 공급 차질이 스팟 시장과 정제유 가격을 즉각적으로 밀어올린다. 실제 물량의 부족은 항공유(제트 연료)와 디젤과 같은 필수 연료의 즉각적 공급 압박으로 이어져 공급자들이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반면 거래소 기반 선물 가격은 수급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반영하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경우 미래 수요 감소를 반영해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스팟과 선물 간 백워데이션(spot>future) 또는 컨탱고(spot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채널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부담을 준다. 둘째, 제조업 및 석유화학 산업의 출하 감소는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연쇄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운송·농업 부문의 비용 증가는 소비자 물가 및 생활비 상승으로 전이돼 내수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넷째,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와 같은 물리적 제약은 선복(선박 적재 능력)과 보험료 상승을 초래, 해상 운송비 증가로 연결된다.

정책 대응 측면에서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비상 유류 비축(SPR) 방출, 대체 공급처 확보, 연료·비료 보조 확대, 항공 및 해상 운항 조정 등으로 단기 충격을 완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둔화와 구조적 수요 축소가 동반돼 단순한 재고 방출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Gunvor의 경고처럼 호르무즈 해협이 3개월 이상 봉쇄되면 전 세계 GDP 성장률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시사점
투자자는 스팟·선물 가격 간 괴리, 정제마진 변화, 물류·보험 비용 상승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공급망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대체 원료·운송 경로 확보, 재고 전략 재정비, 연료 보조 정책 변화에 따른 비용전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항공사·해운사·석유화학·농업 관련 기업들은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유동성 확보 및 비용절감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론
세계 주요 트레이더들과 국제기구의 집계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은 이미 수백만 배럴 규모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하루 수백만 배럴에 달하는 수요 손실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 물가 급등뿐 아니라 중장기적 경기 둔화 위험도 커진다. 향후 시장은 스팟과 선물의 괴리, 실제 물량의 이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지속성 여부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크므로 관련 기관과 기업의 선제적 대비가 요구된다.

본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베스팅닷컴,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각 트레이더(예: Gunvor, Trafigura, Vitol)의 공개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