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 스텔란티스(STLA)의 안토니오 필로사 최고경영자(CEO)는 이탈리아 출신의 회사 베테랑으로, 수년간 회사를 거치며 승진해온 인물이다. 그는 스텔란티스를 이끄는 일이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취임 초기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성적표는 전혀 꿈같지 않았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필로사가 CEO로 지명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현재 스텔란티스 주가는 약 30% 가까이 하락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CEO 업무를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로도 주가는 약 21% 내려갔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의 주가 흐름은 필로사 체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아직 확실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 목요일은 필로사와 경영진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스텔란티스는 디트로이트 인근 북미 본사에서 자본시장일(capital markets day)을 열고, 위기에 놓인 자동차 회사를 되살리기 위한 턴어라운드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자본시장일은 기업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향후 전략, 재무 목표,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행사로, 이번 발표는 스텔란티스의 중장기 신뢰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필로사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행사가 “전략의 다음 단계를 명확한 우선순위, 분명한 목표, 실행에 초점을 맞춘 로드맵과 함께 제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에 공개될 전략은 지역별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짜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지프(Jeep)와 램(Ram), 유럽에서는 피아트(Fiat)와 푸조(Peugeot)가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비용 절감 방안과 함께, 지난해 223억 유로(약 263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어떻게 다시 수익성을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로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행사에서 “스텔란티스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내 꿈이었지만, 그때 우리 팀도 아직 고쳐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고치고 있으며, 이제 5월 21일 투자자 행사에서 지속 가능하고 편안한 성장으로 가는 분명한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의 과제와 시장의 의문
그러나 월가가 보는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 업계 전체는 인공지능(AI) 확산, 중국 업체들의 성장, 미국의 관세 부담 등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스텔란티스는 자체적으로도 여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스텔란티스는 시장 점유율을 잃었고, 공급업체와 딜러들과도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전기차 계획에서도 상당 부분 물러섰으며, 지난해 실적에는 전기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한 220억 유로(약 26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됐다. 이는 전동화 전환 전략을 빠르게 밀어붙이던 기존 기조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으로 해석된다.
스텔란티스는 2026년 실적 가이던스를 세부적으로 내놓지 않았으며, 다만 순매출 한 자릿수 중반대 증가, 조정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 초반, 그리고 산업 부문 잉여현금흐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는 매출과 수익성, 현금창출력 측면에서 모두 완만한 개선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호르스트 슈나이더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스텔란티스를 ‘언더퍼폼’으로 하향 조정하며, “이번 자본시장일이 전략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더 높은 마진과 현금 창출로 이어지는 신뢰할 만한 경로가 없다면 현재의 회복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필로사 체제 아래 진행된 1분기 실적 개선이 초기 구조조정 효과가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보여줬지만, 지속 가능한 턴어라운드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의견에 따르면, 스텔란티스 주식은 여전히 투자자 행사 이전 기준으로는 비중확대(overweight) 평가를 받고 있다.
‘실행의 해’로 규정한 2026년
이번 투자자 행사는 스텔란티스를 전임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타바레스 체제에서 이어진 시장 점유율 하락의 기업이 아니라, 성장 기업으로 다시 포지셔닝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필로사와 다른 경영진은 이를 통해 회사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필로사는 CEO 취임 이후 최고위 경영진을 재편했고, 매출 성장을 우선순위로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수익성 제고와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전 세계적인 비용 절감 계획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 확대도 포함된다. 그는 2026년을 “실행의 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필로사는 “실행이 2026년을 규정할 것”이라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가 정확히 옳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필로사는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 행사에서도 최근 발표된 중국 전기차 업체 리프모터(Leapmotor)와 둥펑그룹(Dongfeng Group)과의 협력 같은 파트너십이 미국 이외 지역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럽과 기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는 다만 공식적으로 Value Creation Program으로 불리는 비용 절감 계획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주로 북미와 유럽에 초점을 맞춘 “야심찬” 목표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의 14개 자동차 브랜드 역시 이번 행사에서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경영진은 수익성이 높은 퍼포먼스 브랜드 SRT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크라이슬러(Chrysler)를 위한 새로운 제품 출시 가능성도 최근 언급했다. 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비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필로사는 과거 회사의 방대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지역별로 재편하거나 축소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브랜드인 지프, 램, 크라이슬러뿐 아니라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와 알파 로메오(Alfa Romeo)까지 거느리고 있으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국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필로사는 최근 브랜드들이 회사의 강점인 것은 맞지만, 투자 우선순위에서는 모두를 똑같이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 행사에서 “진짜 핵심은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브랜드별 전략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가 스텔란티스의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인 비용 절감 규모, 브랜드 재편 속도, 북미와 유럽에서의 수익성 회복 경로가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면 주가 반등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반대로 실행력과 현금 창출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여전히 할인된 평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