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 의장, 중동 분쟁이 경제에 타격을 줄 것

스위스 중앙은행(SNB) 의장인 마르틴 슐레겔(Martin Schlegel)은 중동 분쟁이 스위스의 경제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물가 안정(price stability)을 목표로 삼는 데 있어 SNB는 무제한의 정책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금요일 밝혔다.

2026년 4월 24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슐레겔 의장은 스위스 연방은행(Swiss National Bank, SNB)의 연례 총회에서 현재의 국제 정세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장은 단기적으로 다소 부진할 수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회복을 기대한다. 향후 분기들에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스위스 내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다.”

슐레겔 의장은 중동에서의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스위스의 인플레이션 전망과 경제 성장 전망이 더욱 불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성장 둔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다소 회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SNB가 규정한 물가안정 기준 범위인 연 0~2%의 하단으로 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 스위스 프랑을 선호하면서 프랑 강세 압력이 증가했고, 이는 수입품 가격을 낮춰 오히려 물가를 하락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슐레겔 의장은 지적했다.

현재 SNB의 기준금리는 주요 중앙은행 중 최저 수준인 0%로 고정되어 있다. SNB는 최근 프랑의 과도한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강화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UBS의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에 SNB의 외환 매입 규모가 약 25억 스위스프랑(2.5 billion francs)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최근 몇 개월보다 큰 폭의 증가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개입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소폭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SNB의 정책 대응 의지

슐레겔 의장은 SNB가 물가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서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SNB 정책금리와 외환시장 개입에 관해 무제한의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SNB가 프랑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외화를 더 적극적으로 매입할 의향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전문 용어 설명

이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이 낯설 수 있는 일부 용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물가안정(price stability)은 SNB가 목표로 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범위(연 0~2%)를 의미하며,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안전자산(safe haven)은 불확실성 확대 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을 의미하며, 스위스 프랑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외환시장 개입(foreign exchange market interventions)은 중앙은행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외화를 사고파는 행위로, 통화가치 조정과 물가 목표 달성에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정책금리(policy rate)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의 단기금리를 유도하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금리이다.


향후 경제·물가·환율에 대한 체계적 분석

중동 분쟁이 스위스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전개될 수 있다. 우선, 분쟁에 따른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입가격을 통해 스위스 내 물가를 직접적으로 상승시킨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전기·난방비 등 가계 및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단기적으로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성장률 둔화로 연결된다. 슐레겔 의장이 언급한 것처럼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라 일부 개선이 기대되나,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다.

둘째,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되면 스위스 프랑의 강세 압력이 강화된다. 프랑 강세는 수입 물가를 낮추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외부 충격은 인플레이션을 상향시키는 요인(에너지 가격)과 하향시키는 요인(프랑 강세)을 동시에 작동시키므로, SNB의 정책 판단은 양쪽 요인을 얼마나 크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셋째, 정책적 대응 수단으로는 금리 인상(또는 인하)과 외환시장 개입이 있다. 현재 SNB는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하고 있으나, 슐레겔 의장은 필요 시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만약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질 경우 SNB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프랑의 과도한 강세가 지속되어 물가 하락 압력이 우려될 경우에는 외화를 매입해 프랑을 약화시키는 개입을 확대할 수 있다.

정책의 실행 타이밍과 강도는 향후 몇 분기 동안 발표되는 데이터(예: 실질 GDP 성장률, 소비자물가지수, 수출입 지표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투자자와 기업은 SNB의 발언과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환리스크 관리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결론

슈레겔 의장의 발언은 중동 분쟁이 스위스 경제에 미칠 위험을 경고하는 동시에 SNB가 물가안정을 위해 가용한 모든 통화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프랑 환율과 에너지 가격의 향방이 향후 스위스의 물가와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으며, SNB는 필요 시 금리 조정과 외환시장 개입을 병행하는 대응을 통해 물가 목표를 지킬 의지를 분명히 했다.