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수요일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진전을 높이 평가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든 돔(Golden Dome)’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다만 양국이 주목해온 대형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중대한 돌파구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2026년 5월 2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은 지 불과 며칠 뒤 같은 도시를 방문했고,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와 예포로 그를 맞이했다. 행사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연출됐다. 두 정상은 이어 차(茶) 의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의전은 양국이 외교적 결속을 과시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전략적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중·러 관계는 어떻게 변화해 왔나
1949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뒤 중국은 당시 세계 공산권의 확고한 지도자였던 소련의 동맹이자 하위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서방, 특히 미국에 대한 공통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관계는 악화됐고, 결국 1961년 중소 분열로 이어졌다. 이후 1991년 소련 붕괴 뒤 러시아와 중국은 다시 우호 관계를 복원했다.
그 이후 힘의 균형은 베이징에 유리하게 이동했다. 중국은 세계적 경제 강국이자 기술 선도국으로 부상했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스크바는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러시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의 압도적 최대 교역국으로, 교역 규모는 약 2,4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또한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크렘린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의 교역 상대국 가운데 미국, 일본, 한국, 베트남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정부들이 러시아와 중국이 손잡도록 방치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와 푸틴 방문 결과는 어떻게 비교되나
1주일 사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모두 만난 사실은,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어 온 시진핑의 권력과 중국의 부상을 동시에 부각시킨다. 크렘린은 두 방문의 외형적 의전보다 실질적 내용을 봐야 한다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이틀을 보낸 뒤 금요일 별다른 무역 돌파구 없이 떠났고, 베이징으로부터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실질적 도움도 얻지 못했다. 반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뒤에는 9,935단어 분량의 공동성명이 발표됐으며, 여기에는 핵 안보, 대만, 그리고 아무르 호랑이, 자이언트 판다, 황금원숭이까지 폭넓은 사안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별도의 짧은 공동선언문도 채택됐다. 또한 위생 기준과 국가 뉴스부터 원자력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20개 문서가 추가로 서명됐다. 다만 작성 시점 기준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간에 대형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다.
러시아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Sberbank)의 게르만 그레프 최고경영자(CEO)는 서방 제재가 러시아의 첨단 하드웨어 접근을 막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자사 플래그십 AI 모델인 기가챗(GigaChat)에 중국산 칩을 활용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기술 공급망이 제재로 얼마나 제약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중·러 가스관은 진전이 있었나
크렘린은 러시아와 중국이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전반적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나, 대규모 프로젝트의 핵심 세부 사항과 일정은 여전히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의 가스 생산지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가격 책정과 기타 쟁점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시베리아의 힘 2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경로를 서방 시장에서 아시아로 더 깊게 전환하는 상징적 사업으로 평가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수급 다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길어질 경우 실제 건설과 상업 운전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대형 파이프라인의 진전 여부가 장기적으로 가스 가격, 운송 경로, 지역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시하고 있다.
푸틴과 시진핑은 트럼프를 비판했나
러시아와 중국은 공동선언문에서 일부 국가들이 식민지 시대의 방식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갈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 표현은 국제질서가 힘의 논리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두 정상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체계 구상이 전략적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비판했으며, 워싱턴이 중대한 핵 군축 조약의 대체안을 마련하는 데 무책임했다고 말했다.
골든 돔은 미국의 방어망 구상으로, 외부의 미사일 위협을 보다 넓게 차단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은 이런 구상이 상대의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핵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단순한 의전 행사가 아니라, 핵 안보, 대만 문제, 에너지 협력, 제재 대응이라는 복합 의제가 얽힌 전략 회담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러는 상징적 친밀감과 실무 협력을 동시에 과시했지만, 에너지와 기술 분야의 핵심 합의는 여전히 미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