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최근 몇 년간 기술업계에서 거둔 급성장은 사실상 데이터센터에 기반해 왔다. 그러나 이제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PC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으며, 월가도 그 위협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6년 6월 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6월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기조연설에서 자사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PC를 다시 발명하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PC용 시스템온칩(SoC) 개발에 나서면서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인텔, 퀄컴 주가는 하락했다.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엣지(edge)’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신호다. 엣지란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사용자의 가까운 기기에서 클라우드에 접속하지 않고도 고급 인공지능 모델을 실행하는 환경을 뜻한다. IDC 분석가 톰 마이넬리는
“엔비디아가 이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젠슨이 어떤 형태로든 AI 스택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 말했다.
월요일 기준으로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와 모바일 칩 업체 주가가 동반 하락했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6% 이상 뛰었다. 시가총액은 약 5조4,000억 달러로, 세계 어느 기업보다 크며 가장 가까운 미국 경쟁사보다도 약 1조 달러 앞서 있다.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PC 시장에 진입하는 칩은 RTX Spark다. 이 칩은 대만의 미디어텍(MediaTek)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황 CEO는 이를 N1X라고도 불렀다. RTX Spark는 올해 말 마이크로소프트, 델, HP, ASUS, 레노버, MSI의 새로운 윈도우 PC 라인업에 탑재될 예정이다.
황 CEO는
“컴퓨터의 재창조는 우리가 지금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휴대전화를 재창조한 것만큼 중요한 일”
이라며,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모든 신형 컴퓨터에서 구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틱 AI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뜻한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강력한 자금력과 시장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인텔-AMD 양강 체제가 지배해 온 시장을 뚫는 일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2년 동안 퀄컴도 윈도우 노트북용 새로운 SoC를 내놓았고, 약 9%의 PC 시장을 보유한 애플은 2020년부터 자체 프로세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판매에서 나왔다. GPU는 전력과 냉각, 공간 제약이 거의 없는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최첨단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특히 적합하다. 그러나 칩의 성능이 엣지에서도 AI를 처리할 수준에 이르면서, 엔비디아는 그 시장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칩 분석가 패트릭 무어헤드는
“AI 컴퓨팅이 어디에서 이뤄지든 그것이 바로 승부처다. 젠슨은 데이터센터만, 혹은 데이터센터와 자동차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엣지의 모든 것을 원한다”
고 말했다.
AI PC의 두 번째 기회
적어도 단기적으로 보면 PC는 엔비디아 전체 사업에서 재무적으로 매우 작은 비중에 그친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벤 바자린 분석가는 월요일 엔비디아의 네트워킹 사업만으로도 최근 분기 매출이 약 15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엔비디아 PC 사업보다 최소 20배 이상 큰 규모라고 추정했다. 같은 분기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은 7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인텔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은 대부분 PC 칩 판매로 구성되며, 2025년 연간 매출 32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바자린은
“엔비디아의 PC 사업은 침투율이 매우 낮다. 이는 엣지 스토리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시도의 출발점”
이라고 말했다. 시포트 리서치 파트너스의 제이 골드버그는 엔비디아의 PC 칩에서 “당분간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엔비디아 주식에 매도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PC 시장은 2022년 말 생성형 AI가 급부상한 이후 엔비디아가 이끌어 온 고성장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PC 칩 출하량이 2억9,600만 개로 3년 만에 처음 증가했지만, 이는 여전히 팬데믹 시기 정점이었던 2021년 3억6,100만 개에 크게 못 미친다고 추산했다. 무어헤드는 엔비디아가 향후 2년 동안 1,000만 개의 PC 칩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PC 파트너들이 2024년 도입한 ‘AI PC’ 개념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부족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기술에 대한 과제로 인해 기대만큼의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내세우는 생성형 AI 비서 서비스다.
그럼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AI 역량이 전혀 다른 수준의 기대와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마이넬리는
“엔비디아가 처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AI의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 GPU 역량을 기기 단으로까지 확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 말했다.
RTX Spark 칩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블랙웰(Blackwell) GPU와 미디어텍 CPU를 하나의 SoC에 결합한다. 여기에 통합 메모리(unified memory) 기능도 들어가는데, 이는 CPU와 GPU가 동일한 메모리를 공유하도록 해 AI 처리의 주요 병목을 줄이고 더 크고 복잡한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으로 시스템온칩(SoC)은 CPU, GPU, 메모리 제어 기능 등 여러 핵심 요소를 하나의 칩에 통합한 구조를 뜻하며, 전력 효율과 소형화에서 강점을 가진다.
황 CEO는 이번 칩 공개에서 실리콘밸리의 가장 뜨거운 흐름인 AI 에이전트를 직접 연결했다. 그는 개발자들이 오픈클로(OpenClaw)나 헤르메스 에이전트(Hermes Agent) 같은 시스템을 백그라운드에서 실행해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그런 에이전트가 클라우드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로컬 환경에서 충분히 잘 작동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에이전트는 24시간 내내, 사용량 미터 걱정 없이 돌릴 수 있다. ‘미터 불안(meter anxiety)’이 없다”
x86 벽을 흔드는 또 하나의 칩
엔비디아의 발표는 Arm 아키텍처의 위상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 CPU는 1970년대 인텔이, 이후 AMD가 발전시킨 x86 명령어 집합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왔다. 반면 Arm은 전력 효율이 높은 대안 아키텍처로, 2007년 애플이 첫 아이폰에 채택하면서 대중화됐다.
이후 아마존은 2018년 자체 그라비톤(Graviton)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데이터센터용 Arm 칩을 널리 알렸고, 엔비디아도 2020년 400억 달러에 Arm 인수를 시도했지만 규제 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이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Arm CPU를 내놓았다. 현재 CPU 시장은 생성형 AI가 채팅형 응답에서 작업 중심의 에이전틱 앱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황 CEO는 전체 CPU 시장이 2,000억 달러 규모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CPU 르네상스 속에서 x86에서 Arm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애플은 2023년 인텔 x86 칩에 대한 15년 의존을 끝냈고, 현재는 컴퓨터에 자사 Arm 기반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3월 출시된 최신 맥북은 더 높은 가격과 함께 M5 CPU를 탑재했다. Arm은 3월 자체 CPU를 처음 내놓았고, 첫 고객으로 메타를 확보했다. 이후 오픈AI, 클라우드플레어, SAP도 초기 고객으로 합류했다. AMD 역시 Arm 기반 PC 칩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RTX Spark 칩은 우선 고가의 컴퓨터에 먼저 적용되고, 이후 보급형 제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 기반 컴퓨터와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AI 기능이 결합되면, 수년 만에 애플의 맥북에프와 프리미엄 부문에서 의미 있는 경쟁을 벌일 첫 윈도우 노트북이 될 수 있다. 무어헤드는
“윈도우 생태계에서 맥북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사례”
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PC용 SoC까지 손을 뻗으면서, 회사는 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된 AI 지배력을 노트북·개인용 컴퓨터·엣지 디바이스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모습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전략이 단기 매출 기여도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AI 칩 표준을 누가 쥐느냐를 둘러싼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성능 AI 기능이 클라우드 중심에서 기기 내 처리로 이동할 경우, PC 칩 시장의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이미 압도적 우위를 지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벗어나, 성장의 다음 축을 선점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RTX Spark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채택될지, 그리고 인텔·AMD·퀄컴·애플과의 경쟁에서 가격과 성능, 전력 효율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